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도 경영학 과목은 인기가 최고다. 수강 인원이 제한돼 있어 인터넷 수강신청에 성공하려면 운수가 좋아야 한다. 경영학을 부전공, 복수전공하려는 대학생이 급증하고 있다. 최소한의 경제·경영학 지식이라도 알아야겠다고 작심한 학생이 수두룩하다. 이공계 전공 학생들도 경영학 강의실을 기웃거린다. 음악, 미술, 체육 등 예체능계 전공자들도 예술 경영, 스포츠 마케팅에 관심이 많다며 경영, 경제학 강의에 관심을 보인다.
고려대 철학과에서 있었던 일이다. 철학과 전공과목에서 줄줄이 A+ 학점을 받는 우수 학생이 늘었다. 지도교수는 “인문학이 위기를 맞았다지만 학생들이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니 그 진단이 잘못된 것 아닌가”하며 흐뭇해했다. 그러나 그 교수는 최우수 학생을 불러 격려하다 허탈감에 빠졌다. 학생으로부터 “경영학을 부전공으로 신청하려면 학점이 좋아야 하므로 철학 공부에 몰두했다”는 말을 들어서다.
직장인 서가에도 ‘맨큐의 경제학’

경제학의 바이블로 통하는 ‘맨큐의 경제학’을 쓴 하버드대 그레고리 맨큐 교수.
최근 대기업 임원 A씨는 건축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아들의 책상 위에 놓인 ‘맨큐의 경제학’(김경환·김종석 옮김, 교보문고)을 발견하고 놀랐다. 경제학 서적치고는 표지 디자인이 화려하기 때문이었다. 내용을 훑어보니 컬러 사진과 그래픽이 그득했다.
명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A씨는 요즘도 손때 묻은 ‘경제학원론’(조순 지음, 법문사)을 가끔 들춰본다. 청년 시절에 경제학에 대한 눈을 뜨게 해준 소중한 길라잡이였고 그 내용이 여전히 유용하기 때문이다. 1974년 당시 조순 서울대 교수가 저술한 이 책은 다양한 사례와 깔끔한 편집으로 출판되자마자 경제학 서적 분야를 평정했다. 그 후 20여 년간 유사 서적의 추종을 불허했다. 영어 참고서 분야에서 ‘성문종합영어’가 누린 지위와 비슷했다.
A씨는 34년 전에 출판된 그 책 초판과 맨큐 책을 나란히 놓고 비교했다. 세상이 크게 변했음을 실감했다. A씨도 ‘맨큐의 경제학’을 샀다. 아들 것은 3판이지만 자신의 것은 2007년 1월에 나온 4판짜리다. 회사 사무실에 갖다 놓고 틈틈이 읽는다. ‘맨큐의 경제학 연습문제 풀이’(김경환·김종석 옮김, 교보문고)도 사서 새 학기가 시작하는 3월부터는 복습문제와 응용문제를 풀어 해답집과 비교하며 공부할 작정이다. A씨는 회사 직원 몇 명에게도 이 책을 선물로 줬다.
동아일보 경제부, 산업부 기자들은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데 열중하는 편이다. 독서 동아리를 만들어 새벽 일찍 출근해 ‘맨큐의 경제학’을 공부했다. 집에서 각자 읽고 와서 토론하고 한국의 현실 문제와 연결시켜 해법을 찾았다. 1032쪽에 달하는 두툼한 이 책을 뗀 공력을 바탕으로 화폐금융 분야 전문서 ‘미쉬킨의 화폐와 금융’(이상규 옮김, 한티미디어)도 독파했다. 이 책 역시 802쪽이나 돼 기자들의 가방이 더욱 무거워졌다. 공부 동아리 모임에 꾸준히 참여한 이나연 기자는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 대한 기사를 작성할 때 독서 덕분에 큰 도움을 얻었다”고 말했다.
맨큐 교수의 저서가 경제학 입문서로 왕좌에 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그의 화려한 학력부터 눈길을 끈다. 프린스턴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를 졸업하고 하버드대 경제학과에 몸담고 있으니…. 그는 소장 교수 시절부터 학생들을 지루하지 않게 잘 가르쳐 ‘베스트 티칭’ 상을 여러 번 받았다. 그의 강의를 정리한 노트가 다른 학교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그는 출판사로부터 거액의 선금을 받고 경제학 입문서를 집필하기 시작했다. 책이 나오자 경제학계와 언론계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경제 이론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풍부한 사례와 비유를 사용해 경제학 기본원리를 잘 설명했다”는 호평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