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호

면역요법은 암 치료의 희망인가

면역고갈에 도전한 신물질 D-12를 찾아서

  • 글: 김현미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03-12-29 13: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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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잇따라 ‘면역세포요법’으로 암 정복에 나섰다. 일본에서는 1980년대에 등장한 면역강화물질 AHCC에 이어 D-12가 개발돼 새로운 복합면역요법이 각광받고 있다.
    • 최첨단 암 치료의 현장을 소개한다.
    면역요법은 암 치료의 희망인가

    일본 사이타마현 모리타병원의 모리타 준이치 원장.

    암 치료에서 현대의학과 대체의학 사이에는 일정한 긴장관계가 유지된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의 말기암 환자와 가족들은 암에 효과가 있다고 소문난 식품이나 민간요법에 무분별하게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 이에 대해 의사들은 “식품 따위로 어떻게 암을 치료하나” 혹은 “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의지하는 한 적절한 치료가 불가능하다”며 불쾌감을 표시한다.

    그러나 현대의학에 대한 불신 또한 만만찮다. 지금까지 현대의학이 사용한 암 치료방식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암을 비교적 조기에 발견하면 외과수술로 제거한 후 항암제를 쓰고,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돼 수술조차 불가능할 경우 항암제나 방사선으로 암을 축소시키는 치료를 한다. 모두 물리적으로 암을 제거하거나 축소하는 방법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20세기의 암치료는 수술·항암제·방사선 3대 요법이 군림했다. 하지만 이 요법들은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세포까지 죽이기 때문에 치료 도중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거나 수술 후 전이와 재발 가능성이 높다는 것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특히 말기암의 경우 “무엇을 해도 의미가 없으니 차라리 집으로 돌아가는 편이 낫다”고 할 만큼 현대의학이 손을 든 상태다. 여기에 “항암제는 독”이라든가 “수술로 암세포를 건드리면 퍼진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어 현대의학에 대한 저항도 상당하다.

    그 사이 암의 발생과 그로 인한 사망률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매년 1000만명 이상이 새로 암에 걸리며 그 가운데 600만명이 사망한다는 보고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암이 몇 년째 사망원인 1위 자리에 올라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1년 사망원인 통계조사를 보면 한 해 동안 24만3000명이 죽었고 그 가운데 5만9000명의 사인이 암이었다. 4명 중 1명 꼴로, 매일 162명씩 암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인구 10만명당 사망률은 2000년 122.1명, 2001년 123.5명으로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 참고로 뇌혈관질환 사망은 10만명당 73.8명, 심장질환은 34.2명, 당뇨병 23.8명 순이다.

    일본의 경우는 한국보다 심각해서 1981년 암이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한 이래 지금까지 한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으며 2000년에 이미 암 사망자 수가 30만명을 넘어섰다. 암 중에서도 폐암, 간암, 담낭암, 췌장암 등 난치성 암(치료율 30% 이하)이 증가하고 있다. 취재중 방문한 일본 사이타마현 모리타 병원의 모리타 준이치 원장은 “그 동안 사망률이 높았던 뇌혈관 장애와 심장질환은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사망률이 낮아지고 있으나 암, 특히 난치성 암은 아직까지 유효한 치료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암세포의 자살을 유도하라

    이처럼 현대의학이 암과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는 동안 1980년대에 보완대체의학 쪽에서 응원군처럼 등장한 것이 ‘면역요법(免疫療法)’이다. 면역요법이란 한마디로 우리 몸 자체의 면역기능을 강화해 스스로 암세포와 싸우도록 만드는 것으로 제4의 치료법이라 불리기도 한다.

    면역요법론자들의 암에 대한 인식은 현대의학과는 다르다. 즉 그들은 외부로부터 발암물질이 들어와 암이 발병한다고 보지 않는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 해도 하루에 300~1000개의 암세포가 만들어지는데 이런 유전자 변형은 노화, 스트레스 등 무리한 생활방식과 정신적인 원인 때문에 생긴다. 다만 건강한 사람은 몸 안에 암세포가 발생하더라도 그것을 공격하고 파괴하는 기능이 원활하기 때문에 암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요인에 의해 암세포가 일시에 많이 발생하거나 면역기능이 크게 약화된 상태에서는 암세포가 죽지 않고 살아남아 이른바 현대의학에서 말하는 암이 된다.

