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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성 기자의 스포츠 別曲

감독은 왜 선수를 때리는가

말이 안 통하면 주먹이 앞서는 법…농구공 축구공은 말(言語)이다

  • 글: 김화성 mars@donga.com

감독은 왜 선수를 때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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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한마디로 ‘커뮤니케이션’이라 할 수 있다. 리더십의 성패는 자신의 뜻을 얼마나 상대방에게 감동적으로 전달하느냐에 달려 있다. 아니다. 상대방의 말을 얼마나 잘 들어주느냐에 달려 있다.

흔히 사람들은 자기 이야기만 일방적으로 끝낸 뒤 상대방과 충분히 대화를 나눴다고 말한다. 그러나 말하기보다 듣기가 몇천 배 더 중요하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는 것은 일단 그 사람을 신뢰한다는 뜻이다.

물론 의사전달 수단도 중요하다. 여기엔 ‘몸짓 언어’와 ‘느낌 언어’도 있다. 구기운동의 경우 볼이 언어다. 축구경기에선 축구공으로 동료선수와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농구경기에선 농구볼로 대화를 나눈다. NBA의 명장 필 잭슨은 말한다. “위대한 농구팀에는 신뢰감이 형성돼 있다. NBA의 많은 팀들을 보면서 선수들이 공을 못 받을 것이라고 여겨지거나 공을 받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선수에게는 어느 누구도 패스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위대한 팀은 누구에게나 패스를 한다. 농구선수에게 공은 커뮤니케이션의 도구이므로 말과 같은 존재다. 위대한 팀이라면 누군가 공을 잘못 받아서 공이 아웃되더라도 다시 그 선수에게 공을 패스한다. 그럼으로써 모두가 그를 신뢰하고 있음을 전달하여 그가 자신감을 갖고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요컨대 커뮤니케이션에 의해서 구축된 신뢰야말로 위대한 팀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일본여자마라톤의 고이데 요시오 감독(64)은 세계적인 명장이다. 그는 바르셀로나올림픽 은메달과 애틀랜타올림픽 동메달을 따낸 아리모리 유우코를 키웠다. 또한 2000시드니올림픽 우승과 2001베를린마라톤에서 당시 세계최고기록(2시간19분56초)을 세우며 우승한 다카하시 나오코(31)를 길러냈다.

그는 선수들을 인정하는 데 천재다. 그는 항상 선수들을 ‘찬양’하고 ‘고무’한다. 그가 쓴 책 ‘너라면 할 수 있어’에서 그는 “난 항상 내가 먼저 선수에게 인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카하시에게도 “Q씨(다카하시 애칭), 고마워. Q씨는 굉장해. Q씨라면 할 수 있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고이데 감독은 지난해 12월31일자로 세키스이화학(赤手化學) 마라톤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자신이 2001년 6월에 설립한 사쿠라 애슬리트클럽(SAC) 주식회사의 대표가 됐다. SAC는 지바·사쿠라시를 거점으로 일본여자마라톤의 세계정복을 위해 만든 러닝클럽.

고이데 감독이 물러난다는 소식을 들은 다카하시는 곧바로 “감독님, 앞으로도 계속 저를 지도해주시겠습니까?”라고 물었다. 고이데 감독은 “네가 아테네올림픽을 노린다면 전력으로 너를 도울게”라고 대답했다. 그후 2월28일 다카하시는 세키스이화학을 퇴사하고 SAC로 이적했다. 다카하시는 리쿠르트 시절부터 8년 동안 고이데 감독의 지도를 받아왔다.

SAC에는 올 1월 오사카국제여자마라톤에서 2시간21분45초의 기록으로 2위를 차지한 키 150㎝의 지바 마사코도 있다. 지바 마사코는 한때 하프마라톤 세계기록을 가지고 있었던 유망주. 고이데 감독의 꿈은 야심만만하다.

그가 SAC를 설립한 것은 일본기업에 소속된 마라톤 선수들이 훈련에 전념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선수들은 아침 6시부터 한두 시간 아침훈련을 한 뒤 9시부터는 일반 사원들과 똑같이 근무해야 한다. 그리고 오후 3시30분 이후에야 연습을 한다. 고이데 감독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일반 사원들과 같이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니, 완전히 (일본은) 이상한 나라야. 이런 일 때문에 육상에서 성공하려는 사람이 없어져버리는 것이다”고 한탄해왔다.

고이데 감독은 “아테네올림픽까지는 다카하시에 전력투구하지만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SAC로 여자마라톤 1위에서 6위까지 휩쓸어버리고 싶다. SAC를 통해 온세상의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싶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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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화성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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