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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요리솜씨

빼앗긴 들에 찾아온 봄의 향기

  • 글: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사진: 김용해 기자 sun@donga.com

빼앗긴 들에 찾아온 봄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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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들에 찾아온 봄의 향기

20년째 살고 있는 경기도 안성 자택 서재에서 고은 시인이 글을 쓰고 있다.

‘아욱죽’은 고은 시인에겐 매우 특별한 음식이다. 1970년대 자유실천문인협의회 대표를 맡아 재야운동가로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절, 서울 화곡동 그의 집은 운동권 지식인들의 사랑방이었다. 얼마 전 타개한 소설가 이문구를 비롯, 백낙청, 신경림 등 문인들과 이부영, 유인태 등 민청학련 세대 운동권 인사의 집합소였던 것. 그래서 그의 집은 ‘화곡사’로 불렸다.

암울했던 그 시절 통금시간을 ‘탓(?)’하며 밤새 술 마신 후 고은은 어김없이 ‘아욱죽’을 끓였다. ‘술 동지’들의 속풀이용으로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아욱죽을 만들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먼저 쌀을 씻어 2∼3시간 정도 불려둔다. 아욱 잎과 줄기는 연한 것으로 골라 껍질을 벗긴 다음 잘 다듬어 물에 씻어 풋내를 뺀다. 된장은 적당히 으깨 고추장과 함께 섞어놓는다.

쌀이 적당히 불었으면 물을 붓고 섞어놓은 된장과 고추장을 푼 다음 아욱을 넣고 푹 끓인다. 이때 쇠고기나 새우를 기름에 볶아 함께 넣어 끓이면 영양과 맛이 더욱 풍부해진다.

아욱죽은 그 자체로 완벽한 음식이어서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향긋한 아욱과 걸쭉하면서 짭짤한 된장 맛, 그리고 쌀에서 우러나오는 담백한 맛이 어우러져 다른 죽에서는 맛볼 수 없는 개운함이 느껴진다. 또 아욱의 씁쓸하면서도 달콤한 향은 봄의 생기를 그대로 전해주는 듯하다. 아욱죽은 애호박전이나 오이지 등과 궁합이 잘 맞아 함께 먹으면 여름철 입맛을 돋우는 데 그만이다.

다이어트 음식으로도 제격이다. 아욱의 씨가 바로 다이어트차로 각광받고 있는 동규자차의 주성분이기 때문이다. 변비가 심한 사람이 아욱죽을 지속적으로 먹으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아욱죽이 과음 후 속풀이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아직 증명된 바 없다. 그러나 고은 시인은 속풀이용으로 이만한 음식이 없다고 자신한다. 술을 좋아하는 그의 말이니 믿어도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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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사진: 김용해 기자 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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