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호

수학올림피아드 메달리스트들의 공부 비법

“어려운 문제 풀었을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원동력”

  • 글: 장옥경 자유기고가 writerjan@hanmail.net

    입력2004-08-26 14: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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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4 올림픽이 막을 올리기도 전에 아테네에서 ‘메달 풍년’ 소식이 들려왔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제45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참가한 6명의 한국학생 전원이 메달을 획득한 것. 이 수학천재들은 대다수가 ‘어렵다, 재미없다, 싫다’고 하는 수학이 “밥도 잠도 잊을 만큼 좋다”고 말한다.
    수학올림피아드 메달리스트들의 공부 비법

    2004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메달을 획득한 대표선수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성윤, 송용수, 정영헌, 조세익, 이승명, 박두성군(월계관을 쓴 학생들).

    “생명과학, 사회과학, 생태과학은 거대한 데이터베이스로 폭발하기 일보직전의 상태입니다. 풍부한 정보를 조화롭게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수학적 사고를 개발해야 합니다.”

    생물학자이자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사무총장인 리타 콜웰(Rita Colwell)은 수리과학분야 연구비를 5년 내에 4∼5배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미래의 테크놀로지를 이해하고 제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수학적 이론 생산이 관건이라는 것.

    한 나라의 수학실력은 그 나라의 경제력 순위와 정비례한다고 했던가. 이미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은 국가적 지원하에 수학의 체계적인 연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는 이제 ‘과학의 시대’를 넘어 ‘수학의 시대’에 진입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형편은 어떤가. 수학이라면 일단 ‘가까이 하고 싶진 않지만, 시험 성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부해야 하는 의무방어의 과목’이란 생각이 대부분일 것이다. 수능시험만 끝나기를 벼르다가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수학 책을 휴지통에 쑤셔넣는 학생도 부지기수다. 국가에서도 별 무관심이다.

    이러한 ‘수학 포비아’의 분위기 속에서 지난 7월4일부터 18일까지 그리스 수도 아테네에서 열린 제45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International Mathematical Olympiad, IMO)에서 우리나라 대표선수 6명 전원이 메달을 획득하고 종합순위 12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올렸다. 이승명(휘문고 3년), 김성윤(서울과학고 2년)군은 42점 만점에 각각 35점, 32점을 얻어 금메달을 차지했고, 송용수(중동고 2년), 박두성(경기과학고 1년)군은 은메달을, 정영헌(서울과학고 1년), 조세익(중동고 2년)군은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들은 지난해 3차례에 걸쳐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 시험을 치른 끝에 3000여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대표선수로 선발됐다.



    이들은 한결같이 “수학이란 공부하면 할수록 너무나도 재미있는 학문이며 수학처럼 흥미진진한 학문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어떤 문제는 풀기까지 짧게는 3∼4시간, 길게는 며칠씩 걸리기도 해요. 하지만 그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아요. 답을 얻어낼 때까지 문제풀이 삼매경에 빠지게 되니까요. 드디어 해답을 얻었을 때는 ‘유레카’를 외친 아르키메데스의 심정을 알 것만 같습니다.”

    금메달을 획득한 이승명군의 말이다.

    수학에서 희열을 느끼고 인생의 보람을 얻는다는 이 학생들은 보통사람의 눈에 ‘이단아’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들은 머리구조가 남과 다를까? 정말로 남보다 뛰어난 머리를 가졌기에 수학을 잘하는 걸까?

    6세 때 ‘296×2’ 풀어

    “수학을 잘하려면 어느 정도 재능이 필요하지만, 그 재능이 꼭 타고나는 것만은 아닙니다. 수학을 친숙하게 생각하면서 자주 접하고 시간을 많이 할애하면 자연스럽게 재능을 가지게 되는 것이죠.”

    이번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참석했던 대한수학회 조용승 회장(이화여대 교수·56)은 책상 앞에서만이 아니라 걸을 때나 밥 먹을 때나 또 잠자리에 누워서도 수학에 관심을 갖고 많이 생각한다면 능력을 뛰어넘는 수학 재능을 얻게 된다고 말한다. 메달리스트 학생들의 어린 시절 얘기를 들어보면 조 회장의 말을 수긍하게 된다.