    안양병원 ‘보완대체의학 암연구소’의 김태식 소장은 “현대인은 누구나 암세포 보유자”라며 “이 암세포들이 적어도 1cm, 1g 정도의 덩어리는 돼야 CT촬영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이때는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아도 이미 10억개 이상의 암세포가 만들어진 상태여서 조기라는 말이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아직 종양으로 인정되지 않지만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를 ‘조기암(혹은 암 체질)’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면역요법은 암 치료의 희망인가

    안양병원 보완대체의학 암연구소의 김태식 소장.

    면역이란 ‘자기’와 ‘비(非)자기 혹은 이물’을 구별하여 배제하는 인체 시스템이 작동해 병에 걸리지 않게 하는 것이다.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은 백혈구가 주도하는데 체내에 침입자가 있으면 백혈구군의 감시부대가 작동해 병사들을 불러모으고 힘을 합쳐 침입자를 퇴치한다. 일반적으로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외부 감염에 대항하는 면역 메커니즘(항원-항체반응)을 ‘체액성 면역’이라 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암은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달리 외부 침입자가 아니라 우리 몸 안에서 생긴 ‘불량세포’다. 이 불량세포는 일정 역할을 수행한 후 수명이 다하면 자살(이 작용을 ‘아포토시스’라고 하며 이것이 인체 신진대사의 열쇠다)하는 정상세포들과 달리, 제멋대로 증식을 거듭해 주위 조직을 공격한다. 암처럼 ‘비자기’가 아닌 ‘자기’ 안에서 문제가 일어날 때 작동하는 면역 메커니즘이 ‘세포성 면역’이다.

    세포성 면역요법의 핵심은 암세포의 ‘아포토시스’를 유발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인체의 세포성 면역 메커니즘을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불량세포의 존재를 감지한 매크로퍼지(대식세포)가 “여기에 이상한 놈이 있다”고 정보를 제공하면 인터루킨-12라고 하는 사이토카인(면역활성물질)이 헬퍼T전구세포(Th0)를 자극해 Th1세포로 분화시킨다. 흔히 Th0를 예비역 병사, Th1을 현역병사에 비유하는데 Th1은 또 다른 사이토카인인 인터페론-감마를 방출해 킬러T세포, 내추럴킬러세포(NK세포), 림포카인 활성화 킬러세포(LAK세포) 등 암에 대항하는 최전선 부대를 형성하게 하는 동시에 인터루킨-12의 생합성을 돕는다. 이들 킬러세포들은 암세포에게 다가가 ‘퍼포린’이라는 독가스를 쏘아 암세포를 파편화하고 이때를 기다리던 매크로퍼지가 암세포의 잔해를 먹어치운다.

    이 과정에서 눈길을 끄는 것이 인터페론-감마, 인터루킨-12, 종양괴사인자와 같은 사이토카인의 역할이다. 이들은 킬러세포들의 활동을 자극해 ‘전투력’을 높여주기 때문에 암과의 전투에서 필수 요원이다. 실제 암환자의 경우 조기암이나 진행암에 관계없이 인터페론-감마나 인터루킨-12의 수치(생합성 능력)가 정상인의 3분의 1 이하 수준으로 떨어지며, 종양괴사인자의 경우 3분의 2에 머물렀다. 따라서 암을 사멸시키는 세포(킬러T세포나 LAK세포)의 활성도도 떨어진다. 여기에 항암치료를 하면 면역력은 더욱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면역력을 높여주는 물질을 인위적으로 암 환자의 몸 속에 넣어주면 어떨까. 여기에 착안한 것이 면역요법이다.

    주목받는 면역세포요법

    대표적인 항암 면역요법은 아가리쿠스나 상황버섯, 현미 등 면역력을 증강시켜주는 식품이나 이들로부터 추출한 물질(의약품도 있고 식품도 있다)을 섭취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자신의 면역세포를 꺼내 체외에서 배양·증식하여 다시 체내로 주입하는 ‘면역세포요법(혹은 세포면역요법이라 부르기도 한다)’이 주목받고 있다. 전자가 아직까지 민간요법으로 인식되고 있다면, 후자인 ‘면역세포요법’은 최근 의학계와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 만큼 현대의학의 한 분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일본에서 ‘NK세포면역치료법’을 도입한 조오다클리닉의 조성훈 원장은 “면역세포요법은 환자 자신의 세포를 배양하여 넣어주므로 거부반응이나 부작용이 거의 없다”면서 “NK세포는 종양세포의 발생 및 증식과 전이를 억제할 뿐 아니라 병균과 기생충, 진균, 세균 등에 감염되는 것을 억제한다. 무엇보다 우리 몸의 면역력을 높여주어 병의 발생 자체를 예방해주는 놀라운 치료법”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NK세포면역치료는 환자에게서 채혈한 혈액 안의 백혈구로부터 NK세포를 분리한 후 이를 사이토카인과 혼합배양해 고순도의 NK세포를 증식시켜 다시 체내에 주입하는 것이다. 1회에 체내에 주입하는 NK세포 수가 약 10억개로 정상인(약 7000만~8000만개)의 10배가 넘는다. 단순 계산으로도 10배가 넘는 NK세포가 체내에 돌아다닌다면 면역력이 강해지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면역요법은 암 치료의 희망인가

