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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키아에서 두바이까지, 문명사로 본 시장과 국부(國富)

“열어라, 그러면 얻을 것이다!”

  • 권삼윤 문명비평가 tumida@hanmail.net

페니키아에서 두바이까지, 문명사로 본 시장과 국부(國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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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키아에서 두바이까지, 문명사로 본 시장과 국부(國富)

2007년 4월 두바이를 방문한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예비 후보.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를 뿐 아니라 돌고 돈다. 생명의 기반이 되는 물의 순환은 바로 이 같은 물의 성질에 따른 것이다. 현실세계에서 순환은 타인과의 교류를 의미한다. 돈 또한 돌고 돌면서 부를 증진하고 가난을 퇴치한다. 그런 의미에서 개방은 자유와 다를 바 없다. 굳이 그 차이를 따진다면 자유는 내적인 자기표현, 개방은 외적 자기 표출쯤으로 바꿀 수 있으리라.

시장은 품질과 가격이라는 두 가지 요소로 작동되는데,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화폐로 표현한 것이 가격이다. 누구나 품질과 가격에 자신이 있다면 시장에 참가할 수 있다. 그게 시장 참가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장은 한껏 열려 있다.

“세계도시가 아니라 세계 그 자체”

자유와 개방이야말로 경제발전과 인간의 삶의 질 향상에 필수적이란 사실을 두바이만큼 잘 보여주는 예도 없을 것이다. 20여 년 전, 동양과 서양을 잇는 걸프 만에 위치한 교통요지, 더 정확히 말하면 런던과 싱가포르의 꼭 중간지점에 있는 이 도시를 항로 관계로 우연히 지나친 적이 있다. 당시엔 너무나 한산해 이름마저 생소하게 들렸다.

하지만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몇 년 전, 파키스탄을 거쳐 이집트로 가는 길에 잠깐 들른 두바이는 몰라볼 정도로 변해 있었다. 그들 스스로 “이제 두바이는 세계도시가 아니라 세계 그 자체”라고 할 정도다.



공항부터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세계 각국의 명품이 화려한 진열장에서 빼어난 자태를 드러내고, 아랍 국가답지 않게 히잡을 쓴 아랍 여성이 남자와 함께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하고, 등을 훤히 드러낸 외국 여성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아랍 국가는 고유 종교인 이슬람을 지키기 위해 폐쇄적이라는 선입관이 한순간에 무너져버렸다. 알고 보니 두바이는 여성에 대한 차별을 철폐했던 것이다. 국적이나 종교, 언어에 대한 차별도 없앴다고 했다. 심지어 외국인에게 이슬람에선 금기하는 술과 돼지고기까지 팔고 있었으며, 신앙의 자유가 허용돼 각자의 예배 공간을 둘 수 있다고 했다.

물 흐르듯 돈이 흐르게 하겠다는 두바이의 개혁 전도사 셰이크 모하메드 국왕의 꿈이 현실로 이뤄지는 듯, 두바이는 전세계의 돈과 상품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힘을 이용해 두바이를 북아프리카, 중동, 인도, 중앙아시아 일대의 금융, 무역, 비즈니스, 쇼핑, 관광, 컨벤션, 문화의 중심지로 키울 계획이다.

제한이 없기는 투자 및 외화 송금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실 이게 빠지면 금융허브의 꿈이 어찌 이뤄지겠는가. 금융·외환 부문의 개방은 중동에 처음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동(東)지중해의 파도소리가 들려오는 레바논에서도 외화 소지가 자유롭고 어디서나 환전이 가능하다.

레바논의 이런 전통은 기원전 1200년경 한때 해상무역으로 번성했던 페니키아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곳에서 만난 레바논 사람들은 대부분 쾌활하며 자신감에 넘쳤고 무엇보다도 개방적이었다. 그들은 국적이나 인종에 괘념치 않는 듯했다. 누군가는 필자에게 “우리는 무역에 능했던 페니키아인의 후예로서 개방적이고, 진취적이다”라고 했다.

고대 문명이 모두 큰 강 유역에서 발생한 것은 비옥한 충적토가 있는 강 하류 지역이 정착과 농경의 적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변 지역은 원거리 교역에는 불리했다. 시장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확대되지 못해 그들이 필요한 것을 모두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도 점점 활기를 잃어갔다. 그래서 문명의 중심지가 모든 게 모이고 흩어지는 바다로 옮겨갔다. 그 첫 무대는 동지중해. 지금의 시리아 서부와 레바논 일대로 그 주인공이 바로 페니키아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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