    “네 살 무렵부터 엄마에게 덧셈과 뺄셈을 배웠어요. 엄마는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그냥 걷지 않고 ‘하나, 둘, 셋…’하면서 숫자를 알게 했어요. 사탕을 줄 때도 ‘사탕 다섯 개가 있는데 두 개를 친구한테 주면 몇 개가 남지?’라고 묻는 식이었어요.”

    김성윤군은 엄마와 함께 ‘숫자놀이’를 하면서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수학에 친근감을 가지게 됐다고 말한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로는 엄마가 사다준 수학문제집을 풀었다. 엄마는 채점을 해주면서 맞힌 문제는 칭찬해주고 틀린 문제는 왜 틀렸는지 김군과 함께 궁리하곤 했다. 김군은 엄마와 함께하는 수학공부가 매우 즐거웠다고 한다. 김군의 어머니 노점숙(47)씨는 아들의 수학적 재능을 여섯 살 무렵 알아챘다고 한다.

    “성윤이가 여섯 살 땐데, 다섯 살 위인 누나가 곱셈공부를 하는 것을 보고 ‘엄마, 곱하기가 뭐야?’라고 물었어요. 원리를 가르쳐줬더니 296×2 같은 문제를 금세 풀어서 깜짝 놀랐죠. 어떻게 답을 구했냐고 물으니까 먼저 ‘300×2’를 한 수에서 ‘4×2’를 뺐다는 거예요.”

    노씨는 아들이 산수문제를 풀 때 항상 곁에 있으면서 채점을 해주었는데, 흥미를 더하기 위해 약간의 쇼맨십을 발휘했다고 한다. 100점을 맞았을 때는 동그라미를 아주 크게 그려주면서 “엄마는 이 문제 모르겠어. 어떻게 했니? 우리 아들 최고!”라며 칭찬해주었다고. 문제를 틀리면 지우개로 틀린 답을 지우고 “다른 생각을 한 모양이네”라며 다시 풀게 했다. 김군이 중학교에 입학한 후에도 그날 배운 것을 물어보면서 “얼만큼 풀었니? 이렇게 어려운 문제도 풀다니, 신통하다!”라고 격려했다.

    한편 정영헌군은 아빠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며 수학적 흥미를 키웠다. 정군이 유치원에 다닐 때 서점에서 사온 산수문제집을 아빠와 함께 푸는 재미가 쏠쏠했다는 것.

    박두성군도 어릴 때부터 수학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때는 예습 위주로 수학공부를 했는데, 선생님이나 친구들이 수학을 잘한다고 칭찬해주는 게 신이 나 문제집을 열심히 풀었다.

    폭넓은 독서로 수학실력 향상

    조세익군은 다섯 살 때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 학습지로 수학을 공부했다. 조군의 어머니 임선엽(46)씨는 “하루에 세 장씩 거르지 않고 수학학습지 문제를 푼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7년 이상 하루도 빼지 않고 일정한 시간에 공부한 것이 수학의 기초체력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됐다. 송용수군도 그저 수학이 재미있어서 초등학생 시절부터 수학문제집 푸는 재미에 푹 빠졌다고 한다. 물론 학교에서 수학을 잘하는 축에 들었다.

    위의 다섯 학생이 유아시절부터 수학문제를 풀며 수학에 흥미를 갖게 된 케이스라면,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휘문고 3학년 이승명군은 폭넓은 독서를 통해 수학실력의 기초를 다진 케이스이다.

    “금메달을 받게 돼 무척 기분이 좋아요. 운이 좋아 문제가 잘 풀렸던 것 같아요.”

    이군은 IMO 출제문제 형식인 기하, 정수, 대수, 이산수학 가운데 특히 기하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다. 정수(正數)는 ‘…-3, -2, -1, 0, 1, 2, 3…’이라는 식으로 체계적인 정석을 따르고, 대수(代數)는 방정식을 근간으로 하며, 이산수학은 컴퓨터공학 등 다른 분야와의 연계적 창의력을 중시한다. 한편 기하(幾何)는 2·3차원의 공간 구조를 연구하는 학문. 때문에 기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다양한 접근 방법이 요구된다. 독서광이라 불릴 만큼 어린 시절부터 다독한 경험이 이군의 기하 실력 향상에 작용했다.

