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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안테나

北, ‘민간단체 핵 사찰’ 자청해 미 대선까지 지연전술

외무성 온건파 주도권 장악, 개방파 경제관료 내각 포진

  • 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北, ‘민간단체 핵 사찰’ 자청해 미 대선까지 지연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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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초 베이징에서 북한 당국자들을 접촉했다는 한 한반도문제 전문가는 “북한이 6자회담을 받아들이기로 한 과정에서 외무성과 군부 사이에 견해차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 당국자들이 “군부가 3자회담을 고집한 반면 6자회담은 외교분야 인사들이 주로 지지했다”는 얘기를 공공연히 하더라는 것. ‘6자회담은 동북아를 분열시키려는 미국의 술책이니 말려들면 안 된다’는 것이 강경파의 입장이었던 데 반해, ‘일단 위기를 벗어나 시간을 벌자’는 것이 온건파의 논리였다고 한다.

특히 8월30일 외무성이 “6자회담은 탁상공론에 불과했고 백해무익한 것이었다”고 발표한 것은 향후 회담에서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고 강경파의 입장을 배려해주기 위한 ‘플레이’로 봐야 한다고 이 전문가는 분석했다. 북한의 이러한 ‘플레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갑자기 급진적인 유화책을 들고 나올 리도 없지만, 그 속내나 배경은 이미 달라졌다는 설명이었다.

북한 당국자들, 특히 대외사업을 담당하는 인사들이 외국정부 관계자들과 만난 사석에서 ‘강온파 대립’ 혹은 ‘군부의 반발’을 언급하는 일은 드물지 않다. 외국 주재경험이나 국제감각이 있는 외교분야 종사자들은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놀랄 만큼 소탈하고 자유분방하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이들은 특히 ‘듣는 귀가 많다’는 이유로 영어나 프랑스어를 사용해 속내를 털어놓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김정일 위원장도 유사한 발언을 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은 지난 2000년 10월 평양 방문당시 김정일 위원장이 ‘나는 북미 관계개선을 원하지만 군부가 반으로 갈라져 있고, 외무성에도 반대파들이 있어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놓았다고 회고한 바 있다.

사실 북한의 대남·대외정책 결정과정에서 ‘강온파의 대립’이 과연 가능한가 하는 질문은 정보기관과 북한 연구자들 사이에서 오랜 기간 논란을 거듭해온 주제다. 우리 정부의 정보분석파트나 몇몇 전문가들은 이러한 발언을 ‘고도로 계산된 협상전술’로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상대방의 경계심을 늦추기 위한 사전포석이나 약속을 지키지 못할 때 들이대는 핑계라는 것이다.



그러나 ‘자기 기관 본위주의’에 따른 마찰은 존재한다는 견해가 보다 지배적이다. 미국식 강온 대립과는 그 수준이나 강도가 다르겠지만, 외교나 대외경제를 담당하는 사람들과 국방을 담당하는 군인들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 최종결정권자인 김위원장의 ‘마음’을 살 만한 정책대안을 만들기 위한 경쟁과 이견이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북한에서 구체적인 외교정책을 수립하는 작업은 주로 정무원 외무성에서 담당하고 있다. 원래 외무성은 당 전문부서가 행정기구를 통제하는 북한의 정부조직 원리에 따라 노동당 중앙위 산하 국제부의 통제를 받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 이후 외무성은 이러한 통제에서 벗어나 김정일 위원장 직할체제에 놓여 있다. 사상적인 부분에서는 검증을 받지만 정책통제는 받지 않기 때문에 상당한 자율성이 있다고 외무성 출신 탈북자들은 증언한다.

1990년대 이후 핵문제 관련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외무성이 원자력공업부나 인민무력부 등과 협의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이를 취합해 보고하면 백남순 외무상을 거쳐 김위원장에게 전달되는 것이 공식적인 시스템. 지난 1989년 설치된 외무성 산하 싱크탱크 ‘군축평화연구소’도 비교적 자유롭게 정책대안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종 이너서클 ‘서기실’

그러나 탈북한 고위인사들의 증언과 북한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조직표에는 드러나지 않는 ‘최종 이너서클’이 존재한다. 김위원장의 집무실 내에 존재하는 ‘서기실’이 바로 그것이다.

서기실은 김위원장의 후계구도가 공고해진 1980년대 중반부터 당 중앙위에서 독립해 지금과 같은 기능을 하게됐다. 다른 어느 기관의 지휘도 받지 않고 오직 김위원장의 지시에만 따른다는 서기실은, 조직 자체가 베일에 싸여 있고 그 구성원들 또한 공식석상에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우리 정보기관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서기실의 구성원 수는 대략 40~50명선. 우선 당 중앙위 조직지도부의 제1부부장들이 서기를 겸임하고 나머지는 김위원장이 직접 선발한다. 이들은 김위원장에게 올라오는 정책과제들을 치열한 내부토론을 통해 일일이 검토하고 때로는 김위원장 명의로 서명하기도 한다. 이는 외무성에서 작성한 정책보고서도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우리의 대통령비서실 혹은 NSC(국가안전보장회의)에 해당하는 셈. 주요이슈가 발생하면 서기실 내에 태스크포스를 설치하는 것이 관례이므로 핵문제와 관련해서도 팀이 꾸려져 있으리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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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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