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호

‘그룹 지니어스’

1등 조직을 만드는 11가지 협력 기술

  • 이홍 광운대 경영대학장, 한국지식경영학회장 honglee@kw.ac.kr

    입력2008-03-05 16: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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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룹 지니어스’

    ‘그룹 지니어스’: 키스 소여 지음, 이호준 옮김, 북섬, 328쪽, 1만8000원

    전세계는 창조성에 목말라 있다. 창조성이 모든 경쟁의 근간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떻게 창조적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부딪히면 갑자기 마음이 답답해진다. 창조적이라는 말이 매우 환상적이긴 하지만, 창조성을 만들어내는 구체적인 방법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차에 우연히 ‘그룹 지니어스’라는 책을 알게 됐다. 그리고 책을 훑어보면서 그 안의 재미있는 착상이 나의 흥미를 끌었다. 이 책의 저자는 두 가지 면을 중심으로 자신의 주장을 펴고 있다.

    먼저 창조적 사고의 특성에 관한 것이다. 저자는 창조성이 계획이나 설계적 사고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창조적 사고는 즉흥적인 요소가 많다는 거다. 불현듯 떠오르는 그 무엇에 따라 창조가 이뤄진다는 주장이다. 둘째 주장은 창조를 개인의 관점으로 국한시키지 말자는 거다. 창조는 분명 개인의 머릿속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창조의 단위를 개인으로 국한하는 것은 오늘날에는 부적합하다고 주장한다. 이제 탁월한 한두 명의 천재가 세상을 이끄는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 증거로 금세기 이래의 창조적 결과물들이 여러 사람의 집단적 노력으로 이루어졌음을 들고 있다.

    이 두 가지 생각을 겹쳐보면 이렇다. 미래의 창조성은 개인이 아닌 다수의 사람이 협력하는 가운데서 발현될 것이며 이때의 중요한 사고체계는 즉흥성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저자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골자다. 즉흥성은 자유로운 개인의 사고와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환경에서 만들어진다. 재즈밴드가 좋은 예다.

    그러면서 저자는 협력에 대해 더 깊이 있는 설명을 하고 있다. 직접적인 협력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협력도 여기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예로 전신기를 만든 모스는 직접 협력해준 주변의 동료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당시에 이미 나온 여러 가지 아이디어로부터도 큰 도움을 받는다. 여기서 이미 제시된 다양한 아이디어가 간접협력이 된다. 간접협력이 중요한 이유는 세상의 많은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있는 것들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주위 지식을 활용하려는 노력이 중요해진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책을 더 읽어보면 협력을 통한 창조방법이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다. 이러한 방식의 창조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연쇄폭발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아이디어의 연쇄폭발을 일으키는 방법으로 크게 네 가지를 제시한다. 개념 전이, 개념 결합, 개념 정교화, 개념 창조가 그것이다.

    동업종·이업종 벤치마킹

    개념 전이란 일반적으로 유추(類推)라고 알려진 것이다. 이미 다른 곳에서 사용된 방법을 가져다 쓰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기업들은 벤치마킹이라는 것을 한다. 벤치마킹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동업종 벤치마킹이고 다른 하나는 이업종 벤치마킹이다. 동업종 벤치마킹은 한마디로 베껴 쓰자는 것으로 창조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이업종 벤치마킹은 원리를 이식하는 것으로 고도의 창조성이 필요하다. 이런 방식이 개념 전이를 이용한 것이다.

    개념 결합은 이종의 개념을 조합하는 것을 말한다. 시장에서 성공한 제품은 개념 결합을 통해 탄생하는 경우가 많다. 영국 서머싯 지방에서는 우유를 압착해 숙성시킨 체다 치즈와, 부드럽게 구우면 빵이 되고 딱딱하게 구우면 과자가 되는 프레첼처럼 서로 다른 두 가지 특징을 결합해 만든 스낵이 있다. 이것이 결합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개념 간의 거리가 멀수록 창조성은 더 커진다.

    개념 정교화는 이미 존재하는 개념을 가져와 정교하게 다듬어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요리사들이 잘 써먹는 방법이다. 이미 존재하는 요리를 교묘하게 변형하면 새로운 요리가 된다. 일본 사람은 한국의 불고기나 등심구이 방식을 교묘히 베껴 ‘야키니쿠’라는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칭기즈칸으로 알려진 몽골 요리를 가져다 야채 등 몇 가지 첨가물을 넣어 ‘샤브샤브’라는 음식을 만들어냈다. 이것이 정교화다.

    개념 창조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진공관 시절에 반도체가 나타났다. 이런 것이 개념 창조다. 앞의 세 가지 방식에 비해 난이도가 높다. 개념 창조는 위대한 사람에게서만 발견되는 현상이 아니다. 사람이 위기에 처하면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새로운 생각을 해낸다고 한다. 이런 경우 개념 창조에 의한 창조성이 발휘된다. 무의식적 사고가 중요하다고 한다.