    61세 여성의 간 사진. 간의 절반 가량(화살표 부분)이 종양(위) 이었으나 AHCC를 섭취한 지 4개월 만에 종양이 절반 정도로 줄었고(가운데), 6개월 후에는 종양이 거의 사라졌다(아래).

    면역세포요법은 종류에 따라 LAK요법, CTL요법, TIL요법, NKM요법, NK요법 등이 있는데 현재 일본에서는 14개 대학병원과 3곳의 암센터, 33개소의 민간병원에서 이와 같은 다양한 면역세포요법을 시행하고 있다(조성훈, 오다하루노리 공저, ‘NK세포면역치료’참조). 국내에서는 이노메디시스, 이노셀, 퓨처셀뱅크, 셀메딕스클리닉 등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일본과 기술제휴를 하거나 독자적인 항암 면역세포치료법을 개발하고 곧 임상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노메디시스측은 “골수암 등 혈액관련 암을 제외한 모든 종류의 암에 적용 가능하며 일본에서는 말기암 환자의 30% 정도가 효과를 보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치료법은 지금까지 알려진 30%의 유효율에 비해 비용이 1500만~3000만원(기본 6회)에 이르는 등 환자부담이 크고, 아직까지 이런 첨단기술과 시설에 대한 검증장치가 없다는 문제를 갖고 있다.

    낫기는 낫지만 왜 낫는지는 모른다

    ‘영지버섯이 암에 효과적이다.’ ‘홍삼의 항암효과가 탁월하다.’ ‘상어연골분말을 먹었더니 말기암이 나았다.’ 이런 이야기는 주위에서 흔히 들을 수 있다. 실제 효과를 거두었다는 사례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하지만 왜 그런 식품들이 효과가 있는지, 실제 얼마나 어떻게 복용해야 하는지, 또 어떤 효과가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과학적·이론적 근거가 부족하다. 누군가 ‘기적의 암 치료 식품’을 개발했다고 하면 우르르 몰려갔다가 몇 년 후 자취도 없이 사라져버리기 일쑤다.

    이처럼 암 치료와 관련한 기능성 식품에 대해 시비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지금까지 만들어 파는 데만 급급했지 과학적 검증, 즉 임상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지난 10여년 동안 대학병원급에서 이런 제품들을 암 치료에 보조적으로 활용해 임상결과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우선 ‘섭취해서 암에 대한 면역력을 높이는 물질’, 이른바 BRM(Biological Response Modifiers, 생체응답조절물질)에는 의약품인 면역부활제와 의약품으로 인정되지는 않지만 면역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는 식품이 있다. 용련균에서 추출한 피시바닐이나 버섯에서 추출한 레티난, 소니페란, 크레스틴 등은 사이토카인의 생합성을 자극하는 기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물질은 이미 일본에서 의약품으로 인가받아 임상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영지버섯이나 아가리쿠스, 사르노코시카케, 프로폴리스, AHCC, 폴리페놀 등 의약품이 아닌 식품류 가운데에도 ‘항암효과’가 입증되고 있는 것들이 많다.

    대표적인 예가 AHCC. 1986년 일본 아미노업화학이 버섯 균사체를 배양해 추출한 면역강화물질인 AHCC는 일본 간사이 의대 가미야마 야스오 교수가 간 절제 수술을 받은 암환자 등 200여명에게 투여해 생존율과 치료효율 등을 학계에 보고한 바 있다.

    AHCC면역요법의 메카로 알려진 요코하마 소재 컴포트병원의 우노 가쓰야키 원장도 1998년 6월부터 1999년 11월까지 4기 암 환자 38명에 대한 임상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다(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신동아’ 2002년 2월호 ‘일본의 AHCC면역요법’ 참조).

