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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학가 이오덕의 들판이야기

봄에 피는 꽃

  • 글: 이오덕 아동문학가

봄에 피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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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른이 되어 교단에 섰을 때, 새학년 새교실에서 시를 가르친 것도 흔히 할미꽃에서 시작했다.

할미꽃 잎이 말랐기에파 보니맹아리가 노랗게 올라온다.풀로 덮어 주었다.(1959. 2.25 상주 공검국교 2년 권두임)

생명에 대한 사랑은 자연 속에서 느끼게 된다. 아이들은 자연과 함께 살아가면서 참된 사랑을 배운다.

할미꽃 속에까만 것도 있고노란 것도 있네.가만히 들여다보니할미꽃이 어예 생겼노 시프다.(1969. 4.13 안동 대곡분교 3년 김순희)

자연의 아름다움, 자연의 신비스러움을 이렇게 해서 또 받아들인다. 그것은 이 세상에서 사람이 얻어 가지게 되는 가장 귀한 선물이다.



그런데, 내가 어렸을 때 어른들한테서 배웠던 노래는 ‘뒷동산의 할미꽃(줄임) 싹날 때도 할미꽃 호호백발 할미꽃’ 어쩌고 하는 것이었다. 그 노래는 그저 웃기는 말일 뿐이다. 할미꽃이란 이름부터 내 느낌으로는 맞지 않다. 그 꽃 모습은 귀여운 아이가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지, 결코 할머니가 허리를 꼬부리고 있는 모습이 아니다. 꽃이 다 지고 난 뒤에 하얀 털을 달고 있는 씨앗들을 보고 할머니 머리 같다고 해서 할미꽃이란 이름을 붙였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것은 꽃이 아니다.

할미꽃은 이른 봄부터 우리나라 어느 들판 어느 골짜기를 가도 논둑이고 밭둑이고 신작로가에까지 꽃밭을 만들고 있었다. 내 기억 속에 그림처럼 남아 있는 풍경의 하나는, 보통학교 1학년 첫 소풍 날이었는데, 종달새 소리를 들으면서 걸어가던 십릿길 냇가의 그 넓은 돌자갈 벌판에 온통 눈이 모자라게 피어 있던 할미꽃 꽃밭이었다.

그런데 이 할미꽃도 이제는 본 지가 까마득하다. 할미꽃도 이 땅에서 거의 모두 사라졌다. 지금 내가 있는 이 산골에서도 할미꽃을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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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오덕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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