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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섭 기자, 노트북을 열다

심각한 ‘에너지 안보’… 청와대가 한보그룹 벤치마킹 나서야

  • 글: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심각한 ‘에너지 안보’… 청와대가 한보그룹 벤치마킹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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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소비의 효율성 증대 문제에서도 청와대와 정부는 세계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 2004년 8월 도요타는 저속주행은 전기모터로 추진하는 전기-휘발유 겸용 ‘하이브리드카’를 미국시장에 내놓았다. 현재의 자동차보다 휘발유 값이 3분의 1 밖에 안 된다.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미 인기 조짐이 보인다고 한다. 석유 의존도를 대폭 줄인 차세대 자동차 개발에 도요타는 한국 자동차회사보다 10년 이상 앞서 있다는 평이다.

미국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최근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100억달러의 정부예산을 투입하겠다고 공약했다. 한국정부는 관련 예산이 미미해 자동차회사가 알아서 하라는 쪽에 가깝다.

석유를 대체할 대체에너지 개발에서도 한국은 미국, 일본, 러시아 등에 크게 뒤처져 있다. 러시아의 경우 수소를 활용한 대체에너지 개발이 상당히 진척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4년 한국은 재생에너지 기술개발을 위해 1964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지난해보다는 2배 늘어난 것이지만 미국의 2%, 일본의 3.5%에 불과하다.

다음은 10여명의 러시아 현직 장관급 인사들이 이사로 등재되어 있는 한러문제연구소 권영갑 소장의 말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전략이 없다. 대규모 석유자원을 갖고 있는 러시아를 먼저 한국의 파트너로 끌어들이면 북한, 일본, 중국은 자연히 참여하게 되어 있다. 러시아를 끌어들이기 위해선 민·관이 협력해 러시아 정부내 주요 인사들을 친한(親韓) 인사로 만들어 그들로 하여금 사안별로 러시아 정부를 설득하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생략한 채 ‘에너지 동북아 협의체’를 만들겠다고 하는 건 바늘 허리에 실을 꿰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에너지 안보’ 로드맵은 왜 없나

지금도 한국경제는 고유가로 비상사태지만 빠르면 10년, 늦어도 20년 뒤면 석유생산량 저하에 따라 가격급등, 공급차질 등 다양한 형태의 에너지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이 문제에 근본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선 해외 석유자원 확보를 위한 투자, 에너지효율성 증대를 위한 기술개발, 대체에너지 기술개발 등에 수십조원이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래도 지금의 미국, 일본의 일상적 투자수준밖에 안 된다. 지금이라도 투자에 나서지 않으면 주변 4강과의 에너지 격차는 ‘주권’을 위협받을 정도로 벌어지게 된다는 경고가 나온다.

결국 한정된 재원의 배분문제로 다시 돌아간다. 4조3000억원으로 ‘공주-연기의 땅’과 ‘외국의 석유 채굴권 지분’ 중 어느 것을 쇼핑하는 것이 더 애국적인지 청와대가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계산기를 두들겨봤는지 의문이다. 이사는 여유가 있을 때의 선택의 문제이지만 에너지가 없으면 국가가 당장 정지하게 되므로 에너지안보 문제는 청와대와 정부가 관심과 정성을 쏟아야 할 사안이다. 더구나 10년 뒤의 에너지 위기는 이미 예고된 것이나 진배없기에 더 그러하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현실은 민간에선 위기감을 절감하고 있고, 정부의 실무 부서에서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는 단계에 이르렀지만 대통령과 청와대는 에너지안보를 국가의 중장기 과제로 설정해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니 바닷가의 모래알과 같다. ‘로드맵’ 정권에 ‘에너지안보 로드맵’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2004년 6월 서울 한 호텔에서 테이무라스 라미슈빌리 주한 러시아 대사는 “에너지안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라고 말했다. 외국 외교관의 눈에 한국 국민의 앞날이 얼마나 걱정스럽게 보였으면 주재국 정부를 향해 이런 직설적 경고까지 하겠는가.

신동아 2004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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