    우노 원장은 “과거에는 면역식품에 대해 ‘효과가 있는 것 같다’는 식으로 매우 모호하게 표현했지만, 이런 연구결과를 통해 AHCC의 경우 의학적·과학적으로 분명한 효과가 있음이 입증됐다”고 말한다. 우노 원장은 기존 수술·항암제·방사선 3대 요법에 면역요법을 포함해 4대 요법을 적절히 병행하면 암의 치유·개선·연명·삶의 질 차원에서 70% 정도의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우노, ‘의학적 암면역요법 최전선’ 참조). 결국 암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방식이 더 우수한가가 아니라, 치료의 유효율을 높여 ‘원치 않는 죽음’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아닐까.

    1960년대부터 일본에 퍼지기 시작한 항암 면역요법은 크게 보아 3기에 걸쳐 진화했다. 초기 면역요법은 비타민 A, C, E 등의 항산화 작용을 이용해 면역력을 높이는 것으로, 치료효과는 불충분하나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2기에 접어든 1980년대에는 암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AHCC나 아가리쿠스 등 버섯류 물질들이 다양한 면역식품으로 만들어져 이용됐다. 이 식품들은 면역 활성 차원에서 일정한 효과를 거두었으나 암세포가 아포토시스(자멸) 상태에 이르게 하지는 못했다. 더욱이 면역식품을 섭취해도 어느 단계에 이르러선 더 이상 면역활성이 높아지지 않거나 다시 떨어지는 경우가 나타났다. 이른바 ‘면역고갈’ 현상이다.

    면역요법의 3기는 면역고갈(혹은 결핍) 현상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에 집중됐다. 면역활성물질인 사이토카인의 생성에 필수적인 소재가 고갈된 상태에서는 아무리 면역활성을 자극한다 해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버섯계 다당류 면역식품(혹은 약품)이 면역을 활성화하는 과정을 살펴보자. 버섯계 면역 다당류에는 글루칸이라고 하는 성분이 함유돼 있는데, 이 성분이 면역세포를 자극하여 암세포를 공격 및 제거할 수 있는 항암성 사이토카인(인터루킨-12, 인터페론-감마)이 생성·방출됨으로써 면역계 전체가 활성화된다. 한마디로 글루칸이 체내 사이토카인 제조공장에서 채찍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아무리 채찍질을 하며 사이토카인 생산량을 늘리라고 요구해도 제품을 만들어낼 재료가 부족하면 더 이상 생산량을 늘릴 수가 없다.

    또 항암성 사이토카인이 잘 생성되려면 백혈구가 ‘환원 상태’로 유지돼야 하는데 종양이 생기면 항상 염증반응이 일어나고 있어 이 부분의 면역세포는 항암성 사이토카인을 생성하기 어려운 ‘산화 상태’가 되기 쉽다. 결국 면역세포가 항암성 사이토카인을 생성할 수 있도록 재료를 꾸준히 공급함과 동시에 백혈구를 환원 상태로 유지해줄 ‘당근’이 있어야 한다. 면역식품을 섭취한 후 3개월 무렵에 이와 같은 면역고갈 현상이 일어나기 쉽다. 이런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면역고갈을 막아줄 새로운 물질 ‘D-12(Dimer12)’가 개발됐다.

    D-12는 허브계 식물의 다당류와 여러 종류의 아미노산, 미량원소 등을 복합하여 얻은 물질로 일본 (주)위브사의 니시코리 고지 박사(약학)가 개발해 이미 임상결과도 보고됐다. 우노 박사는 의학적으로 말기 또는 말기암에 가까운 진행암 환자 206명을 ‘면역향상유지그룹’과 ‘면역불충분그룹’으로 나누어 생존일과 생존율을 기록했다( 참조). 면역향상유지그룹은 AHCC, D-12, 크레스틴을 병용섭취한 사람들이고, 불충분그룹은 그렇지 않은 경우다. 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면역향상유지그룹은 400여일동안, 50% 이상이 생존했다. 연명률로 보면 면역불충분그룹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우노 원장은 종양이 너무 커 혈관과 담도를 누르는 심각한 상태여서 수술이 불가능했던 65세의 간암 환자에게 6개월 동안 매일 AHCC 6g, D-12 6캡슐, 크레스틴 3g을 복용케 한 결과를 제시했다. CT 사진에서 이 환자의 암세포가 소멸됐고 혈관도 정상으로 돌아왔으며 황달 증상도 사라졌다.

