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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차세대 지도자 포럼

충돌하며 뜨거워진 교류 열기… FTA, 금융·에너지 공동체가 ‘윈-윈’ 활로

  • 최형두 문화일보 정치부 차장대우 choihd@munhwa.com

한·중·일 차세대 지도자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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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의 참석자들은 이런 ‘뜻밖의 문제 제기’에 대해 즉답을 내놓지 못했다. 실제 한·중 양국 정부나 여론이 A급 전범 합사 당시에 이 문제를 왜 제대로 지적하지 않았는지 미리 따져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측 참석자는 “처음에 이 사실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며 “지금도 중국인의 10%만이 TV를 시청하기 때문에 아직도 많은 중국인은 이 문제에 대해 잘 모른다”고 했다. 말하자면 지금까지 중국 내에 대중매체 보급이 부족해 이런 문제에 대한 국민적 감정이 크게 불붙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일본측은 지난 60년간 평화를 지켜왔으며 일본인은 여전히 평화를 사랑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나섰다. 일부 참석자는 중국 텔레비전의 황금시간대에 방영되는 드라마 중에는 일본군의 전쟁범죄를 지나치게 과장되게 묘사해 젊은이들의 대일(對日)인식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본측 참석자들도 총리나 지도자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옹호하지는 않았다. 총리의 참배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만, 한국이나 중국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태도였다. ‘당신들도 국립묘지가 있듯이 우리도 어찌 됐든 나라를 위해 숨져간 사람에 대해 추모해야 할 것 아니냐’는 반론이었다.

가토 전 간사장의 야스쿠니 해법

한국과 중국측 참석자들은 이에 대해 “일본 내에서 과거 군국주의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에 한국과 중국의 대일 경계심리가 높다”는 반론을 폈다. 하지만 양측의 주장과 반론은 서로에게 스며들지 못한 채 겉돌기만 했다. 한·중 참석자들은 일본측이 본질을 피해가는 얘기를 한다고 생각하고, 일본의 참석자들은 한·중이 억지를 부린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역사적인 선입견은 그만큼 견고했다.



일본측 정계의 또 다른 참석자인 중의원의 스에마쓰 요시노리(末松義規·민주당 3선) 의원은 3국 갈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한편 일본 내의 극단적 경향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야스쿠니 신사와 다른 별도의 장소에 전쟁 희생자만을 위한 추모시설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야스쿠니 참배 문제는 일본 자민당 중진 가토 고이치(加藤紘一) 전 간사장과의 대화에서 3국의 참석자 모두가 공감할 만한 인식에 이를 수 있었다. 가토 의원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나오기 전 총리 후보 물망에 올랐던 인물이다. 도쿄대 법대와 미국 하버드 로스쿨을 나온 합리적 성향의 정치인이다. 그는 두 시간의 대화를 나누기 위해 도쿄에서 신칸센을 타고 포럼 참석자들이 머물고 있던 기후현으로 왔다. 그의 영어는 유창하진 않았지만 짧은 문장에 분명한 어휘를 구사해서인지 간결하고도 힘이 있었다.

가토 의원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반대해왔지만 한국과 중국의 뜨거운 반일여론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고이즈미 총리와 단둘이 만나 나눈 대화 한 토막을 소개했다.

“고이즈미 총리에게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종전(終戰) 협정인 샌프란시스코협정의 정신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만일 이 문제가 일한, 일중 간에 큰 문제가 되고 국제적인 이슈가 된다면 미국도 종국에는 일본의 행동이 샌프란시스코조약에 어긋난 것이라고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반대로 고이즈미 총리의 입장에 대한 이해도 구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평화를 사랑하며 절대 호전적인 사람이 아니다. 그는 ‘야스쿠니에서 전쟁 중 소년 비행사들이 가미카제 자살 공격에 나서기 전날 부모에게 쓴 편지를 읽고 난 뒤부터 방문을 계속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유서나 마찬가지인 편지는 이런 내용이다. ‘어머니, 내일 저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칩니다. 부디 먼저 떠나가는 저를 용서하세요. 어머니는 제 마음을 이해하실 것입니다. 부디 가족들을 잘 보살펴주세요…’.”

가토 의원은 일행을 만나기 전날 일본 언론계 실력자인 와타나베 쓰네오(渡邊恒雄) ‘요미우리신문’ 회장에게서 “편집국에 과거사의 잘못된 부분을 취재토록 지시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에 대해 일본 여론도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전했다. 가토 의원이 말한 일본 내의 여론 변화는 지난 8월15일 고이즈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음으로써 입증됐다.

쟁점마다 평행선

일본의 야당인 민주당은 대체적으로 집권 자민당보다 합리적인 정책성향을 띤다. 이번 포럼에 참석한 민주당의 스에마쓰 의원은 이라크전쟁에 반대했다. 그는 한·중·일 관계 전반에 걸쳐 온건하고 합리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말씨도 아주 정중했다. 때로는 웃으면서 “체면을 구겼다(l lost my face)”며 수줍어할 정도로 따뜻하고 정감 넘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사석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해 “북한 지도자를 이해할 수 없다”며 정색하고 비판했다. 1977년 열세 살 때 북한에 납치돼 결국 북한에서 목을 매 자살한 일본 여성 요코타 메구미의 사연은 온건한 민주당 의원조차 격분시켰다. 실제로 민주당은 야스쿠니 문제와 과거사에 대해선 합리적인 입장이지만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강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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