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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립 시인의 시드니 통신

16억원 들여 동포 어린이 살려낸 호주 웨스트미드 아동병원

인종, 계층 뛰어넘은 감동의 ‘전방위’ 인술

  • 윤필립 在호주 시인 philipsyd@naver.com

16억원 들여 동포 어린이 살려낸 호주 웨스트미드 아동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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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운젠드 박사는 기타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불렀고 넛캐이스 박사는 우스꽝스러운 동작으로 춤을 췄다. 이어지는 순서는 마술. 두 사람의 마술솜씨는 프로 마술사를 뺨칠 정도였다. 마침 간호사의 칭찬에 한껏 들떠 있던 한주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즐거워했다.

두 의사의 마술이 정점에 이른 순간, 화상병동의 수석간호사 캐리 홉우드가 “곧 회의가 시작된다”며 필자에게 따라오라고 했다. 회의는 2층 놀이방에서 열렸다. 한주의 치료 상황과 장래에 대해 한주의 친척들에게 설명하고 협의하는 간담회 성격의 자리였다. 한주의 둘째 할아버지 등 6명의 친척이 회의에 참석했다. 웨스트미드 병원측에선 화상수술 전문의, 수석간호사, 정신과 담당의, 신경과 담당의, 물리치료사, 영양사, 병원소속 교사, 안과담당의 등이, NSW주에선 사회복지부 담당국장 등이 참석한 큰 규모의 회의였다.

물리치료사가 의사 결정 뒤집어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사회복지부 직원들은 한주가 퇴원하면 지내게 될 주택과 영주권 비자 건에 대해 점검했다. 또한 한주 할머니와 삼촌이 받아야 할 교육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다음은 가족들이 질문할 순서.

첫 번째 질문은 한주가 언제쯤 퇴원할 수 있는가였다. 화상병동 캐리 홉우드 수석간호사는 “현재 치료와 간호 부문에서는 퇴원준비가 완료된 상태”라고 답했다. 존 하비 박사도 동의했다. 그러나 물리치료사 체리 템플턴이 반대의견을 내놓았다. “한주는 아직 혼자 일어서지도 못하고 혼자서 밥을 먹지도 못한다. 한주가 일어나서 세 발짝 이상 걸을 때까진 퇴원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 템플턴의 의견에 신경과 담당의도 동의했다. 전원합의제인 병원의 내규에 따라 퇴원은 불가능해졌다.



다음 질문은 앞으로 5년 후의 한주 상태를 예상할 수 있는가였다. 이에 대한 답변은 대체로 희망적이었다. “깁스 없이 서고 걸을 것이며, 특수장갑을 낀 상태에서 밥도 혼자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옷을 혼자 입거나 단추를 끼고 푸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었다.

한주의 교육문제도 거론됐다. 답변에 나선 병원학교 교장은 “계속 체크하고 있다. 1년 동안 학교를 다니지 못한 상태라 많이 걱정된다. 그러나 한주가 공부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어 희망적이다. 특히 컴퓨터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병원측에서 한주의 친척들에게 물었다.

“현재 한인사회에서 모금되는 성금이 어디에 쓰이기를 원하는가. ‘웨스트미드 아동병원 전체’, ‘한주가 치료받고 있는 화상병동’, ‘한주에게만’ 중에서 여러분이 선택하는 대로 따르겠다.”

이에 대한 친척들의 의견은 일치했다.

“한주가 성금으로 무료 치료를 받고 있으니 한인사회의 성금도 모든 환자를 위해서 사용되길 바란다. 친척들도 최선을 다해서 모금에 참여하겠다.”

2시간 넘게 이어진 회의를 마치면서 병원 당국자는 다음과 같이 마무리했다.

“이렇게 많은 친척이 한주의 재활에 관심을 가져줘 감사한다. 한주는 부모형제를 잃고 자신의 외모도 잃었다. 환자에게 가장 어려운 상황은 모든 사람을 다 잃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 한주가 돌아가 기댈 수 있는 친척들이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 거듭 감사한다.”

필자는 그 말을 들으면서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누가 누구에게 관심을 가져줘서 감사하다고 하는지, 주객이 전도된 게 아닌가 헷갈렸던 것.

양육권 재판

더욱 혼란스러운 건 한주의 양육권을 놓고 주정부(사회복지과)와 할머니 오희년씨, 삼촌 손용구(32)씨가 법정까지 간 상황이다. 주정부에선 경제력이 없고 영어 구사력이 부족한 가족에게 한주의 양육권을 맡길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주정부의 태도는 단호했지만 문제는 한주에게 있었다. 졸지에 가족을 한꺼번에 잃은 한주가 할머니 곁에서 잠시만 떨어져 있어도 불안해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할머니의 간호는 호주 간호사의 서비스와는 다른 측면에서 한주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었다.

한주는 세 살 때 부모를 따라 호주로 떠나오기 전부터 할머니의 품에서 자랐을 뿐만 아니라 한주가 사고를 당해 사경을 헤맬 때 할머니의 헌신적인 간호가 없었다면 소생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의견에 이의를 제기하는 의사나 간호사가 하나도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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