    저자들의 이야기는 조직 수준으로까지 이어진다. 창조적인 조직을 저자는 혁신적인 조직이라고 가정하고 혁신적인 조직의 10가지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혁신적인 조직 특징 10가지

    1. 한꺼번에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하나의 프로젝트에 목을 매지 않고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시킨다. 보통의 조직은 한 개의 프로젝트에 사활을 건다. 그리고 이것이 실패했을 때 조직이 산산이 부서지는 경험을 한다.

    2. 놀랄 만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부서가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실패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실패가 용인되어 용기를 내어 자신들의 생각을 진척시킬 수 있는 부서문화를 장려한다.

    3. 창의적 대화를 위한 공간이 있다. 좌우에 앉은 동료들과 항상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배려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서로 긴밀한 대화를 나눠야 하는 사람들조차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면 창조를 위한 소통이 어렵기 때문이다.

    4. 아이디어 발상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갖는다. 창조는 아이디어의 연쇄작용에 의하여 솟아난다. 이것이 가능할 수 있도록 구성원에게 시간적 여유를 주고 있다. 구성원들을 조바심 속으로 몰아넣지 않는다. 그럴수록 창조적인 아이디어는 사장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5. 즉흥적인 일처리의 위험을 최소화한다. 즉흥성은 창조의 필수적인 요소이지만 그만큼 위험도 있다. 세밀한 분석, 일관된 전략의 유지, 그리고 너무 많은 아이디어로 인한 혼란이 있을 수 있다.

    6. 혼돈의 경계에서 즉흥성을 발휘한다. 창조적인 조직은 무질서와 질서의 교묘한 경계에 자리 잡게 된다. 혼돈의 경계에서 조직 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면밀히 관찰하고 관리하는 역량이 있다.

    7. 혁신을 위한 지식경영을 한다. 즉흥성에 따라 만들어진 아이디어가 다른 집단에도 전수되는 경영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창조의 원천이 되는 아이디어 연쇄가 조직 내에서도 일어날 수 있도록 자극한다.

    8.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전 직원이 거미줄처럼 엮여 정보를 공유하면서 즉흥적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네트워크 체계가 있다. 네트워크는 공식적, 비공식적 형태를 띤다.

    9. 조직 구성원들을 효율적으로 배치한다. 구성원들 간의 상호연계성을 보장하기 위한 인사체계, 예컨대 교차근무와 같은 제도가 있다. 너무 짧은 기간에 이루어지면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적절한 기간을 통한 교차나 순환근무는 창조성에 큰 도움이 된다.

    10. 혁신을 측정한다. 혁신의 잠재성을 측정할 수 있는 지수를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끊임없이 새로움에 도전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형성되고 있는지, 그리고 이들이 적절히 유지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체계가 구축되어 있다.

    학문적 논리체계 탓 읽기 까다로워

    이 밖에 협력망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한 사회가 창조적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협력망이 치밀하게 구성돼 있어야 한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이 내용들은 독자가 직접 확인해 보기를 권한다.

    저자의 주장은 꽤 일리가 있다. 특히 이제 모방의 시기에서 창조의 시기로 나아가려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까지의 한국은 남의 나라 기술이나 지식을 가져와 모방을 통해 고속성장을 이룩했다. 그래서 명령과 위계 같은 관리적 노력이 사람들의 창조적 노력보다 중요했다. 하지만 지금 세상은 전혀 다르다. 한국은 국제사회로부터 견제받는 위치에 올라섰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 힘으로 창조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창조성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저자는 말한다. 즉흥성과 협력이 창조성에 매우 중요하다고. 이러한 논거는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방식을 버려야 함을 의미한다.

    우선 우리가 갖고 있는 창조성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목표를 정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사고구조로는 저자가 말하는 창조적 행위를 할 수 없다. 개인의 다양하고 즉흥적인 생각이 표출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철저히 협력적 관점에서 움직여야 한다. 조직 내의 다른 구성원들과의 협력뿐만 아니라 고객과의 협력도 매우 중요하다. 이들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이 분수처럼 분출되도록 해 하나로 뭉치는 것이 창조성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태를 저자는 ‘그룹 지니어스(천재성·group genius)’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

    이 책은 학문적인 논리와 체계도 갖추고 있다. 수필이나 소설처럼 흥미로운 형식을 빌리지 않았다. 주장을 해야 하는 곳에서는 예증을 꼭 하고 있다. 독자에 따라서는 읽기 까다로울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을 한번 꼭 읽어볼 것을 권한다. 창조성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깨우칠 수 있고 앞으로의 대처 방안을 그려볼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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