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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실미도’로 ‘반지의 제왕 3’와 맞붙는 ‘충무로 군주’ 강우석

“나는 아티스트 아닌 엔터테이너… 재미없는 영화는 영화도 아니다”

  • 글: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영화 ‘실미도’로 ‘반지의 제왕 3’와 맞붙는 ‘충무로 군주’ 강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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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부터 1971년까지 범죄자들로 구성된 684 북파부대원 31명이 인천 앞바다의 무인도 실미도에서 훈련을 받았다. 1968년 1월21일 북한 124군 부대의 청와대 기습사건에 대한 보복을 위해 창설된 부대였다. 그러나 석 달간 훈련시켜 북한으로 보내려던 계획은 취소되고, 이들은 3년 동안 외딴 섬에서 지옥 같은 훈련을 받았다. 이들은 처우에 대한 누적된 불만과 용도폐기되리라는 두려움 속에서 교관과 경비를 서는 기간병을 살해하고 탈출했다. 서울까지 진입해 영등포구 대방동에서 군경에 포위돼 저항하다 대부분 수류탄으로 자결했다. 살아남은 4명은 군사재판을 받고 처형됐다. 이 사건이 터진 후 국회 진상조사가 벌어졌으나 생존 교관들과 사형집행을 기다리던 684부대원들은 입을 다물었다.

실미도의 실상은 유신독재와 군사정권 기간 동안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1993년 실미도 교관(중사) 생존자가 ‘신동아’에 고백수기를 게재했다. 박영철(가명) 중사는 난동이 벌어졌던 날 밤 육지로 외출을 나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김대곤 당시 신동아 부장(현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직접 그가 거주하는 경북 의성에 가서 구술을 받아 수기를 대필했다.

“‘실미도’ 녹음하느라 바쁘지만 ‘신동아’ 인터뷰라 OK 했습니다. ‘신동아’ 1993년 4월호에 22년 전에 일어난 ‘실미도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생존교관의 수기가 실리자 감독 10여명이 영화로 만들겠다고 덤벼들었죠. 그러나 제작비가 많이 드는 데다 정보당국 및 군의 간섭과 압력 때문에 모두 중도에 포기했습니다. ‘신동아’가 밝혀낸 비밀을 다시 영화화하기까지 또 10년이 걸린 거죠.”

-‘실미도’ 세트장은 그대로 보존했습니까.

“모두 철수했습니다. 기업이 소유한 사유지인데 호텔을 지으려 한다더군요. 작고 아름다운 섬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영화가 개봉되고 사람들이 세트장 보러 몰려오는 게 부담스러웠던가봐요.”



인천국제공항이 들어선 영종도 용유도와 찻길로 이어진 잠진도 부두에서 배로 15분 가량 가면 무의도(舞衣島)가 나온다. 무의도는 춤추는 무희의 의상처럼 아름다운 섬이란 뜻이다. 썰물 때는 무의도에서 실미도(實尾島)까지 걸어들어갈 수 있고 밀물 때는 소형배로 들어가야 한다.

-당시 684 북파부대가 훈련받았던 흔적이 실미도에 남아 있었습니까.

“그들이 팠던 우물이 남아 있었습니다. 영화촬영하면서 그들이 쓰던 모자 신발 칼 등을 발견했습니다.”

-그들이 실미도에 들어가기 전에 저지른 범죄기록을 찾아봤습니까.

“어딘가 남아 있겠지만 군당국이 자료를 제공해줄 리 없습니다. 방해나 안하면 다행이죠.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도 국방부 협조를 못 받는데 ‘실미도’에 협조해줄 리가 있겠습니까. 장갑차도 우리 돈으로 만들었습니다. 총기도 수입했구요. 그래서 제작비가 많이 들었습니다.”

-영화가 주류관객인 10∼20대에 맞춰 제작되다 보니 중장년 세대가 볼 만한 영화가 없습니다. 나는 감명깊은 영화를 들라면 지금도 ‘닥터 지바고’나 ‘대부’를 꼽습니다. 한마디로 한국영화가 죽었던 시절이죠. 외국영화 수입쿼터를 따기 위해 한국영화를 찍었으니까. 중장년층 세대에겐 지금의 한국 영화가 너무 경박하게 비쳐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대단히 우려되죠. 저러다간 어느 순간 관객들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 말장난 위주의 코미디가 판치고 있습니다. 제작자들이 ‘시간 때우기용 오락영화라야 손님이 든다’라는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완성도 높은 영화를 만들려는 엄두를 안 내요. ‘실미도’나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 같은 진지한 영화가 성공해야 합니다.”

일반 영화 3배인 110억원 투입

강 감독이 영화계의 흐름을 비판하고 있지만 극장가에 가벼운 코미디류가 범람하게 된 데는 그의 책임이 작지 않다. 스티븐 스필버그도 오락영화를 만들다 ‘쉰들러 리스트’(1993)를 제작해 아카데미 감독상 등 7개 부문을 휩쓸고 골든글로브상을 받았다. 강 감독은 한국의 스필버그가 되고 싶다는 말을 간간이 한 적이 있지만 ‘실미도’가 ‘쉰들러 리스트’가 될지는 이번에 관객들의 반응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실미도’엔 제작비(광고비 포함)로 일반 영화의 3배 가까운 110억원이 투입됐다. 한국 영화 평균 제작비(광고비 포함) 40억원을 회수하자면 관객이 150만명 정도 들어야 한다. 강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실미도’가 본전을 건지려면 350만명은 들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올 최고 히트작이라는 ‘살인의 추억’은 관객 500만명을 돌파했다. ‘실미도’ 제작비 110억원은 시장 규모에 비추어 무리한 투자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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