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호

두피질환의 예방과 치료법

  • 강진수 강한피부과 원장, 대한피부과개원의협의회 홍보위원장

    입력2005-09-29 17: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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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모의 바로미터, 두피질환

    두피질환의 예방과 치료법
    모 기업 홍보팀에 근무하는 사보 담당자 L씨(32)에게 고민거리가 생겼다. 머리가 자주 가렵고 하루만 머리를 안 감아도 비 맞은 생쥐꼴이 되는 것이다. 특히 사보 마감 때면 밤샘을 하기 일쑤인데, 가뜩이나 기름진 머리털이 끈적이기까지 해 창피했다. 피부과를 찾은 L씨의 병명은 지루성 피부염. 그리고 잘못된 습관이 두피질환을 불렀다는 사실을 알았다.

    바쁜 아침 시간에 머리를 감는 L씨는 채 마르기도 전에 머리카락을 질끈 묶었다. 그러고는 저녁 늦게까지 축축한 상태로 지냈다. 하루 종일 땀으로 범벅이 되어도 머리를 풀지 못했다. 어쩌다 저녁에 머리를 감더라도 피곤해 머리를 말릴 생각도 않고, 젖은 채로 잠들었다. 바로 이런 습관이 두피질환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높은 습도에다 땀과 지방 분비물이 뒤엉켜 두피가 지저분해지면 두피에 노폐물이 쌓인다. 이것이 모발의 생장을 방해한다. 머리를 깨끗이 한다며 자주 감기만 할 뿐, 감은 머리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두피 건강을 해치기 쉽다.

    다행히 L씨는 심각한 탈모로 진행되기 전에 두피질환을 발견해 치료가 수월했다. 그러나 이 같은 증상을 앓는 사람들 가운데는 별것 아닌 걸로 생각해 방치하는 이가 많다.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겠지 하는 기대는 탈모를 일으키는 지름길이다. 두피가 손상을 입을 뿐 아니라 성장기에 있는 모근에 영향을 줘 모발의 휴지기가 빨라진다. 모발이 휴지기에 들어가면 두피에서 떨어지기 시작한다. 즉 탈모가 진행된다.



    모발이 왕성하게 발달해 두피는 다른 신체 부위에 비해 혈액순환이 좋아 상처 회복이 빠르다. 건강한 두피는 푸른빛을 띤 백색이다. 그런데 피로와 스트레스로 예민해지면 붉은빛으로 변한다. 또 두피가 손상되면 투명하던 두피가 탁해진다. 비듬이 갑자기 생기거나 두피가 갈색에 가까운 누런빛으로 변하면 두피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명심할 것은 두피와 모발을 깨끗이 관리하는 것으로 두피질환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두피에 발생하는 주요 질환에는 지루성 피부염, 건선, 아토피 피부염, 염색약에 의한 접촉피부염, 원형 탈모증, 두부 백선 등이 있다. 또한 머리를 강하게 잡아당겨 땋거나 감아올릴 때 나타나는 견인성 탈모, 신경질적인 어린이가 자기 머리털을 뽑는 발모벽(癖)도 두피질환의 한 종류로 본다. 대부분의 두피질환은 곧바로 탈모와 연결되므로 예방이 중요하다.

    느끼한 머리카락, 지루성 피부염

    개인사업을 하는 K씨(54)는 호감이 가는 외모에 자신감이 넘친다. 그 때문인지 40대에 들어 시작한 사업도 탄탄가도를 달렸다. 그런데 사업이 커지면서 상담도 많아지고, 서류 검토 등 업무가 늘어났다. 격무에 시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퇴근해 집에 돌아오면 샤워하고 곧바로 잠들기 일쑤고, 술자리가 있는 날이면 그나마 샤워도 못하고 쓰러져 자곤 했다.

    어느새 준수하고 깔끔하던 외모는 온데간데없어진 K씨. 두피에서 부스럼이 자주 떨어지고 냄새까지 풍겼다. 보다 못한 부인이 그의 손을 잡고 피부과를 찾았다. K씨는 심각한 지루성 피부염을 앓고 있었다.

    지루성 피부염은 코나 입, 가슴, 등처럼 피지의 분비가 왕성한 부위에 주로 발생하는 습진성 피부염이다. 생후 1개월 된 어린아이나 20∼50대 남성이 자주 걸린다. 아직 원인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초기엔 두피가 붉게 변하며 비듬이 나타나고, 심하면 악취와 함께 부스럼이 두피 전체를 덮는다. 누런 비듬이 엉겨 붙는 것도 특징. 따라서 심각한 두피질환을 불러온다.

