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호

한나라당 ‘40대 기수론’의 주역 원희룡 의원

“박 대표, 제대로 유신 사과하고 정수장학회 내놓아라”

  • 글: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4-08-25 11: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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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국가정체성 논란은 부적절한 카드
    • ■ 한나라당은 행정수도 이전 반대로 돌아서는 과정
    • ■ 이재오, 홍준표 의원은 당을 위기에 빠뜨린 과오 있다
    • ■ 한나라당 개혁은 반짝 서광이 비친 정도
    한나라당 ‘40대 기수론’의 주역 원희룡 의원
    재선인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1964년 생으로 올해 40세다. 그는 지난 7월17일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대표에 이어 2위로 최고위원이 됐다. 은연중 선수(選數), 연공서열 관행을 중시하는 보수정당에서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이에 대한 당내 반응은 다양했다. “한나라당이 이제 좀 달라지려나보다”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반면 “박근혜 대표가 아직 불안정한 수도권-재선 소장파 그룹에 둘러싸이는 것 아니냐”며 탐탁지 않게 보는 쪽도 있었다.

    전당대회 이후 국가정체성 논란, 과거 청산 논란, 경제 위기, 행정수도 이전 대립, 고구려사 왜곡 문제, 한나라당내 재선-3선 그룹간 갈등 등 한달 사이 많은 일이 발생했다. 원 최고위원은 이런 현안을 에두르지 않고 딱 부러지게 얘기했다. 박근혜 대표와 관련한 자신의 견해도 직설적으로 밝혔다.

    -박근혜 대표가 제기한 국가정체성 논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요.

    “간첩경력의 의문사위원회 조사관이 군 수뇌를 조사한 일, 북한의 NLL침범과 관련해 청와대측이 북한에 항의하기보다 해군 관계자들을 먼저 질책한 일 등이 국가정체성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안보를 걱정케 하는 사안이었으므로 야당의 대표로서 이를 짚어본 것입니다. 그러나 ‘국가정체성’이라는 거대 이슈를 끌어가는 데 그 내용의 구체성이 부족했고 추상적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냉전적 틀 내에서 이념논쟁을 하는 것처럼 비쳤습니다. 결과를 놓고 보자면 당내외 보수세력의 불만을 잠재우는 효과는 있었습니다. ‘야무지고 당찬 야당 대표’의 이미지를 남겼습니다. 하지만 새 비전이 결합되어 제시되지 못해 외연적으로 지지를 확대하지는 못했습니다.”



    -‘구체성이 부족했다’는 의미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야당은 ‘간첩 경력 조사관이 군 수뇌를 불러 무슨 조사를 했느냐’는 문제까지 살폈어야 했습니다. 조사한 내용을 보고 대응수위를 다시 조절했어야 했습니다. 의문사 규명이라는 직무에 충실한 조사였는지, 아니면 군 수뇌를 폄하하거나 다른 목적이 의심되는 조사였는지 충분히 살폈어야 합니다. 이런 것 없이 단지 조사만 했다는 사실만으로 계속 국가정체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였습니다. 정확한 ‘팩트(사실)’를 계속적으로 확인해가면서 이를 갖고 정부에 문제제기를 해야 중립지역의 국민들을 끌어안을 파괴력이 생기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국가정체성 논란은 극한 용어를 사용한 것에 비하면 실속이 없었습니다. 내부 결속용이었다면 그것은 부적절한 카드였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정치권에서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도 박근혜 대표를 ‘독재자의 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어떻게 보는지요.

    “문화혁명으로 중국에선 3000만명이 희생됐습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마오쩌둥의 공을 높이 평가하고 있지 않습니까.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은 70, 과는 30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숫자는 무의미합니다. 민주주의와 인권 탄압은 확고히 단절하고 극복해야 합니다. 그러나 100달러였던 1인당 소득을 1만달러로 끌어올리고 유례없는 자원집중으로 경제 메커니즘을 혁신해 생산력을 비약적으로 증대시킨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로는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요즘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자주 거론하는 까닭은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당연히 ‘박근혜 때리기’의 일환으로 박 전 대통령을 이슈화하는 것이지요. 5, 6공화국, 유신 등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켜 한나라당과 박근혜 대표에게 지속적으로 흠집을 내겠다는 전략 아닙니까. 당분간 먹힌다고 봅니다.”