    폐암 조기 진단을 받은 한 48세 여성은 아버지가 췌장암으로 고통받다 사망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수술과 항암치료를 거부했다. 조기에 발견했기 때문에 가장 바람직한 치료는 수술 후 면역요법을 실시하는 것이었으나 환자의 거부로 포기하고 AHCC와 D-12에 의한 면역요법만 실시했다. 초진시 1.5cm였던 종양은 4개월 후 CT 사진에서 거의 사라졌다고 할 만큼 결과가 좋았다.

    물론 모든 환자가 완치에 이르는 것은 아니다. 53세의 폐암 4기 환자의 경우 6개월간 AHCC, 크레스틴, 상어연골을 섭취했으나 암이 축소되지 않고 암 주위에 염증이 생겨 흉수가 차기 시작한 상태였다. 이 환자에게 10개월간 AHCC와 D-12를 병용 섭취케 한 후 CT를 찍어보았더니 암세포가 상당히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완치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암과의 공존상태’가 실현된 것이다.



    면역요법은 암 치료의 희망인가

    직경 5cm의 전이성 폐암(○부분)이 버섯계 면역식품과 D-12를 4개월간 함께 복용한 후 거의 사라진 것이 확인됐다.

    AHCC는 면역담당 세포(림프구)에 자극을 주어 항암성 사이토카인의 생성을 늘려주고, D-12는 항암성 사이토카인의 결핍을 예방해 면역 활성 상태를 강화하거나 유지시킨다. 의약품인 크레스틴은 암세포 표면에 HLA클래스I 항원의 발현을 촉진해 ‘나는 암세포다’라는 표시를 해서 킬러T세포가 암세포를 제거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우노 박사는 위 3가지를 조합한 ‘3세대 암 면역치료법’을 제안했다.

    복합면역요법으로 종양이 사라지다

    그러나 우노 원장은 D-12의 개발에 직접 관여했기 때문에 보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기자는 도쿄에서 기차로 1시간반 정도 떨어진 사이타마현 히키군의 모리타병원을 방문했다. 모리타병원은 35개 병상을 갖춘 소규모 지역의료기관으로 만성질환 환자가 많았다. 모리타 준이치 원장(의학박사)은 3년 전부터 면역요법을 실시하고 있었다.

    -암 환자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암에 대해 전지전능한 치료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필요에 따라 3대 요법과 면역요법, 호르몬요법, 림프구요법 등 다양한 가능성을 조합하여 치료해야 한다. 특히 3대요법을 실시할 경우 환자의 면역력이 저하되지 않도록 면역요법과 체력 증진, 한방요법 등을 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 면역요법을 활용하는가.

    “암은 기본적으로 면역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므로 처음부터 면역요법을 병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항암제는 세포에 작용하는 독 그 자체다. 아무리 암세포만 겨냥한다지만 다른 정상세포에도 작용하는 독극물인 것이다. 면역요법은 그런 부작용이 없다.”

    -면역식품이 환자의 면역력을 높여준다면, 왜 고갈현상이 일어나는가.

    “NK세포와 킬러-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할 때는 인터루킨 등 사이토카인도 대량으로 사용되는데, 이처럼 사이토카인이 부족해지면 면역고갈이 일어나게 된다. 당뇨병을 예로 들면 인슐린으로 혈당을 조절하는데 이것을 다 써버리면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도록 뇌에 명령을 하는 치료법을 썼지만 이미 다 써버려서 없는 인슐린이 분비될 수 없기 때문에 요즘은 직접 인슐린을 보충해주는 치료를 하고 있다. 면역고갈을 막으려면 자극만 할 게 아니라 사이토카인의 원료인 아미노산을 함께 공급해줘야 한다.”

    -그렇다면 AHCC와 같은 면역증강식품과 D-12 같은 면역고갈방지식품을 병용해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두 가지를 병용하는 게 좋다. 다시 말하지만 AHCC는 여러 종류의 버섯 균사체를 배양해서 얻은 면역부활물질을 제품화한 건강식품이다. 이미 일본에서 10년 이상 사용됐지만 면역고갈이라는 문제에 대처하지 못했다. D-12로 면역고갈의 예방 및 치료가 가능해졌다.”

    -실제 면역력이 고갈된 환자에게 D-12를 복용시킨 결과가 궁금하다.

    “지금까지 10명 정도 임상결과가 있는데 전반적으로 간, 위, 식도 등 내장에 생기는 고형 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리타 원장은 폐에 5cm의 전이성 종양이 있는 환자(59세 남성)에게 D-12를 복용케 한 결과 4개월 후 암이 거의 소실된 사례와 앞으로 1~2개월밖에 살 수 없다는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말기 결장암 환자(48세 남자)가 D-12와 사리드마이드(혈관신생저해치료제)를 복용한 후 2개월 만에 S자 결장의 종양이 사라진 사례를 소개했다.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암 치료의 3대 요법과 면역식품을 병용한다고 할 때 어떤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나.

