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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方外之士 ⑫

전통 목가구 제작 30년, 소목장(小木匠) 이정곤

“나무처럼 성찰하며 기다리라, 운명 같은 인연이 다가올 때까지”

  • 글: 조용헌 江湖東洋學연구소 소장, 원광대 초빙교수 cyh062@wonkwang.ac.kr

전통 목가구 제작 30년, 소목장(小木匠) 이정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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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목일을 하는 데는 무엇보다 나무의 이치, 즉 목리(木理)를 터득하는 일이 중요하다. 공식은 없다. 직감으로 판단해야 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소리다. 예를 들어 장마철에 습기가 많을 때는 나무가 늘어난다. 그때 ‘뚝’ ‘뻥’ 하는 소리가 난다. 건조할 때도 소리가 난다. 물론 원목이 아닌 완성된 가구에서도 소리가 난다. 이런 소리를 감지해야 한다. 나도 처음 3년간 목재 건조실에서 잠자면서 나무와 함께 생활했다. 몹시 건조해 기관지가 말라서 한동안 고생하기도 했다. 이 바닥에 입문한 지 20년이 지나면서 서서히 목리에 눈을 떴다. 20년이 넘어가는 30대 후반에 이르러야 비로소 그 이치를 터득했다.

넷째, 실질적인 작업에 들어갈 때도 적절한 시기가 있다. 아무 때나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일년 24절기 중 하지에서 처서에 이르는 기간은 작업하지 않는다. 이때가 일년 중 가장 습기가 많은 시기라서다. 습기가 많을 때 가구를 만들면 나중에 변형된다. 건조기가 되면 나무가 수축하기 때문이다. 또 이 시기엔 아교풀이 잘 썩는다. 전통 목가구의 상당부분은 풀로 접착하는데 장마철에는 접착풀이 상하기 쉽다. 따라서 습기철에는 작업을 하지 않고 기다린다. 보통 작업은 가을에 시작해서 봄에 끝내는 게 정석이다. 이처럼 풀이 마를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계절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다섯째, 좋은 목재가 구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좋은 나무가 있다는 정보가 들리면 밥을 먹다가도 나가곤 했다. 불원천리하고 찾아갔다. 막상 가면 원하는 나무도 있었지만, 쓸모없는 하찮은 나무인 경우도 많았다. 설령 마음에 드는 나무를 발견해도 돈이 없어 구하지 못하기도 하고, 겨우 빚을 내서 사기도 한다. 쓸 만한 원목은 1000만원이 넘는다. 600년 된 느티나무는 2000만원 이상 나간다. 경제적 여유가 없을 때면 좋은 목재를 발견해도 구하지 못한다.

25년 전쯤의 일이다. 마음에 드는 용목(龍木·오래된 느티나무)을 발견했는데, 나보다 한 발짝 앞서 화순 지역의 유지가 이 나무를 샀다. 그 사람은 귀한 나무를 가지고 탁자를 만들겠다고 구입했다. 아주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놓친 고기가 커 보이는 법이라고, 내가 손에 넣지 못하니까 더욱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몇 달 뒤 그 사람이 용목을 처치하기 곤란하다며 내게 사라고 연락을 해온 게 아닌가. 좋은 원목도 인연이 있어야 수중에 들어온다는 이치를 이때 깨달았다. 내가 의욕적으로 구하겠다고 해서 내 손에 들어오는 게 아니다. 인연이 닿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여섯째, 목가구를 제대로 평가해주는 애호가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안목 있는 구매자는 많지 않다. 안목이 없으면 고가의 전통 목가구를 구입하지 않는다. 안목이 있는 구매자를 만나야만 소목장의 형편도 풀리고 자기 직업에 대한 보람도 느낀다. 역시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는 과정이 노는 시간은 아니다. 끊임없는 성찰이 이뤄지는 기간이다.”



나무와 목가구의 궁합

자신의 호도 나무에서 따와 ‘오수목(五壽木)’으로 정한 소목장 이정곤 선생. 나무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 분야에도 인생의 인치가 들어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어느 한 분야에 통하면 다른 분야에도 통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기관지가 마르는 고통을 참아가며 나무와 3년 동안 한 방을 쓴 그는 결국 나무의 숨결을 짚어내는 경지에 들어선 것 같다.

그에게 각 나무가 지닌 고유의 성질에 대해 물어보았다. 나무의 성질에 따라 가구도 각기 다를 것 같아서다. 그는 ‘적재적소(適材適所)’라는 말도 원래 나무에서 나왔다고 말로 풀어간다. 어떤 나무를 어떤 가구에 사용하느냐가 바로 적재적소라는 것. 이 선생이 말하는 나무와 목가구의 궁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귀목나무다. 나무 목(木)변에 거북 구(龜)자를 합친 글자가 귀(풿)자로,장수하는 나무인 느티나무를 가리킨다. 주로 동네 어귀에 심던 나무로 ‘정자수(亭子樹)’ 또는 ‘이정표 나무’라 불리기도 한다. 귀목나무의 최대 장점은 빛깔과 문양이 아름답다는 것이다. 어떤 나무보다도 고급스런 무늬와 색감이 나온다. 쪼개지거나 터지는 경우가 드물어 널빤지 용도로도 훌륭하다.

400∼500년 된 늙은 귀목나무를 ‘용목(龍木)’이라고 부른다. 용목은 혹이 나 있어서 껍질이 울퉁불퉁하다. 나무가 오래 되면 위가 무거워져서 아래로 처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속은 썩어서 사그라지기 마련이다. 겉껍질만 20cm 정도 되면 겉에 혹이 생기며 늙어가는 것이다. 사람도 80이 넘으면 검버섯이 피면서 피부가 쭈글쭈글해지는 것과 같다.

소목장의 눈으로 보면 울퉁불퉁 혹이 난 귀목이 최고의 나무다. 귀목을 자르면 무늬가 기가 막히게 나오는데, 그 무늬가 마치 용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용목인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처럼 늙어야만 최고의 무늬가 나온다는 것이다. ‘늙어감의 미학’이 나무에 있다. 인간은 늙어가면서 천대받지만 나무는 늙어갈수록 대접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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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용헌 江湖東洋學연구소 소장, 원광대 초빙교수 cyh062@wonkw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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