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CEO 경영일기

이채욱 GE코리아 사장

내 이름은 ‘CW’, 끝없이 도전(Challenge)하고 극복(Win)한다

이채욱 GE코리아 사장

2/3
SKD(Semi Knockdown·수입국의 부품을 일부 끼워넣어 조립하는 방식)와 CKD(Complete Knockdown·부품 전체를 수입해 조립하는 방식)로 시작한 초음파 의료기기 생산 실적은 GE와 삼성 모두의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었고, 마침내 자체모델 개발에 성공해 두 회사를 놀라게 했다. 이들 제품을 GE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세계로 수출, 숨통을 틔운 결과 과거에 내보낸 인력들도 다시 불러들일 수 있게 됐다. 이들 제품은 그 어렵던 외환위기 때 회사를 먹여 살리는 젖줄 노릇을 했고, 지금도 연 1억달러의 고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국내 매출과 서비스 부문도 급성장해 지난 5년간 연평균 46% 성장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낳았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삼성전자보다 10% 정도 더 높은 수준의 급여를 줄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복리·후생 면에서도 최고의 대우를 해줄 수 있게 됐다. 이같은 성과는 몇 가지 요소가 상호작용을 일으켰기에 가능했다.

첫째는 과감한 구조조정이었다. 가동률이 27%밖에 안 되는 공장을 폐쇄하고 인력을 60% 이상 줄였다. 둘째, 사표를 쓴 뒤 거듭난다는 각오와 결의를 가지고 조직원이 하나가 되도록 했다. 셋째, 핵심역량에 적합한 새로운 제품 발굴과 그에 맞는 비전을 창출하고자 했다. 넷째, 새로운 비전을 달성할 수 있도록 직원들의 열정과 도전정신을 이끌어내고, 지식경영에 근거하여 전원이 참여하게 했다. 다섯째, 결과에 대한 보상을 분명하게 해줬다.

“CW가 또 왔다. 이번엔 몇 명일까…”

겨우 한숨 돌리며 이제 좀 여유있게 일할 수 있겠구나 했더니 GE의 파울로 프레스코 부회장(현 피아트자동차 회장)이 삼성그룹에 편지를 보냈다. “CW를 GE로 보내주든지, 아니면 파견이라도 해달라”는 것이었다. 성장 잠재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던 GE의 동남아·태평양 지역 시장을 내게 맡길 요량이었다. 이건희 회장의 재가를 받아 난 결론은 파견이었다.



파견 근무는 1996년 여름, 오래 전 내가 파월장병으로 복무했던 베트남에서 시작됐다. 그 이튿날 동남아·태평양 본부가 있는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13개국을 관리하는 동남아·태평양 본부는 다양한 업무와 언어, 갖가지 인종들의 집합조직으로서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갖추고 있었다.

우선 각국별 인력을 정비하고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면서 조직을 확대했다. 사실 성장전략을 전개하는 건 쉽다. 승진기회가 많은 만큼 직원들은 신바람이 나고, GE라는 이름 덕분에 우수한 인재도 많이 몰려들었다. 부품센터에서 이익이 나므로 재원을 확보하는 데도 별 문제가 없었다. 부임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서 성장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GE 본사에서는 한국에서와 같은 또 하나의 기적을 기대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1997년 하반기 들어 내 관할지역 중 하나인 태국에서 외환위기가 시작됐다. 이어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심지어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어제까지의 확대전략을 축소전략으로 갑작스럽게 180도 선회해 구조조정을 해야 했다.

경영자로서 가장 마음이 아픈 것은 사람을 내보내는 일이다. 내 손으로 채용한 사람을 1년도 안돼 내 손으로 내보내야 할 때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불가피한 일이었다. 1단계, 2단계, 3단계 재편계획을 세운 뒤 각국을 순회하면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내가 사무실에 나타나면 직원들은 불안한 낯빛으로 수군거렸다. 현지어라 알아듣지는 못해도 분위기는 느낄 수 있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CW가 또 왔다. 이번엔 몇 명일까…”라는 뜻이었다. 이렇듯 고통스런 구조조정을 어렵사리 마무리지었다. 동남아·태평양 본부는 그후 매년 말에 실시하는 직원 만족도 조사에서 아시아 최고 수준인 76%로 표창을 받기도 했다.

2/3
목록 닫기

이채욱 GE코리아 사장

댓글 창 닫기

2020/03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