    K씨는 이미 지루성 피부염이 심해 탈모가 시작된 상태였다. 모근이 힘을 잃고 모발이 가늘어져 있었다. K씨처럼 긴장과 과로, 스트레스가 쌓이면 지루성 피부염이 악화된다. 사라졌다 재발하기도 하고 2차적인 세균 감염이 일어나므로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주로 지성 두피에 발생하기 때문에 평소 두피를 깨끗이 관리해야 한다.

    치료는 치료용 샴푸와 국소 도포제를 이용한다. 비듬방지용 샴푸는 기름기를 최대한 억제한다. 국소 도포제로는 스테로이드 제제를 사용한다. 스테로이드 제제는 염증을 가라앉히지만, 오랜 기간 사용하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심한 경우에만 사용한다. 비듬방지용 샴푸로 일주일에 2∼3차례 감고, 스테로이드 제제의 로션이나 용액을 바르면 효과적이다.



    비듬, 우습게 여겼다간 큰코 다친다

    주요 공직자의 경호원직을 5년째 맡고 있는 G씨(30)는 ‘팝콘 제조기’로 불린다. 평소 비듬이 많은 그에게 동료들이 붙인 불명예스러운 별명이다. 검은색 정장을 입어야 하는 직업인지라 비듬이 쉽게 눈에 띄기도 하지만, 그의 비듬은 유난하다. 옅은 갈색의 누렇고 큰 비듬. 오죽하면 밀가루 제조기가 아닌 팝콘 제조기란 별명이 붙었겠는가. 더욱이 하루 종일 곧은 자세로 서 있을 때가 많은지라 눈치를 살피며 어깨를 쓸어내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 참다못한 G씨는 비듬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했다.

    비듬은 표피가 쌀겨 모양으로 떨어지는 염증성 두피질환이다. 각질 세포가 과다하게 증식되어 비듬이 생기며, 가려움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계절적으로는 10∼12월에 가장 심해지며, 연령별로는 10∼20대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확실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체질이나 세균 감염, 스트레스, 음식물 등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 10명 중 4명이 비듬증이 있을 정도로 흔하다. 따라서 자칫 소홀히 여기기 쉽다. 물론 비듬은 정상적인 상태에서도 나타난다. 하지만 심해지면 가려우면서 살갗이 빨개지고 짓무른다. 이렇게 정도가 심한 경우를 비듬증이라고 한다. 비듬증이 더욱 악화되어 비듬이 병적으로 많아지고 가려우면서 점차 머리털이 가늘어지면 비강성 탈모증이라고 한다. 비강성 탈모증은 비듬증이 원인이다. 비듬증에 초점을 맞춰 치료해야 낫는다. 다행히 G씨는 아직 탈모가 진행되지 않은 상태여서 몇 차례의 두피관리로 상태가 상당히 좋아졌다.

    비듬증은 머리를 깨끗이 관리해야 예방할 수 있다. 일주일에 적어도 2∼3번 샴푸를 이용해 마사지하듯 감는다. 치료는 비듬제거액을 바른다. 비듬과 함께 탈모가 심할 때 이 비듬제거액을 계속 발라주면 머리카락이 훨씬 덜 빠진다.

    모발도 제각각, 관리도 제각각

    두피질환의 예방과 치료법

    심한 비듬.

    올바른 두피 관리를 위해서는 먼저 두피와 모발 상태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건성 모발 : 윤기 없고 푸석푸석하다. 일주일에 2∼3회 정도 샴푸한다.▶지성 모발 : 기름기가 많다. 매일 샴푸한다.▶이중 모발 : 두피는 지성, 모발은 건성이다. 모발 끝 부분에 린스하고 가볍게 마사지한 뒤 곧바로 깨끗이 헹군다.

    흔히 머리를 자주 감으면 머리카락이 더 많이 빠진다고 믿는데, 이는 잘못이다. 오히려 머리를 자주 감지 않으면 두피에 기름과 때가 끼어 두피가 손상되고 탈모가 쉽게 이뤄진다. 그렇다고 머리를 하루 3∼4차례 감는 것은 위험하다. 탈모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감는 시간은 아침보다 저녁이 좋다. 낮 동안 쌓인 노폐물과 먼지를 씻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감는 요령은 손끝으로 두피를 누르듯 마사지한다.

    두피질환의 예방과 치료법

    두피 스켈링에 쓰이는 스팀기.

    머리 감는 순서에 따라 적합한 물 온도가 있다.

