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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경영일기

이채욱 GE코리아 사장

내 이름은 ‘CW’, 끝없이 도전(Challenge)하고 극복(Win)한다

이채욱 GE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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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환위기가 터졌다. 구조조정이 불가피했다. 우선 회사 사정을 투명하게 공개, 구조조정이 최선이라는 공감을 얻어냈다. 대상자들을 한 명씩 불러 “당신이 무능해서가 아니라 자리를 없애야 하기 때문”이라고 간곡히 설득했다. 전직 알선 등 배려와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회사가 정상화되면 꼭 다시 부르겠다고 약속했다. 결국 구조조정은 성공했고, 재도약의 발판도 마련됐다.
이채욱 GE코리아 사장
삼성물산 해외사업부 본부장으로 재직하던 1988년 12월31일. 송년회를 마친 뒤 사장단과 함께 각 사업부를 둘러보고 사무실로 돌아오니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오후 5시께였다. 자리를 정리하고 방을 막 나서려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회장실에서 당신을 삼성과 GE의 합작회사로 승진 발령하겠다네. 해외 합작회사 근무, 그리고 해외사업 총괄경력 때문이라는구먼….”

거나하게 취한 이필곤 사장의 목소리였다. GE와 최초로 인연을 맺는 순간이었다.

삼성을 거쳐 GE라는 세계적인 기업의 한국 사장이 될 때까지 인생의 고비고비마다 참으로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아왔다. 나 스스로도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사랑과 정성으로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하며 자신을 낮추고 배우고자 하는 자세로 매사에 임하려 했다.

역경은 덤으로 얻는 기회



GE에선 나를 ‘CW Lee’로 부른다. 나는 내 이름 이니셜을 “Challenge and Win, CW입니다”라고 소개한다. 그러면 다시 만난 외국인들은 내 이름을 기억했다가 “Challenge and Win, CW!”라며 반갑게 맞아준다.

나는 학창시절이나 직장생활을 할 때나 늘 도전(Challenge)해서 극복(Win)하고자 노력했다. 중학교를 졸업한 후 형편이 어려워 철공소에서 기술을 배우려 했다. 그러나 운좋게 장학생으로 선발돼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고2 때부터 가정교사 노릇을 하며 어렵사리 공부를 계속했다. 그런 만큼 얼른 학교를 마치고 군청의 5급 공무원(지금의 9급)이 되는 게 꿈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다행스럽게도 4년 학비 전액을 지원받는 영남대학교 천마장학생으로 선발돼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등록금은 면제됐다지만 극심한 생활고로 중도에 학업을 그만둘 뻔도 했으나, 군입대 후 베트남전에 파병돼 모은 돈 덕분에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다.

이런 역경을 극복하면서 나는 그저 힘들어만 하기보다는 오히려 많은 기회를 덤으로 얻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하나님이 나와 항상 함께하며 나를 인도하고 내게 손을 내민다’는 성경 시편 23편은 늘 내 기도 제목이었다. ‘덤으로 얻은 인생’이라는 생각은 나로 하여금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뭔가를 배우려는 자세를 갖게 했고, 아무리 어려운 순간에도 웃음을 잃지 않게 했다.

삼성과 GE에 근무하는 동안에도 늘 공부하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 후배들에 귀감이 되고자 했다. 바쁜 중에도 밤 시간 등을 이용해 성균관대 무역대학원, 한국외대 어학연수원, 고려대 국제대학원,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그리고 서울대 경영대 최고경영자 과정 등에서 공부를 계속했다.

토인비가 역사는 ‘도전과 응전(Challenge and Response)’이라고 했던가. GE에서도 도전과 극복은 계속됐다. 처음 GE와 삼성의 의료부문 합작회사를 맡았을 당시 회사는 존폐의 기로에 서 있었다. 설립 6년 만에 자본금은 반 이상 잠식됐고, 수원 공장은 가동률이 27%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다.

내게 주어진 임무는 ‘비전이 보이지 않으면 조기에 정리하고 돌아오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직원들에게 차마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전 임직원들에게 “모두 사표 쓰고 죽을 각오로 회사를 살려보자”고 호소했다.

5년간 연평균 46% 성장

그래도 한편으로는 사업을 정리해가지 않으면 안 됐다. 공장과 생산시설을 매각하고, 130여 명의 생산인력은 삼성 관계사에 자리를 마련해줬다. 그리고 100명도 채 되지 않는 판매·서비스·마케팅 인력만 서울로 이전시켰다. 그런 다음 회사측에 “이 비즈니스는 인류에 공헌할 수 있고, 삼성의 이미지를 제고하기에 좋고, 고수익도 올릴 수 있는 하이테크 사업이므로 계속해야 한다”고 건의했더니 맡아서 해보라고 했다.

그러나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인사·총무·수입·마케팅·판매·해외사업 총괄 등을 거친 내 경력으로 첨단 제품인 의료기기 사업을 하려니 막막하기만 했다. 먼저 합작비율을 재조정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그리고 영업·기술·개발·생산 부문의 전문가들을 물색, 이들과 머리를 맞댄 끝에 국내시장에 적합한 품목으로 초음파 의료기기와 CT(컴퓨터단층촬영기)를 골라 GE와 기술이전 협의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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