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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맛따라

살아 있는 역사박물관 경북 안동

봉황이 머문 자리에 사뿐히 앉다

  • 글: 김현미 기자 사진: 김성남 기자

살아 있는 역사박물관 경북 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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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동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도 길 양쪽이 사과밭 천지다. 가지가 휘어질 듯 주렁주렁 열린 사과들 사이로 빛 바랜 고옥은 한 폭의 동양화를 그린다.
  • 500m 안팎의 야트막한 산자락과 마을을 휘감아 도는 안동호, 임하호의 물줄기가 정취를 더한다.
살아 있는 역사박물관 경북 안동

국보 제121호 하회탈의 형상을 류시중씨가 장승에 새겼다. 하회마을은 주민의 75%가 풍산 류씨인 동성마을이다.

탐스러운 사과는 늦가을 햇살이 아쉽기만 한데 매서운 겨울바람이 내버려두질 않는다. 갑자기 수은주가 영하로 떨어지자 사과 따는 아낙의 손길이 분주해졌다. 안동사과는 전국 생산량의 10%를 차지할 만큼 물량이 많을 뿐 아니라 색상이 선명하고 당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과수원 주인들은 “올 여름 잦은 비로 빛깔과 맛이 예년만 못하다”고 혀를 차지만 알이 굵은 것으로 골라 쥐어준 사과를 한입 베어무니 갈증이 풀리고 속이 든든하다.

안동은 그 자체가 고건축 박물관이다. 도산서원·병산서원·고산서원 등 현존하는 26개의 서원과 270여 개의 정자, 하회마을을 비롯한 퇴계종택·학봉종택·농암종택 등 유서 깊은 종가에 수많은 재실, 봉정사·개목사·광흥사·용수사 등 사찰과 신라시대 이래로 전해지는 전탑(塼塔)들이 묵묵히 역사의 현장을 지키고 있다. 서울을 출발해 중부고속도로에서 영동고속도로로, 다시 중앙고속도로를 내달려 3시간반 만에 안동에 도착하는 순간, 도대체 다음 행선지를 어디로 할까 어느새 길 잃은 외지인이 된다.

살아 있는 역사박물관 경북 안동

산약을 수확하고 있는 농부. 전국 생산량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안동 산약은 사과, 안동포에 이어 이 지방의 대표적 특산물로 자리잡았다.

안동을 제대로 보려면 크게 4개의 권역(도산서원권, 시내권, 봉정사권, 하회마을권)을 둘러봐야 한다. 먼저 안동 시청을 중심으로 동북방향 35번 국도 퇴계로를 택했다. 이 길을 따라 30분쯤 가다 오른쪽으로 꺾으면 오천유적지가 나온다. 1974년 안동댐이 생기면서 수몰 위기에 처한 광산 김씨 고택들을 옮겨놓은 곳이다.

그러나 개인이 세운 정자 가운데 영남 제일이라는 탁청정(濯淸亭· 1541년 건립) 앞에 서자 서글퍼지는 심정을 어쩔 수 없었다. 안동댐과 임하댐은 안동의 지도를 바꾸어버렸다. 옛길은 물 속에 잠기고 유적들은 제자리를 잃었다. 대신 주요 유적지 팻말마다 ‘원래 ○○에 있었으나 댐이 건설되면서 옮겨놓았다’는 문구만 덜렁 남아 있다. 도산서원과 마주하고 있는 시사단(1792년 정조가 퇴계의 학덕을 기려 과거를 보았던 장소) 역시 안동댐 건립으로 물이 차오르자 지금의 자리에 10m 가량 축대를 쌓아 보존했다. 당시 7000여 명의 응시자가 몰려들어 강 모래밭에서 과거를 치르던 장관이 눈에 선하다.

살아 있는 역사박물관 경북 안동

① 나라에 큰 변고가 있을 때마다 운다는 용계 은행나무. 수령 700년의 이 노목은 나무 둘레가 14.5m, 높이 37m에 이른다.<br>② 1000원짜리 지폐에도 그려져 있는 도산서원. 마치 ‘숨은 그림찾기’를 하는 듯하다<br>③ 수은주가 떨어지면서 사과 따는 아낙의 손길도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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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현미 기자 사진: 김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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