    -한나라당과 박 대표의 대응은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박근혜 대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축소형 부활’로 평가받는다면 이 나라의 미래를 끌고 갈 힘을 상실하게 됩니다. 박근혜 대표는 미래라는 가치에 어떤 것을 담을지를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박 대표는 경제성장, 한국의 선진화, 시장경제주의, 애족주의에 대해선 분명한 소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나라당과 박 대표는 이러한 것들이 민주화의 틀 속에서 구현될 방법론을 제시해야 한다고 봅니다.”

    격과 내용과 강도 갖춘 사과 필요

    여권은 유신시대의 인권탄압 문제 등을 두고 박근혜 대표가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사과를 몇 번 하라는 말이냐”는 반응도 나왔다. 실제로 2004년 4월 총선 무렵 박 대표는 매스컴에 나와 유신시대의 과오에 대해 공개 사과한 적이 있다. 원희룡 의원은 “박 대표는 사과를 다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견 열린우리당의 요구와 비슷하다. 원 의원에게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박근혜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유신문제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여권이 박 대표에게 ‘사과한 적 없다. 사과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나도 박근혜 대표가 유신에 대해 사과를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런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봅니다. 사과를 할 때는 격과 내용과 강도를 적절히 갖춰야 합니다. 여러 가지 말을 하면서 지나가는 말로 사과를 한다면 듣는 사람에게는 사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유신 시절 억울하게 감옥 가서 청춘을 보낸 사람, 의문의 죽음을 당한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박 대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이유로 사과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정치인이라고 연좌제를 물어선 안 됩니다. 유신 말기 퍼스트레이디 노릇을 했다는 이유로 사과할 필요도 없습니다. 영부인이 불행하게 돌아가신 뒤 딸이 그 일을 대신한 것까지 비판해서야 되겠습니까. 그때 박근혜 대표가 무슨 의사결정권한이 있었겠습니까. 박 대표가 독재수호와 인권탄압에 관여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역사 앞에 겸허해지자는 마음, 당시 고통을 함께하지 못했다는 마음으로 적절한 자리에서 국민을 향해 정중하고 공식적인 방식으로 다시 유신에 대해 사과할 필요는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친일진상규명 등 과거사 정리에 대한 논란도 뜨겁습니다. 원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추진하는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에 동의했는데 지금도 같은 생각인가요.

    “개정안은 친일진상규명의 대상을 일본군 소위 이상으로 확대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조사대상에 포함되게끔 했습니다. 이것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지만 내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대상 확대에 반대할 명분이 궁합니다. 다만 일제강점 36년 동안 독립투사가 되지 않은 대다수 한국인은 경제생활, 직업생활을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친일적 활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은 이해해야 합니다. 같은 민족에 직접적 위해를 가한 악질적 친일행위와는 구분되어야겠지요. 박 전 대통령의 경우엔 국가지도자까지 된 분이므로 짚고 청산할 문제가있으면 그렇게 해야겠지만 그런 문제를 압도하는 공적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정수장학회 이사진도 교체해야

    내친김에 박근혜 대표를 둘러싼 커다란 논란 중 하나인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해서도 견해를 물었다. 원희룡 의원은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라”는 요구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물러난 뒤 ‘수렴청정’하지 말라”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박근혜 대표가 정수장학회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것을 두고 ‘정수장학회는 군사쿠데타 세력이 부산의 기업인에게서 강압적으로 빼앗은 재산인 만큼 이사장을 맡고 있는 박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여권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데….

    “정수장학회는 박근혜 대표 개인의 소유가 아니며 의미 있는 사회복지사업을 하는 단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해 박 대표는 정수장학회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정수장학회 형성과정에 강압적 요소가 있었다’는 논란은 쉽사리 해소될 사안이 아닙니다.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그야말로 쿠데타적인 방식을 연상시키는 것으로, 명분이 약합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정치지도자는 역사적 가치가 충돌하는 논제에서는 처신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자기 것을 계속 갖고 가겠다고 해선 곤란합니다. 포기할 것은 포기해야 합니다. 정수장학회를 해산하거나 부일장학회측에 되돌려줄 필요까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박 대표가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는 결단은 보여주어야 합니다. 물러나더라도 완전히 손을 떼는 방식이 좋겠습니다. 뒤에서 수렴청정하는 것으로 비치면 더 곤란해집니다. 민주화 운동에 기여한 신망 있는 인물로 정수장학회의 새 이사진을 구성하는 것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한나라당, 몇 걸음 못갔다”

    -박근혜 대표에게도 이런 견해를 전했나요.

