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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이슈

회의는 춤추고 법안은 잠잔다

‘인간배아복제’ 8년 논쟁

  • 글: 김훈기 puset@donga.com

회의는 춤추고 법안은 잠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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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12월 국내 경희의료원에서 인간의 체세포를 복제해 4세포기까지 발달시켰다고 주장함으로써 논란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었다. 바로 이것이 인간배아복제를 시도한 일이었다.

현재 대다수 과학자들은 복제인간을 태어나게 하는 일에 반대한다. 하지만 인간배아복제에 대해서는 ‘찬성’ 입장을 표명하는 과학자가 적지 않다. 난치병 치료에 중요한 해결책을 마련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 일단 ‘복제’ 문제를 접어두고 인간의 배아가 의료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살펴보자.

몸에 병이 들었다는 말은 어떤 장기의 세포가 손상됐다는 의미다. 이를 고치려면 손상된 부위에 건강한 세포가 자라나게 하면 된다. 그러나 이 일은 웬만해서는 자연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현대 의학은 수술과 첨단의 약제품을 통해 장기의 기능을 회복시키려 하지만 질환의 원인조차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난치병들이 수두룩한 게 현실이다.

새로운 대안의 하나로 아예 건강한 세포를 질환 부위에 이식하는 방법이 있다(세포치료). 예를 들어 췌장의 기능이 떨어져 당뇨병에 걸린 사람에게 건강한 췌장 세포를 이식하는 것이다. 알츠하이머 치매나 각종 암의 경우에도 해당 장기를 구성하는 건강한 세포를 이식한다면 난치병 극복의 시간은 훨씬 앞당겨질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커다란 걸림돌이 있다. 건강한 세포를 어디서 구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이때 과학자들이 문제 해결의 한가지 가능성을 발견한 대상이 바로 배아다.



원리는 간단하다. 수정란이 4∼5일 지나면 배반포기 상태가 된다. 안쪽 한 부분에 100∼200개의 세포로 이뤄진 세포덩어리(inner cell mass)가 모여 있는데, 이것이 장차 인체를 구성하는 210여 가지의 장기로 발달할 부분이다.

소 난자는 윤리문제 해결책?

실험실에서 이를 떼어낸 후 특수한 배양액에서 처리하면 몸의 각 기관, 예를 들어 심장이나 근육을 구성하는 세포로 분화가 유도된다. 이런 능력을 지닌 세포를 가리켜 배아줄기세포(embryo stem cell)라고 부른다. 몸의 모든 기관을 형성하는 뿌리에 해당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아직 문제는 남아 있다. 줄기세포가 치료에 아무리 좋은 재료라 해도 다른 사람의 세포는 면역적으로 거부 반응을 일으킨다. 따라서 간염환자의 경우 자신의 간세포를 얻어 이식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런데 어디서 자신의 간세포를 얻을 수 있을까. 환자는 이미 간이 손상된 상태가 아닌가.

복제기술이 이를 실현시킬 수 있다. 즉 환자 자신의 건강한 체세포(가령 귀 세포) 하나를 떼어내 핵이 제거된 난자와 결합시킨 후 잘 배양하면 배반포기까지 자랄 수 있다. 여기서 줄기세포를 얻고 이를 간으로 자라날 세포로 배양시키면, 면역거부반응이 없는 훌륭한 치료용 재료가 얻어진다. 인간배아복제가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핵심 내용이 여기에 있다.

2000년 8월9일 국내에서 최초로 인간배아복제 실험이 완수됐음을 알리는 발표가 있었다.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黃禹錫) 교수가 인간배아복제 실험에 관한 특허를 출원했다고 전한 것이다. 황교수에 따르면 실험에 사용된 재료는 36세 한국인 남성 귀 세포와 한 여성으로부터 얻은 난자였다. 남성의 귀에서 떼어낸 세포를 미리 핵이 제거된 여성의 난자에 융합시켜 ‘새로운 형태의 수정란’을 만들었다. 이 수정란이 4∼5일 지나 배반포기 상태로 자라면 안쪽의 세포덩어리를 떼어내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다.

최근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또 하나의 쟁점인 이종간 핵이식 허용 여부는 바로 인간배아복제와 밀접히 연관돼 있다. ‘이종간 핵이식’이란 종(種)이 다른 생명체끼리 복제(핵이식)를 수행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인간의 체세포를 소나 돼지의 핵이 제거된 난자와 융합시키는 일을 가리킨다. 이 실험은 이미 국내에서도 행해졌다.

2002년 3월8일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 박세필(朴世必) 소장은 30대 여성의 귀 세포에서 핵을 추출한 뒤 핵이 제거된 소의 난자에 이식해 99% 이상 사람의 유전자를 가진 복제 배아를 만드는 데 여러 차례 성공했다고 밝혔다. 박소장은 “현재 배아 복제 성공률은 10분의 1 정도여서 실험을 위해 많은 난자가 필요하지만 제공자의 동의를 얻기가 어려워 그 대안으로 지난 2년 동안 소의 난자를 이용한 복제실험을 해왔다”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인간의 난자를 얻기 어려워 소의 난자를 사용했다는 말이 과연 윤리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일일까. “오히려 윤리적인 문제를 덜 일으킨다”는 것이 박소장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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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훈기 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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