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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놀란 ‘대단한 실험’

생명체도 디지털화 가능…그럼, 되살릴 수도 있다?

  • 이한음 과학평론가 lmgx@naver.com

생명체도 디지털화 가능…그럼, 되살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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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염기와 아미노산이라는 생명의 양대 기본 물질은 일정한 대응 규칙에 따라 행동한다. 컴퓨터가 0과 1을 조합해 정보를 표현하듯. 생명체 형성 규칙인 유전암호는 본질적으로 디지털 정보다. 유전학과 디지털의 만남은 영화 ‘매트릭스’와 같은 가상 세계의 창조를 가능케 할까.
생명체도 디지털화 가능…그럼, 되살릴 수도 있다?

생김새가 DNA와 꼭 닮아 ‘인공 유전자’라고도 불리는 PNA.

크레이그 벤터 연구진은 1월25일자 ‘사이언스’ 인터넷판에 “인공 생명체 합성을 향해 한 단계 더 나아갔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미코플라스마 게니탈리움(Mycoplasma genitalium)’이라는 세균의 유전체를 화학적으로 합성하여 조립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 연구소의 연구자 17명이 공동으로 발표한 이 논문을 보면 유전체는 마치 장난감 블록 조립하듯이 만들 수 있는 것인 양 느껴진다. 생체분자를 다루는 기술이 발전했다는 의미지만, 한편으로는 생명체가 지닌 신비감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뜻도 된다.

인공 유전체 합성 소식은 인간의 무분별한 생명체 창조가 어떤 위험을 가져올 것인지, 인간이 과연 새로운 생명체를 빚어낼 자격을 갖추었는지 등 여러 윤리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또 그에 따른 미래상을 놓고도 다양한 이야기가 오갈 수 있다. 여기서는 크레이그 벤터와 ‘이기적 유전자’의 대변인인 리처드 도킨스가 나눈 대담을 중심으로 인공 유전체 합성의 의미를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연구진의 실험을 간단히 요약했다.

인간, 2만2000개의 유전자 조합

미코플라스마 게니탈리움은 사람의 생식기와 호흡기에 사는 기생 세균으로서, 세균 중에서도 가장 작은 유전체를 지닌 축에 속한다. 유전체의 염기 개수는 약 58만에 달하며 유전자는 약 480개다. 30억의 염기 개수에 2만2000개의 유전자로 이루어진 인간 유전체에 비하면 매우 작다.



그렇다고 합성하기가 쉽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전까지 합성에 성공한 DNA 가닥 중 가장 긴 것이라고 해봐야 염기 개수가 수만에 불과했으니, 수십만개의 염기로 이루어진 DNA 가닥을 합성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연구진은 부품을 만들어 조립하는 방식을 쓰기로 했다. 유전체를 염기 5000~7000개 단위로 끊어서 각각을 합성한 뒤 조립하는 식이었다. 거기에 포유류의 세포를 감염시키지 못하도록 별도의 염기를 삽입하여 핵심 유전자에 이상을 일으키도록 했다.

연구진은 각 단위의 합성을 각기 다른 회사들에 맡겼다. 합성된 염기 서열에 오류가 있는지 검사한 뒤 효모 세포에 넣어서 조립했다. 그런 다음 회수하여 다시 오류가 있는지 검사하는 과정을 거쳐 세균의 유전체를 인공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 유전체를 세포에 넣어 스스로 활동하고 증식하도록 하는 단계에까지 가야 인공 생명체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연구진이 그 방향으로 큰 걸음을 내디뎠다는 것은 분명하다.

벤터는 한 세균에 있던 유전체를 제거한 뒤 다른 세균의 유전체를 그 안에 넣는 이식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배아줄기세포 실험 때 핵을 이식하는 것과 비슷하지만, 핵이 아니라 유전체만 넣는 것이니 그보다 더 정밀한 방식이다. 비록 세균의 염색체가 훨씬 더 작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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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음 과학평론가 lmg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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