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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해변, 드넓은 개펄, 해송(海松)의 향연

나그네 가슴 달뜨게 하는 충남 태안·서산

  • 글: 조성식 기자 사진: 김성남 기자

아름다운 해변, 드넓은 개펄, 해송(海松)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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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쨋날 아침, 태안의 모든 도로는 안개에 휘감겼다. 안개 숲을 헤치고 원북면과 이원면을 돌아보았다. 들판에 널브러진 짚단들이 서리를 맞아서인지 새치처럼 희뜩희뜩하다. 태안에서 차를 타고 돌아다니면 늘씬한 해송(海松)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태안에 나무는 소나무뿐’이라는 얘기가 실감난다. 안개가 걷히자 도로 양옆으로 숲을 이루고 있는 해송 사이로 햇빛이 유리조각처럼 번들거렸다.

이원면 사창리로 들어갔다가 다시 큰길로 나와 꾸지나무골해수욕장이 있는 이원면 내리로 가 개펄을 밟아보았다. 소형 동력어선 ‘백마2호’가 털썩 주저앉아 물이 차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다. 어부 두 사람이 소라껍데기가 촘촘히 달린 밧줄 더미를 배에 싣고 있다. 주꾸미를 잡는 데 쓰는 기구다. 바다에 깔아놓으면 주꾸미들이 제 집인 줄 알고 소라껍데기 안으로 들어와 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지에서 들어와 이곳에 산 지 18년 됐다는 선장 윤환철(63)씨는 “보통 하루 동안 묵혀둬야 많이 잡힌다”고 설명했다.

정오 무렵 원북면 청산리의 한 가정집에 들러 감태(파래) 말리는 것을 구경했다. 집에서 물에 젖은 감태를 나무판에 널어 햇볕에 말리는 게 전통적 방법인데, 요즘은 공장에서 건조기로 말린다고도 한다. 인천에서 이곳으로 시집왔다는 최진숙(46)씨는 “햇볕에 말리는 자연산이 더 맛있다”고 말했다.

모래언덕으로 유명한 원북면 신두리에서는 지역주민과 당국의 갈등이 격렬한 형태로 드러나 있었다. 드넓은 모래언덕 곳곳에 붉은 글씨의 나무안내판이 박혀 있다. 군 당국이 모래언덕을 문화재로 지정해 개발을 제한하자 땅주인들이 강력히 반발, 관광객의 출입에 위협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일직선으로 죽 뻗은 신두해수욕장의 모래사장은 잘 닦여진 테니스코트처럼 부드럽고 단단해 그 위로 자동차가 달릴 수 있었다.



늦은 점심으로 이 지역 별미인 굴밥을 먹은 후 만리포 해수욕장을 찾았다. 눈부신 햇살이 새처럼 바다를 쪼아먹고 있다. 파도는 곰비임비 달려와 해맑은 웃음을 터뜨린다. 몇 쌍의 남녀가 손을 잡거나 팔짱을 낀 채 해변을 거닌다. 지구상에 가장 평화로운 풍경은 이런 게 아닐까.

낙지가 많이 나서인지 태안의 지형은 낙지발을 닮았다. 도로는 태안읍 중심부의 로터리를 기점으로 방사형으로 뻗어 있다. 따라서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려면 일단 태안읍내 로터리로 되돌아와 방향을 바꿔야 한다. 북쪽의 구례포와 학암포 낙조가 좋다기에 만리포에서 읍내로 되돌아와 634번 도로를 따라 차를 몰았으나 날이 흐린 탓에 허탕을 쳤다. 주변을 붉게 물들이던 해가 슬그머니 해무(海霧) 속으로 사라져버린 것이다.

로터리로 돌아와 다시 천리포 해변으로 이동, 천리포휴게소식당에서 이 지역 별미인 갱개미 무침과 찜을 맛보았다. 갱개미는 다른 지방에서는 가오리 또는 간자미로 불리는 생선이다. 무침은 막 잡은 갱개미 살에 벌겋게 양념을 치고 배와 오이를 뒤섞은 것으로 매콤새콤한 맛이 난다. 연한 뼈가 오돌토돌 씹히는 찜은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주인 박재길씨의 딸 박민화(34)씨는 “다른 지방에서는 (갱개미를) 막걸리에 절인 후 무침을 만드는데 여기서는 생물로 무침을 만든다”며 독특한 맛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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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성식 기자 사진: 김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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