    “하루에도 몇 권씩 책을 읽었어요. 매번 책을 사줄 순 없어서 주로 구청에서 운영하는 이동도서관을 이용했지요. 지금까지 승명이에게 사준 책을 모두 합해도 아마 10만원어치도 채 되지 않을 거예요.”

    이군의 어머니 최종순(43)씨는 이군이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2주일에 15권의 책을 읽었다고 한다. 이동도서관이 격주로 집 앞에 오는데, 1인당 세 권까지 빌릴 수 있었다. 그래서 엄마, 아빠는 물론 옆집아이 이름까지 대며 책을 빌리곤 했다. 책을 하도 많이 빌리다 보니 전에 빌린 책을 또 빌리는 일도 생겼다. 이군은 그래도 재미있다며 한번 더 읽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는 책에 지나치게 빠진다 싶어 부모가 독서를 금지시킬 정도였다.

    이군 또한 수학 학습지를 받아보곤 했지만 이군이 수학의 세계에 매료된 것은 ‘수학의 역사’ 등과 같은 책을 통해서였다. 이군은 책을 통해 수학의 핵심은 논리이며 고대 종교에서 수학적 논리가 탄생했다는 것, 또 수학은 ‘학문의 여왕’으로 법학, 경제학, 종교학과도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피타고라스, 아인슈타인, 존 내시 등의 위인전을 읽으면서도 수학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이군은 중학교 1학년 때 특별활동으로 수학반을 선택하면서 수학경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사설 경시대회가 큰 자극

    자칭 타칭 수학을 잘한다는 학생 대부분은 수학경시대회를 거친다. 주변의 권유나 본인의 의지에 따라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사설 수학경시대회에 출전하고,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한국수학올림피아드를 목표로 집중적으로 공부하게 된다.

    그런데 이번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메달을 획득한 6명의 학생 모두 학원 교육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학원을 통해 실력을 단계별로 향상시켰다”고 입을 모은다.

    정영헌군은 아버지에게 수학을 배우는 데 한계가 있어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수학학원을 다녔다. 그러나 3·4학년 때 출전한 경시대회에선 상을 타지 못했다. 정군은 “기분이 상해 학원에서뿐만 아니라 집에 와서도 혼자 2∼3시간씩 공부했다”고 말한다. 결국 정군은 4학년 때 수학경시대회에 나가 대상을 탔다. 대상을 받고 나니 수학이 더욱 재미있어졌다. 정군은 5학년 때 초등학교 전과정을 끝내고 중학교 수학을 공부했다.

    박두성군은 5학년 때 처음으로 경시대회에 출전했지만 역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성적순위는 30% 범주에 들 정도였다.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박군은 수학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매일 2∼3시간씩 수학을 공부하며 다양한 문제를 접하다 보니 자연스레 실력이 늘었다. 박군도 이때 6학년 수학까지 마치고 중학교 수학을 미리 공부했다.

    송용수군도 5학년이 끝나갈 무렵 수학경시대회에 출전했다. 송군은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는 학원에서 준비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판단에 경시대회를 앞두고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학원에서 경시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친구들을 보곤 정말 암담했어요. 제 실력으로 경시대회 문제를 제대로 풀 수 있을까 싶었죠.”

    지금 생각하면 별것 아닌데 당시에는 꽤나 심각하게 고민했다는 송군. 수학 실력이 친구들보다 뒤졌다는 생각에 아침에 학원에 나가 하루종일 공부하다 집에 돌아오곤 했다. 이렇게 두 달 동안 열심히 공부한 덕에 경시대회에서 동상을 받았다. 송군은 동상을 손에 쥐며 ‘다음에 더 잘해야지’ 하는 각오를 다졌다.

    수학올림피아드 메달리스트들의 공부 비법

    올 수학올림피아드 메달리스트들은 선행학습으로 효과를 봤다고 말한다.