    “네. ‘자기 것을 버리는 것이 얻는 것이다. 적절한 명분과 모양새를 갖추는 것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재선의원 중심의 소장파가 당의 전면에 배치된 것은 한나라당 창당 이래 처음 있는 일입니다. 전당대회를 통해 한나라당이 많이 젊어졌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국민이 원하는 수준까진 아직 멀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한나라당의 변화를 어느 정도 체감하나요.

    “반짝 서광이 비친 정도입니다. 과거에 비해선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러나 정치 운동체로선 몇 걸음밖에 내딛지 못했습니다. 간판으로 내세우는 인물을 바꿔 지지를 얻는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습니다. 20, 30대는 여전히 한나라당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움직여서 뭘 담아낼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경제 문제의 경우만 해도 한나라당은 민생을 챙기겠다고 하는데 그것이 격려성, 순시성 현장방문에 그쳐선 안 됩니다. 특정 현안마다 그 원인을 깊이 연구하고, 정부에 매섭게 따지고, 나름의 대안과 프로그램을 제시하면서 국민과 함께해야 합니다. 영남 출신 의원들도 변화하려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그러나 집권전략에 인식차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보수적 의원들은 이대로면 집권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고 다른 쪽에선 더 변하지 않으면 어림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40대 기수론’의 주역 원희룡 의원

    원희룡 의원은 “호남의 신뢰를 회복하지 않고서는 한나라당은 민족공동체 비전을 실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내 재선의원 중심의 소장파와 3선의원 그룹 간의 긴장관계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특히 소장파가 당내 주요 요직에 일제히 포진하자 3선의원들은 비주류로 남겠다면서 당무를 거부하기도 했다. 소장파가 박근혜 대표 체제에서 박 대표와 느슨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과 달리 3선 그룹의 주요 인사는 이명박 서울시장과 친분을 맺고 있다. 소장파와 3선의원의 핵심은 각각 수요정치모임과 국가발전연구회에 가입해 본격적인 세 불리기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소장파와 3선의원 그룹이 ‘주류 대 비주류’로 나눠진 셈이다. 원희룡 의원은 3선의원 그룹의 핵심 인사들을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실제로 그런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재선 그룹과 3선 그룹 사이의 경쟁관계가 심화되고 있다고 하는데….

    “3선의원들을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보는 것은 무리입니다. 지난 원내대표 경선 때 수요정치모임 회원의 대다수가 김덕룡 현 대표를 밀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올인’하는 모습은 좋지 않다면서 3선 의원인 김문수 의원을 공개 지지했습니다. (당시 원희룡 최고위원은 ‘과거 원내대표 경선에서 돈봉투가 돌았다’고 폭로했는데 이에 대해 김문수 의원은 기자에게 ‘원 의원이 그런 폭로를 해주어 내게 큰 힘이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3선의원인 이재오, 홍준표 의원이 총선 이전 당을 치명적 위기에 빠뜨린 부분에 대해선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이재오 의원은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정국에서 비대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으면서 당이 탈바꿈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오히려 최병렬 대표를 끝까지 사수했습니다. 홍준표 의원은 가짜 CD 폭로전으로 당을 곤궁에 빠뜨렸습니다. 당시 나는 기획위원장 자격으로 비대위 회의에 참석했는데 홍 의원의 폭로가 근거가 있는 것인지 궁금해서 묻다가 ‘안에서 비판하려거든 회의에 참석하지도 말라’는 경고를 듣기도 했습니다.”

    내실있는 호남 지원방안 추진해야

    -얼마 전 호남에 농활을 다녀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호남과의 관계설정은 어떤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보는지요.

    “호남의 신뢰를 회복하지 않고서는 한나라당이 국가선진화나 민족공동체 비전을 실현할 수 없습니다. ‘떡 줄 테니 보따리 내놔라’는 식으로 호남에 접근해서도 안 됩니다. 호남의 경제를 실질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호남 시도지사와 한나라당 간 당정협의가 앞으로 자주, 또 내실 있게 전개되도록 한나라당이 먼저 노력할 것입니다.”

    -여권은 행정수도 이전을 이미 발표한 일정대로 추진할 태세입니다. 이에 대해 복안이 있습니까.