    ▶처음 모발과 두피를 적실 때 : 따뜻한 물(21∼35℃)을 사용한다. 혈관이 확장되면서 혈류량이 많아지면 각질을 제거하기 쉽다. 또한 피지 분비를 촉진하며 모공을 열어준다.▶비눗기를 제거할 때 : 미지근한 물(15∼21℃)이 좋다. 샴푸한 뒤에 떨어져 나간 각질을 제거하는 데 적합하며, 클렌징에 적절하기 때문이다.▶마지막 헹굴 때 : 찬물(10∼15℃)을 사용한다. 찬물은 혈관 수축을 돕고, 상쾌한 기분을 준다.▶수증기(스티머 타월) : 트리트먼트제나 약제용 모발 제품 사용에 적합하다. 모공이 커지고, 두피가 부드러워지므로 약품의 흡수를 돕는다. 노폐물이나 각질 제거에도 도움이 된다.

    이밖의 모발 관리 요령으로는,

    ▶머리를 말릴 때는 비비지 말고 수건으로 두드리듯 닦는다.▶드라이어는 사용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말린다.▶젖은 상태에서 자지 않는다. 머리카락이 뒤엉켜 상하기 쉽다.▶빗질은 힘을 주지 말고, 두피에서 모발 끝을 향해 부드럽게 빗는다. 그래야 기름기가 골고루 코팅된다.▶금속제의 빗이나 브러시를 사용하는 게 좋다.▶지성 모발은 되도록 빗질을 하지 않는다. 피지 분비를 자극할 수 있다.▶잦은 퍼머와 염색은 두피에 염증을 일으키고 비듬을 만든다. 또한 모근을 약하게 해 탈모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스프레이나 젤, 무스 등도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 모발에 손상을 주는 성분이 있다.

    탈모, 초기에 잡자

    군복무와 몇 차례의 휴학으로 졸업이 늦어진 J씨(29). 취업 준비 중 갑자기 머리카락이 눈에 띄게 빠지고 모발이 점점 가늘어지면서 뚝뚝 끊겼다. 혹시 탈모가 아닌가 덜컥 겁이 나 바로 피부과를 찾았다. 서류심사에 통과되면 면접을 봐야 하는 J씨로서는 걱정이 아닐 수 없었다. 다행히 J씨는 탈모가 시작되긴 했지만, 초기여서 진행을 막을 수 있었고 치료도 쉬웠다.

    J씨처럼 모발이 가늘어지고 힘이 없어지면 탈모를 의심해야 한다. 또 두피에 기름이 많이 끼거나 아프고, 비듬이 많아지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탈모는 초기에 잡으면 치료가 쉽기 때문이다.

    피부과의 두피 케어 시스템은 의사의 진료 후 전문 두피 관리사의 상담과 진단기로 두피 상태를 진단한다. 두피 상태에 맞는 관리가 우선 과제인 셈이다.

    두피 케어 시스템은 모발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므로 탈모 예방에 매우 효과적이다.

    ▶첫 단계-두피 스케일링 : 먼저 20분간 스티머를 한다. 이때 두피의 각질을 충분히 불리고 모공을 열어준다. 그리고 스케일링 제품을 두피 전체에 바르고 면봉을 이용해 각질과 피지를 제거한다. 두피 상태에 따라 모발 영양제나 두피 치료제, 융모촉진제를 바른다. 탈모 환자라면 두피 소독 후 메조테라피 주사요법을 추가한다.

    ▶두 번째 단계-마사지 : 두피를 5분 정도 마사지한 뒤 샴푸한다. 샴푸로도 제거되지 않는 모공 주변 각질은 아쿠아 펀치를 이용해 깨끗이 제거한다. 모발 전체에 환자에게 맞는 에센스나 토너를 뿌리는 것은 기본.

    ▶마지막 단계-소프트 레이저 기기 이용 : 소프트 레이저 기기로 두피 레이저를 5분 정도 쬔다. 소프트 레이저는 상처 치유 효과가 있고 신진대사 활성화에도 좋다. 따라서 모발을 굵고 윤기 있게 해준다.

    두피 케어 시스템은 초기 탈모 환자나 신경성 탈모 환자에게 효과가 뛰어나다. 그러나 이미 탈모가 심각한 상태라면 고주파나 메조테라피, 먹는 약과 바르는 약 등 첨단 시술로 탈모 치료를 한다. 특히 메조테라피는 혈액순환을 촉진해 영양물질을 직접 모발에 공급한다. 따라서 원형 탈모증이나 유전으로 인한 탈모증에 효과가 있다. 끝으로 탈모 치료는 증세와 유형이 매우 다양하므로 반드시 피부과 전문의와 상담한 후 치료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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