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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유럽기행

‘태양왕’의 분신 베르사유 궁전

절대권력의 절정과 몰락 함께한 파란의 역사공간

  • 글: 권삼윤 문명비평가 tumida@hanmail.net

‘태양왕’의 분신 베르사유 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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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왕’의 분신 베르사유 궁전

베르사유 궁전 본관 3층 중앙에 위치한 왕의 침실. 침대에는 태양왕을 상징하는 아폴론의 문장이 새겨져 있다.

거울의 방에선 남쪽의 정원과 그 아래로 펼쳐진 대운하가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6단으로 꾸며놓은 테라스식 정원은 조망이 아주 뛰어나다. 30만평에 이르는 드넓은 정원은 ‘프랑스식 정원은 바로 이런 것’임을 보여주려는 듯 기하학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로 선을 긋고 컴퍼스로 원을 그려 만든 것 같은 화단과 연못, 분수들을 적절한 위치에 적절한 크기로 배치하고 사이사이 조각품까지 세워놓았다. 정원수는 한바탕 가위질을 한 듯 우산, 코끼리, 피라미드를 닮아 마치 조각공원에라도 온 것 같다.

이처럼 정원의 모든 것은 인공적이다. 왜 그들은 자연 그대로도 멋들어진 수목에까지 인공의 손질을 한 것일까. 권력이라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던 것은 아닐까.

정원 끝에는 센강(江)의 물을 이곳까지 끌어들이기 위해 만든 2.6km 길이의 대운하가 십자형으로 길게 뻗어 있다. 루이 14세는 귀족들과 함께 뱃놀이를 즐겼다는데, 지금도 수면 위로는 놀이용 보트와 원격 조종되는 모형 배가 빠른 속도로 달리며 파문을 일으킨다. 그 어디에도 정적인 구석은 보이지 않는다.

그것으로도 모자랐는지 라톤, 넵튠, 아폴론, 거울 등의 이름이 붙은 조각 분수들이 춤을 춘다. 여름철 주말에 한해 하루 세 차례 ‘분수와 음악 쇼’가 벌어지는 것. 그때에는 별도의 입장권(1만원 정도)을 사야 하지만, 1시간에서 1시간 반 동안 진행되는 공연을 관람하고 나면 절대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음악이 울려퍼지고 수많은 분수가 일제히 물을 하늘로 쏘아올린다. 장관이다. 물줄기의 방향과 각도가 서로 다르고 내는 소리도 각기 다르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그 모두를 하나로 묶어낸다. 사람들은 가만 있질 못한다. 그 광경을 좀더 가까이에서 지켜보려고, 아니면 카메라와 비디오에 담아두려고 자꾸만 분수 곁으로 다가간다. 그러다 더러 물벼락을 맞기도 한다. 교향곡이 한 가지 주제를 다양하게 변조하면서 색다른 느낌을 선사하듯이 이곳 분수 또한 수많은 변조를 일으킨다. 강·약·중강약을 연신 반복하면서.



정원이 시작되는 곳에 세워진 라톤(그리스 신화에서 아폴론과 아르테미스를 낳았다고 하는 레토에 해당) 분수에는 두꺼비와 도마뱀 형상의 조각이 요란하다. 가장 남쪽 대운하 곁의 아폴론 분수에선 말을 타고 물에서 막 솟아오른 아폴론이 나팔수로 하여금 자신의 행차를 알리게 한다. 나팔수는 아폴론을 지켜주는 경호원 같다. 아폴론이 루이 14세를 상징한다면 그는 지금 그런 자세로 어디로 행차하려는 것일까.

마담 퐁파두르와 마리 앙투아네트

어느새 음악이 장중해졌다. 바흐의 ‘프랑스 협주곡 서곡 4번’이다. 바흐의 장중함은 물을 세차게 뿜어올리는 분수와 뜻밖에도 잘 어울린다. 현악의 선율이 분수와 이렇게 멋진 앙상블을 이루다니 놀랍다.

이제 아폴론 분수에 이별을 고하고 궁전 앞 라톤 분수로 돌아갈 시간이다. 피날레는 아무래도 거기서 맞는 게 좋을 듯해서다. 그곳으로 가는 길에 숲속 나뭇가지에 걸어놓은 대형 스피커 앞을 지나게 됐다. 그것은 전율이었다. 스피커의 막에서 울려내는 강한 진동이 그대로 가슴을 때렸기 때문이다. 하마터면 춤을 출 뻔했다. 하필이면 그때 빠르고 강한 선율이 흘러나와 사람을 놀라게 할 게 뭐란 말인가.

그 동안 구름에 가려 있던 하늘이 서서히 푸른빛을 띠어갔다. 떨어지는 물보라가 더없이 영롱하다. 못 속의 물고기들은 물을 토하고, 그것을 보고 있는 여인은 무슨 까닭에서인지 몸을 비비꼰다. 부러 애교를 부리는 것도 아닌 듯한데 볼수록 귀여운 자태다.

시각적인 분수에 청각적인 음악을 담아내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분수 쇼’의 마지막 곡은 모차르트의 ‘교향곡 40번’. 거기에는 합창이 들어 있다. 합창단은 입을 쫑긋하게 모아 노래를 부르는지 소리가 톡톡 튄다. 분수의 물줄기도 스타카토처럼 짧게 토막난다.

음악이 끝나자 분수도 춤을 멈췄다. 사위 또한 고요해졌다. 사람들도 하나 둘 흩어지기 시작한다. 어떤 이는 궁전으로 향하고, 또 다른 이는 정원 숲속에 자리잡은 작은 카페로 달려간다. 어떤 이는 프랑스식 정원을 벗어나 자연의 풍경 그대로인 숲속으로 들어간다.

정원도 넓지만 숲은 그보다 훨씬 더 넓다. 평지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 곳이라 그렇겠지만, 우리네 땅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만큼 숲은 광대무변하다. 그 속으로 난 길을 사람들은 마차나 자전거로 달리기도 하지만, 하이킹이 뭐 별거냐는 듯 걸어가는 이도 적지 않다.

그렇게 걷기를 20여분. 루이 14세가 권좌에서 물러난 뒤 왕비와 함께 조용히 지내기 위해 지었다는 그랑(大) 트리아농이 나타났다. 핑크빛 대리석이 돋보이는 그랑 트리아농의 내부 역시 화려했다. 이곳에도 거울의 방이 있지만 본궁의 것에는 미치지 못한다. 지금은 프랑스를 방문하는 국빈을 위해 영빈관으로 쓰이고 있다 한다.

그랑 트리아농이 있다면 프티(小) 트리아농이 없지 않을 터. 발길을 옮기니 과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그랑 트리아농을 쏙 빼닮은 프티 트리아농이 자리잡고 있었다. 누구도 못 말릴 바람기를 지닌 루이 15세가 오랫동안 애정행각을 벌인 풍만한 몸매의 소유자 마담 퐁파두르를 위해 지은 것인데, 그가 세상을 떠나자 이를 상속받은 루이 16세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1755∼93)에게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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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권삼윤 문명비평가 tumid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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