    “암이 발견되면 여러 가지 검사를 거쳐 대개 1~2주 후에 수술을 하게 된다. 수술 후에는 소화능력 등이 떨어지기 때문에 곧바로 면역식품을 사용하기보다는 2주일 정도 지나서 병용하는 게 좋다고 본다. 물론 환자의 상태가 좋으면 복용시기도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치료비용은 어느 정도인가.

    “항암제나 검사비용은 보험 적용이 되지만 면역식품은 100% 환자부담이다. D-12만 사용한다면 1개월에 4만엔(약 40만원) 정도 든다.”

    -몇 개월 정도 복용해야 효과가 나타나는가.

    “암의 진행 여부와 다른 치료와의 병행 등 여러 가지 경우가 있기 때문에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다. 갑상선암의 경우 10~20년씩 암과 공존하는 사람도 많다. D-12를 복용하고 나서 대략 6~7개월 정도면 효과가 나타나고 1년 정도 복용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환자에게 이런 치료를 했을 때 생존율이 몇 %, 이런저런 치료를 조합했을 때 생존율이 몇 %라는 것을 모두 설명하고 환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라고 생각한다.

    -면역요법을 소개했을 때 환자의 반응은?

    “일부 고령의 환자들은 비용 문제로 거부하는 경우도 있었다. 향후 면역요법이 널리 쓰이려면 보험적용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면역요법이 결코 현대의학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우노 박사는 최근 펴낸 저서 ‘의학적 암 면역요법 최전선’에서도 이 점을 강조했다.

    “조기 암일 경우 외과수술로 종양을 제거한 후 면역치료를 병용하는 편이 보다 양호한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수술로 인한 과도한 손상이 없다고 판단되는 데도 수술을 거절하고 면역요법에만 의지하는 것은 모험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현대의학과 대체의학의 부조화

    실제 데이터를 보더라도 수술이 가능한 상태에서 수술을 하지 않고 면역치료에만 의존했을 경우, 수술과 면역치료를 병용한 경우에 비해 위험도가 8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작용 때문에 기피 대상이 되고 있는 항암제 치료도 과거 ‘다량의 항암제를 투여해 암세포를 확실하게 사멸하는’ 대용량 항암치료 대신 저용량 항암치료로 바뀌는 추세여서 면역요법을 병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안양병원 암연구소의 김태식 소장은 일본의 경우 암환자의 면역력을 높이는 차원을 넘어 면역고갈에까지 도전하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보완대체의학을 불신하는 단계에 ‘버섯’ 이야기조차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지적한다.

    “일본의 기능성식품들이 뛰어나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임상통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무시할 수도 없다. 현대의학은 암, 마약, AIDS와 같은 국경 없는 전쟁에서 모두 졌다. 270여종에 달하는 암 중에서 의사가 고칠 수 있는 것이 몇 개나 되는가. 항암제가 듣는 암은 몇 가지이며 또 완치된 암은 몇 가지나 되는가. 말기암 환자에게는 진통제를 처방하는 것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현대의학은 겸손해야 한다. 보완대체의학에서 암 치료와 관련해 개발된 것이 2000가지도 넘는다. 문제는 임상통계가 없다는 것이다. 효과가 있다 해도 제품 선전을 위한 ‘간증’에 불과하다. 그 사이 신뢰하기 어려운 제품들이 마구 수입되고 있다. 이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공공기관이 나서서 보완대체의학을 검증해야 하지 않겠는가.”

    아직까지 현대의학이 해결하지 못한 암. 면역요법이라는 새로운 치료법에 희망을 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면역증강제와 각종 치료법들이 떠돌아다니는 한 암환자 가족들의 절망도 깊어질 뿐이다.

    김 소장은 의학이 환자를 위해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의학이면 어떻고, 한방이면 어떻고, 보완대체의학이면 또 어떤가. 다른 무엇보다 환자 치료가 최우선이라면 이들을 적절히 조합하는 ‘통합의학’으로 가야 한다. D-12를 넘어 새로운 면역요법과 제품개발은 계속될 것이다. 머지 않아 ‘암은 두렵지 않은 병’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언제까지 일본의 뒤만 따라갈 것인지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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