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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서일기

‘지독한 편식’에 빠진 증권쟁이의 글읽기

  • 글: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yung12@hananet.net

‘지독한 편식’에 빠진 증권쟁이의 글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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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조 말기 수취체제의 붕괴로 백성들은 착취에 시달렸고, 토지를 버린 농민들은 그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조정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여러 집단이 통합돼 점차 큰 조직이 됐고, 스스로 무장을 하면서 국가에 대항하는 힘을 만든 것이다. 명나라를 무너뜨린 이자성(李自成)은 실직한 역졸에 지나지 않았다. ‘아무리 무장을 했다고 해도 한낱 농민이나 역참인들이 무슨 일을 벌일 수 있겠는가?’라는 낡은 정부의 안일함을 비웃으며 그들은 혁명을 도모했고, 명의 숭정제는 왕궁 옆의 경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백성도 나름의 문화를 만들어냈다. 평시에는 그들이 평화롭게 먹고 사는 모습이 문화였고, 돈황의 막고굴을 파고 들어갈 때 백성이 갖고 있었던 간절한 염원도 문화였다. 삶이 팍팍해졌을 때 그들이 의존했던 여러 이단의 종교 또한 그들이 남긴 문화였다.

출장차 서울에서 도쿄로 가는 비행기에서 ‘모택동 비사’를 펼쳤다. 이유는 간단하다. 도대체 문화혁명이라는 게 무엇일까, 얼마나 심오한 뜻을 지녔기에 그 이념을 완성하기 위해 1000만명이 넘는 사람이 죽어갔고, 몇 천년 동안 중국인이 떠받들던 공자(公子)마저 혁명의 소용돌이를 피해가지 못했을까 하는 의문 때문이었다.

문화혁명에 대한 나의 관심은 퍽 오래됐다. 중학교 때로 기억한다. 중국에서 마오쩌둥(毛澤東)이 죽고 4인방 체제가 붕괴되던 즈음, 갱지로 만든 원고지를 묶어 글모음집이란 것을 만든 적이 있었다. 그때 썼던 첫 번째 글이 치기 어리게도 ‘중국의 대자보에 관해서’였다.

황제체제를 대신해 집권한 공산당은 마오(毛)의 주도하에 대약진 운동을 벌인다. 그러나 이 운동이 실패하면서 수많은 아사자가 생겨났고, 정치적 위기에 몰린 마오(毛)는 류사오치(劉少奇)를 비롯한 과거의 동지를 제거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명분은 구사상, 구문화, 구풍속, 구습관의 4구(舊) 타파였고, 주역은 홍위병이었다.



몇 년 동안 한 분야의 책만 섭렵

역사를 보면 가끔 인간은 너무 맹목적이다. 성지 예루살렘을 탈환하겠다는 일념으로 무수히 많은 모슬렘들의 목숨을 빼앗은 십자군전쟁이 그랬고, 문화혁명도 예외가 아니었다. 홍위병들은 이름이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70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요리점 ‘전취덕’의 간판을 ‘북경오리 요리점’으로 바꿔버렸다. 마파두부의 발상지인 쓰촨(四川)성 성도의 ‘진마파두부 반점’ 역시 ‘진마파’라는 세 글자를 떼야 했다. 봉건시대부터 내려온 전통 상표인 ‘마파’ 두부가 구사회를 상징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파괴하고 혁명화한다’는 문화혁명의 파고는 때로는 우스꽝스럽고 유치한 일까지 정당화시켰다. 한 무리의 홍위병들이 ‘빨간색은 혁명의 상징인데 빨간색 신호에 정지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우겨 정지신호와 진행신호를 바꾸는 바람에 교통사고가 빈발했다.

나는 ‘증권쟁이’다. 점쟁이를 제외하곤 미래를 예측해 먹고 사는 유일한 직업을 가진 셈이다. 그리고 그 판은 인간의 이기적 본능이 첨예하게 얽혀 있는 세상이다. 가끔 직업과 연관해 역사를 생각해볼 때가 있다. 몇천년 동안 사람들은 이기심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해왔다. 지금 나의 직업세계에 있는 사람들도 이기심을 이겨내지 못하고 실수를 저지른다.

‘어떤 시대, 어떤 상황이었건 특별한 것은 없지 않았을까? 우리가 과거의 그들을 돌이켜보면서 왜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그것도 집단 광기 속에서 저질렀을까? 정말 어리석지 않은가?’라고 얘기하면서도, 지금 우리라고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역사를 보면 그 결과를 뻔히 알 수 있으니 말이다. 나의 글읽기에 관한 편식은 계속될 것 같다. 내가 조용한 산사에서 책 읽기를 꿈꾸고, 몇 년동안 한 분야의 공부만 계속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한.

신동아 2003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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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yung12@hana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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