    6학년 때까지 학습지로만 수학을 공부했던 조세익군은 그해 학습지 교사로부터 경시대회에 나가보라는 권유를 받고 출전을 결심했다. 학교에서도 항상 수학성적이 좋았으므로 당연히 경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줄 알았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가 못했다. 입상권에도 들지 못했던 것이다. 뜻밖의 결과에 당황한 조군의 어머니 임선엽씨는 서둘러 아들을 학원에 등록시켰다.

    “학교 수업이나 학습지에서는 난이도 높은 문제를 그리 많이 다루지 않잖아요. 그래서 교과서 수준의 평범한 문제는 잘 풀지만, 수준 높은 문제 앞에서는 당황하는 것 같았어요. 아무래도 난이도 높은 문제를 많이 다뤄본 아이가 입상권에 들 확률이 높겠지요.”

    학원의 도움 받아

    학원에서는 수학을 곧잘 하는 학생들을 모아놓고 난이도 높은 문제를 집중적으로 풀게 해 서로 경쟁을 시키고 정보도 교환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임씨는 “학원교육은 무조건 안 된다며 멀리 할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물론 공교육이 중요하지만 상위권 학생의 경우 학원교육을 통해 심화학습을 집중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반 편성 테스트가 있은 후 학원 선생님 말씀이, 세익이의 경우 꾸준히 공부한 덕에 기초가 아주 잘 다져졌지만 톱클래스에는 들어가지 못한다는 거예요. 다른 학생들이 선행학습을 통해 이미 중학교 과정을 배웠기 때문에 세익이의 경우 진도가 늦다는 거죠.”

    가장 실력이 뛰어난 반에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늦었다’는 데 자극받은 조군은 더욱 열심히 공부했다. “결과에 구애받지 않고 계속 공부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수학실력은 다달이 향상됐다.

    이승명군은 중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학원에 등록했으니 조군보다 더 늦게 학원에 입문한 셈이다. 1학년 때는 일반학원에 다니며 2∼3학년 수학과정을 선행학습했고 중학교 3학년이 끝날 무렵 수학경시전문학원을 찾아가 본격적으로 경시대회를 준비했다. 이군은 주중에는 주로 집에서 공부하고 주말에 학원수업을 들었다. 시험기간이 아닐 때는 하루에 4시간30분씩 수학을 공부했다.

    이군은 ‘단기간에 실력이 향상됐다’는 평을 듣는다. 이군도 이에 동의한다. 남보다 늦게 수학공부를 시작한 데다, 수학 이외의 분야에도 관심이 많아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실력이 별로 늘지 않았다. ‘눈에 띄게 수학을 잘한다’는 얘기 또한 들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3학년에 진학하면서 이군은 각오를 새롭게 했다.

    “수학말고도 독서나 컴퓨터, 음악 등에도 관심이 많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수학 실력이 눈에 띄게 늘지 않았어요. 또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수능시험을 치러야 하잖아요. 경시대회 나간다며 수학만 붙잡고 있을 순 없죠.”

    수학경시대회와 수능시험, 양자택일의 상황에서 이군은 일단 경시대회를 택했다. 그리고 좋아하던 책과 컴퓨터를 멀리하고 수학에만 매달렸다.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성격이 아닌 탓에 진도표를 짜진 않았지만 스스로 “들이팠다”고 표현할 정도로 수학에 집중했다. 결과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 금메달이 되어 돌아왔다.

    선행학습의 효과

    여기서 잠깐 선행학습의 효과를 짚어보자. 조세익군의 어머니 임선엽씨의 말에는 시사하는 바가 있다. 임씨는 아들과 주변 학생들의 사례를 미루어보아 “선행학습은 어느 선까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중등부까지는 선행학습이 효과적이라고 봐요. 선행학습을 해야 일정 수준으로 실력이 향상되거든요. 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게 되면 선행학습은 효과를 내지 못해요. ‘이미 알 건 다 안다’며 학교 수업에서나 혼자 수학을 공부할 때 모두 진지한 자세가 없어지는 거죠. 다소 건방진 태도가 나온다고 할까요. 오히려 선행학습을 늦게 시작한 학생이 뒤처졌다는 생각에 계속 긴장을 늦추지 않아 한 발 더 앞서갈 수 있다고 봅니다.”