    “나도 행정수도 이전에는 찬성한 바 있습니다. 이전 명분에도 동의합니다. 정부에선 정부 부담이 11조원 정도라고 했습니다. 그 정도 비용이라면 괜찮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비용이 2배, 3배 늘어나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국민 부담이 너무 커집니다. 비용에 비해 충분한 효과가 있을지도 확실치 않습니다. 이럴 경우 납세자가 동의를 해줄지 의문입니다. 사실상 한나라당은 행정수도 이전 반대로 돌아서는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은 벌여놨는데 이전반대 여론은 점점 거세지고 있으니 여권도 내심 난처할 것입니다.

    한나라당도 여권에 퇴로를 열어줄 필요는 있습니다. 절충점을 모색할 수도 있습니다. 11조원 정도의 비용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일종의 제2정부청사 건설을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절충점 모색의 부작용이 더 많다고 하면 여권이나 한나라당은 결판을 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문제와 관련해 정부는 강경대응 방침을 정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한걸음 더 나아가 “일시적으로 한중관계가 나빠지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중국에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체로 야당이 정부보다 더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기조다. 원희룡 의원은 존경하는 인물로 세종대왕과 덩샤오핑을 꼽을 정도로 중국 현대사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

    “脫美親中 다잡는 계기”

    -중국이 고구려사 왜곡에 본격 나서고 있습니다. 정부와 야당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한다고 보나요.

    “중국은 한국에 대한 전략적 평가를 이미 끝낸 것 같습니다. 중국은 해외투자 유치에서 한국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앞서가고 있습니다. 유인우주선 발사 이후 자긍심도 한껏 높아졌습니다. 또 몇 가지 원천기술만 빼면 대다수 산업화 기술의 경우 한국을 곧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경제적으로 한국에 특별히 의존하는 분야도 없습니다.

    외교, 안보면에서도 북한은 이미 중국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어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치마에 매달리지 않으면 납치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고구려사 문제에 대해 발언권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중국은 6자회담을 주도하고 있는데 난징조약 이후 중국 외교의 위상이 이렇게 커진 적이 없습니다. 이미 중국은 한국을 상대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죠.

    이런 중국이 지금 두 가지 걱정거리를 안고 있습니다. 소수민족 문제와 대만 문제가 그것입니다. 티벳 신장 등에서 소수민족의 저항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대만 독립을 둘러싼 긴장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내부결속을 위해 중국은 나름대로 절박감을 갖고 동북공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상황이 이러하므로 한국은 뾰족한 대응수단이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해선 중국, 동남아와 함께 대응해나갈 수 있었는데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은 한국만의 싸움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 일본은 자유민주주의, 인권, 시장주의 등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어 갈등이 발생했을 때도 합의점을 찾기가 수월합니다. 그러나 중국과는 공유하는 가치가 없습니다.

    결국 한국은 중국의 명분이 취약하다는 점을 파고들어야 합니다. 고구려사 편입의 허구성과 중화패권주의의 부정적인 면을 강하게 선전해야 합니다. 정치권 일부에서 나오던 ‘탈미친중(脫美親中)’의 막연한 생각을 다시 다잡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도 긍정적 부분입니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당연히 정부보다 더 강하게 중국에 대응해야 합니다.”

    발가락 기형의 마라톤 마니아

    -당내에서 2006년 서울시장 후보로 이름이 거론되기도 하는데 도전할 의사는 있는지….

    “2~3년 뒤의 선거 포지션을 지금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요즘의 정치라는 것은 계획이 불가능한 것 아닙니까. 국민이 요구하는 콘텐츠를 담아내지 못하면 다음 의원선거에서 낙선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대의 에너지가 나를 어디로 끌고 갈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전여옥 대변인이 남경필 의원과 한 채팅에서 ‘회의에서 원 의원에게서 전날 과음의 흔적을 몇 차례 보았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원 의원은 마라톤 풀 코스를 3차례 완주한 마라톤 마니아라던데….

    “의정활동이 본격 시작되면서 술자리를 줄이고 자기관리에 힘쓰고 있습니다. 마라톤은 3년 전에 시작했습니다. 2001년 3월 동아마라톤에서 정병국 의원, 오세훈 전 의원과 함께 하프코스에 출전해 완주했죠. 매주 평균 30~50km를 뛰며 1년에 한 번 마라톤 풀 코스를 완주합니다.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발이 아프고(원희룡 최고위원은 어릴 적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발가락이 기형이다) 몸이 내 마음대로 안 된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계속 달리면 어느덧 여유와 자유가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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