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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놀란 ‘대단한 실험’

생명체도 디지털화 가능…그럼, 되살릴 수도 있다?

  • 이한음 과학평론가 lmgx@naver.com

생명체도 디지털화 가능…그럼, 되살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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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생명체’ 합성 실험

생명체도 디지털화 가능…그럼, 되살릴 수도 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인간의 신체는 ‘디지털화’되어 특정 지점에서 해체됐다가 다른 지점에서 원형으로 조립된다.

벤터의 실험은 유전체와 생명체가 너무 복잡해서 연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통념을 깨뜨렸다. 낱낱이 해체한 뒤 다시 조립하면 되지 않을까? 그는 모든 생명과학 연구자가 한 번쯤 생각했을 그 의문을 직접 실험해보려는 의지로 가득한 듯하다. 인간 유전체 계획 때에도 그는 그런 접근 방식을 취했다.

인간 유전체 계획 연구자들이 전체 설계도를 보면서 이쪽 부품을 뜯어내 분해했다가 다시 끼우고 다음에는 저쪽 부품을 뜯어내는 식으로 접근할 때, 그는 전체 설계도 자체가 필요하지 않다는 태도로 접근했다. 전체가 염기라는 똑같은 단위로 이루어져 있으니 대강 일정한 크기로 잘라서 분석한 뒤 나중에 끼워 맞추면 된다는 식이었다.

따지고 보면 그는 컴퓨터의 능력을 믿은 셈이다. 수천, 수만 개의 조각으로 된 퍼즐이라도 컴퓨터는 가장자리를 비교하여 얼마든지 제대로 끼워 맞출 수 있다고 봤다. 다른 연구자들은 조합의 수가 엄청나게 많아져서 힘들 것이라고 생각할 때, 그는 발상의 전환을 한 것이다. 그런 과감한 생각으로 그는 인간 유전체 계획에 뒤늦게 뛰어들었으면서도 그 계획을 앞당기는 데 큰 몫을 해냈다. 벤처 사업가다웠다고나 할까.

어찌 보면 분석했으니 다시 종합하고, 해체했으니 다시 조립하는 것이 당연한 순서일 듯도 하다. 벤터는 생명체를 낱낱이 해체해보았으니 이제 합성하고 조립하여 새로 만들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새로 조립할 수 있다면 굳이 원래 있던 대로 복원할 필요는 없다. 원하는 대로 맞춤 조립을 해도 무방하다. DNA를 복제하고 RNA를 만들고 세포의 기초 대사 활동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 등을 포함한 최소한의 유전자에다 원하는 유전자를 추가하여 맞춤 유전체를 합성할 수도 있다. 그 유전체를 세포에 넣으면 원하는 생명체가 만들어진다. 벤터가 화석 연료의 대체물을 생산하는 생명체를 만들어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주장하는 것도 그런 논리의 연장선상에 있다.

유전체를 원하는 대로 합성하여 조립할 수 있다는 생각은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다. 그 개념은 훨씬 이전부터 있었다. 그것은 생명체를 보는 또 하나의 주된 관점의 산물이다. 바로 생명의 본질을 정보라고 보는 시각이다.

신체가 무형의 ‘정보’로 바뀐다?

1953년 왓슨과 크릭이 DNA 구조를 발견한 직후 과학자들은 DNA가 아미노산들을 조합하여 다양한 단백질을 조립하는 과정을 알아내고자 애썼다. DNA의 염기는 4종류인 반면, 아미노산의 종류는 20가지였다. 따라서 단순히 생각하면 그 문제는 4종류를 조합하여 20가지를 만들어내라는 간단한 수학 문제나 다름없었다.

염기와 아미노산이 1대 1로 대응한다면, 염기 4종류로 만들 수 있는 아미노산의 종류는 4가지밖에 안 된다. 염기와 아미노산이 2대 1로 대응한다면, 16가지 아미노산을 만들 수 있다. 3대 1로 대응한다면? 64가지를 만들 수 있으므로 여유분까지 있는 셈이다. 실제로 염기와 아미노산은 3대 1로 대응한다는 것이 드러났다.

염기와 아미노산이라는 생명의 양대 기본 물질이 일정한 대응 규칙에 따라 행동한다면, 생체분자라는 매체에서 떼어내 추상적인 규칙만 살펴볼 수도 있다. 게다가 컴퓨터가 0과 1을 조합하여 정보를 표현하듯이, 네 종류의 염기를 조합하여 유전 정보를 표현하니 디지털 형식에 딱 맞았다. 염기와 아미노산의 대응 규칙인 유전암호는 본질적으로 디지털 정보였다.

그러면 그것을 컴퓨터로 옮길 수도 있지 않을까? 생명체가 지닌 정보를 고스란히 컴퓨터로 옮기면, 컴퓨터와 네트워크로 연결된 가상의 세계에서 살면서 번식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상상은 끝없이 펼쳐지면서 수많은 과학소설과 ‘매트릭스’를 비롯한 온갖 블록버스터 영화를 낳았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로 실현 가능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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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음 과학평론가 lmg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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