    기본실력과 진지한 자세가 갖춰지면 선행학습을 얼마나 했느냐 여부와 상관없이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 임씨의 견해다. 수학을 아주 잘하지는 않지만 ‘나는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있다면 언제까지나 다른 학생들에게 뒤처지지는 않는다는 것.

    국제수학올림피아드는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20세 미만의 학생이 출전하는 대회.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수학경시대회로 1959년 루마니아에서 첫 번째 대회가 개최된 이래 올해 45회를 맞았다. 나라별로 6명의 대표를 출전시키며, 이들은 이틀 동안 하루 4시간30분씩 총 6문제를 풀게 된다. 만점은 42점으로 상위 50% 이내에 든 학생들에게 1:2:3의 비율로 금·은·동메달을 수여한다.

    우리나라는 1988년 호주에서 개최된 IMO대회부터 참가했다. 이 대회에서 동메달 2개를 획득해 49개국 중 22위를 차지한 이후 꾸준히 성적이 향상되어 왔다. 1999년 루마니아대회에서는 81개국 중 7위를, 2000년 우리나라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4위를 차지했다. 올해는 메달의 수가 예년과 비슷함에도 종합순위가 12위에 그쳐 지난해(6위)보다 부진했다.

    이에 대해 대한수학회 조용승 회장은 “국내외적 요인이 있다”고 설명한다. 국외적으로는 그동안 상위권에 들지 못했던 일본, 캐나다, 대만, 카자흐스탄이 이번 대회에서 선전했고, 국내적으로는 내신성적의 중요성 부각과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학생들 사이에 IMO에 대한 관심이 저조했다는 것.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한 6명의 학생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먼저 수학에 희열을 느낀다는 점이다. 이들은 중학생 때 하루 4∼5시간씩 수학을 공부했다. 경시대회가 임박하면 학교 수업을 제외한 시간을 모두 경시대회 준비에 할애했다.

    누가 강요해서가 아니라 단지 수학이 좋고, 문제를 해결했을 때 맛보는 희열감이 좋아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몇 시간, 혹은 며칠씩 매달려도 답이 보이지 않았던 문제를 해결하는 순간 극적인 카타르시스를 맛본다”고 말한다. 그때의 기분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것이라고.

    다음으로 6명 모두 수학학원을 효과적으로 이용했다. 물론 학원에 전적으로 의지한 것은 아니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학원을 그만두고 혼자 공부했다. 김성윤군은 중학교 3학년 때 학원을 그만두었고, 조세익군은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만 다녔다. 이승명군도 2년6개월 정도만 학원에 다녔다.

    “수학선생님을 비롯해 선생님 한두 분을 제외하면 학교에서는 경시대회에 관심이 없어요. 그래서 학원에 다니는 게 도움이 되지요. 혼자서 공부하면 좋아하는 문제 유형만 풀거나 문제 푸는 방법이 잘못됐을 경우 교정받기 쉽지 않잖아요.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공부방법과 실력을 터득하기 때문에 혼자서도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어요.”(김성윤군)

    “수학 연구에 평생을 걸겠다”

    마지막으로 이들 모두 독서를 즐겼다. 초등학교 시절 ‘재미있는 수학여행’(김용운 지음)에 매료된 이승명군은 중학교 때도 꼬박꼬박 서점을 찾아 수학에 관련된 책을 샀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사이먼 싱 지음) ‘우리 수학자들은 모두 약간 미친 겁니다’(폴 호프만 지음) 등이 그에게 깊은 감명을 준 책들이다.

    6명의 IMO 메달리스트는 모두 “이공계 대학에 진학해 우리나라 수학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요즘 이공계 기피현상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이들은 “수학이 21세기 지식기반산업의 원동력이라고 확신하는 만큼 수학연구에 일생을 걸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이 있기에 우리의 미래는 밝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학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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