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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깔스러운 경제학 입문서의 향연

  • 고승철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cheer@donga.com

맛깔스러운 경제학 입문서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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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임금 차별에 대해 설명할 때 농구선수 샤킬 오닐과 영화배우 짐 캐리가 고소득을 얻는 이유를 사례로 들었다. “야구선수 베이브 루스가 1931년에 받은 연봉 8만달러는 요즘 선수의 연봉과 비교해서 많은 편인가?”라는 질문을 던져 물가수준과 화폐가치를 설명한다.

한국어 번역판은 매끄럽게 잘 정리됐다. 여러 신문에서 칼럼니스트로 활약하며 문장력을 인정받은 김경환 서강대 교수와 김종석 홍익대 교수가 심혈을 기울여 번역한 결과인 듯하다. 공동 번역자는 처남 매부 사이인데다 프린스턴대 동문이기도 해서 호흡이 잘 맞았다. 잠시 강단을 떠나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자리에 앉아 있는 김종석 교수는 딱딱한 경제학 이론을 재미있게 풀이하는 것으로 이름났다. 그는 “교수 생활 초기부터 언젠가 좋은 경제학 입문서를 쓰리라고 마음먹었는데 맨큐 교수의 책을 보니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맨큐에 도전하는 한국 토종

맛깔스러운 경제학 입문서의 향연

조순 전 서울시장이 쓴‘경제학원론’은 34년째 사랑받고 있다.

조순 교수의 ‘경제학원론’은 법문사에서 2000년까지 출판됐다. 그 후 율곡출판사로 판권이 넘어가 개정판이 나왔다. 초판이 나온 1974년 3월 저자는 서문에서 “다섯 수재 제자의 도움을 받았다”며 그들의 실명을 밝혔다. 당시 20대 청년이었던 다섯 수재는 모두 역량 있는 경제학자로 성장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경제수석으로 발탁된 김중수 박사와 노무현 정부 초기에 청와대 수석으로 활동했던 이정우 교수 등이 그들이다. 법문사에서 4판을 찍을 때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공저자로 참여했다.

법문사는 조순·정운찬 공저 ‘경제학원론’의 후속편을 마련했다. 책 제목도 똑 같은 ‘경제학원론’(이준구·이창용 지음, 법문사)이다. 이 책은 ‘맨큐의 경제학’에 자극 받아 저술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 경제학자의 시각에서 쓴 새로운 차원의 경제학 입문서가 필요하기도 했다. 이 책이 좋은 반응을 얻자 저자들은 ‘경제학 들어가기’(이준구·이창용 지음, 법문사)를 썼다. 경제원리를 더욱 쉽게 설명한 책이다. 저자인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프린스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창용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땄다. 학력으로도 맨큐 교수에게 뒤질 것 없다는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저자들은 ‘경제학 들어가기’ 개정 2판 머리말에서 “외국 경제학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 경제학자들이 얼마나 재미없는 책을 썼기에 그런 말이 나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외국의 사례를 들어 외국 사고방식에 맞는 방법으로 설명한 책은 어차피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저자들은 또 “그런데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주 많다는 뜻”이라면서 “이제는 외국 책으로 경제학에 입문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자유주의 강조한 입문서도 눈길

맛깔스러운 경제학 입문서의 향연

이준구·이창용 교수의 ‘경제학 들어가기’.

이 책은 실제로 재미있고, 한국인 사고방식에 맞게 집필됐다. 문장에 군더더기가 없다. 토씨 하나도 적확하게 쓰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화려한 컬러 사진이나 세련된 그래픽은 맨큐 저서를 능가한다. 곳곳에 ‘생각해 봅시다’란 작은 박스형 글을 실어 생활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경제원리를 쉽게 설명했다. 읽을거리 글로 ‘좋은 음식점을 고르는 방법’ ‘다이어트 열풍’ ‘놀아야 경기가 살아난다’ 등을 곁들였다. 흥미진진하게 읽다 보면 어느덧 경제원리를 깨우친다. ‘경제학 들어가기 연습문제와 해답’(이준구·이창용 지음, 법문사)이란 자습서를 옆에 놓고 보면 적잖은 도움을 얻는다. 제대로 책을 이해했는지를 스스로 점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식(數式)을 써서 경제 이론을 주로 설명하는 경제학자 대부분은 문장력이 달리는 편이다. 문과 재능보다 이과 재능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고급 경제학 논문을 보면 글보다는 수식이 더 많다. 계량경제학 논문은 거의 수식으로만 이뤄져 수학 논문을 방불케 한다. 문장으로 쓰면 장황하게 서술해야 할 내용이 수식이나 그래프로는 일목요연하게 요약된다. 유려한 문장을 구사하는 경제학자를 찾기가 매우 어려운 정황이 이해되지 않는가.

연세대 상경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윤석범 명예교수와 김학은 교수는 문장가로 예우 받는 학자들이다. 두 교수 모두 역사, 종교, 철학, 문학 등 인문학에도 조예가 깊다. 윤 교수는 화가로도 활약한다. 시야가 넓고 상상력이 풍부한 학자임을 알 수 있다. 계량경제학을 전공한 윤 교수는 ‘경제사상의 흐름: 그 시대, 그 사람, 그 학설’(윤석범 지음, 세경사)이란 저서에서 절제된 문장의 진수를 보여줬다. 화폐금융론이 전공 분야인 김 교수는 ‘폰지게임과 베짓처방’(김학은 지음, 전통과 현대)에서 현란한 비유법을 구사했다.

호방한 성격의 이들 교수는 멋진 경제학 서적을 함께 쓰기로 의기투합했다. 그 첫 결실이 ‘새 거시경제학’(윤석범·김학은 지음, 세경사)이다. 이 책은 경제학의 흐름을 명료하게 설명했다. 계량 연구방식에 정통한 저자들의 서술 솜씨가 돋보인다. 경제학 이론을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으므로 문장의 멋을 나타낼 여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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