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부동산에 투자할 때에는 반드시 현지 답사를 꼼꼼히 하고 매물에 대해 최소한 3곳의 업체로부터 투자가치를 확인하는 게 좋다.
말레이시아의 한 개발사는 지난 2006년 12월 경기도 일산에 한국인 취향에 맞게 실크 벽지에 대리석 바닥재 등 럭셔리풍의 모델하우스를 지어놓고,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부근에 지어지는 고급 주상복합아파트라며 3.3㎡당 분양가가 700만원인데 향후 2000만원 이상으로 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익성에 끌린 국내 투자자들은 서울 강북지역과 맞먹는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계약을 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현지에서는 이 아파트 분양가가 턱없이 비쌀 뿐 아니라 언제 완공될지도 미지수라는 싸늘한 반응이었다. 실제 이 아파트가 들어서는 지역은 콸라룸푸르(KLCC)에서 차로 1시간 이상 가야 하는 외곽지대로 아파트 한 채 가격이 1000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미개발지역이다. 또 말레이시아는 우리나라와 달리 분양면적이 아닌 전용면적을 기준으로 분양가를 산정하는데, 이 개발사는 분양면적을 기준으로 국내 투자자들에게 분양했다.
예를 들어 분양면적이 105.6㎡(32평)인 경우 전용률을 75%로 가정하면 약 79.2㎡(24평)가 나온다. 이때 분양가가 3.3㎡당 700만원이라면,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구입하면 전용면적을 기준으로 하기에 1억6800만원이 되지만 이 개발사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분양면적을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해 2억2400만원에 분양한 것이다. 국내 투자자가 현지 법규를 모르는 점을 악용해 한 채당 수천만원의 폭리를 취한 셈이다.
또한 말레이시아는 우리나라와 달리 벽지나 바닥재 등 실내 인테리어를 하지 않는 ‘누드 아파트’를 짓는다. 풀 옵션을 하려면 개인 투자자가 별도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말레이시아 현지에 마치 국내 모델하우스와 똑같은 풀옵션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처럼 허위, 과장광고한 것이다.
장 변호사는 “개발사가 한국 내에 없고 한국 내에 재산도 없는 경우라면 국내법상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없다”면서 “피해를 준 국가에 가서 현지법에서 정한 구제절차를 밟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과 비용 문제로 해외 개발업자에 의한 피해는 사실상 구제받기 힘들다.
동남아 부동산시장 전문가인 CBRE 김한석 부장은 “현지인 개발업자와 에이전트가 결탁해 질이 떨어지는 부동산을 비싸게 팔아도 현지 사정에 어두운 국내 투자자들은 속을 수밖에 없다”면서 “계약 체결 전 현장을 답사하거나 이것이 힘들다면 다른 해외부동산 전문업체를 통해 그 물건의 위치 및 가치를 확인하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현지인 정보에 주의하라
한인 거주자만 80만명에 달하는 은퇴 이민자의 천국 필리핀도 한국인들의 부동산 투자 열기로 뜨겁다. 그 열기만큼이나 한국인들의 부동산 투자사고도 빈번하다.
이모(43)씨는 2년 전 필리핀에 있는 지인의 권유에 따라 지도에 표시된 위치만 보고 2억원을 투자해 1000㎡의 땅을 매입했다. 마닐라 부근이라 가격이 오를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지역은 사람과 차량의 통행이 빈번하지 않은 지역으로 시세차익을 보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몇 년은 족히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매수자도 전혀 나타나지 않아 묶인 자금 때문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형편이다.
윤모(40)씨 역시 필리핀 부동산에 투자했다 쓴잔을 마셔야 했다. 그는 현지 지인을 통해 해당국 고위 공무원을 소개받는 자리에서 카지노 개발 계획이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개발 예정지 인근 토지를 주변 시세보다 50% 비싼 가격에 취득했다. 그러나 막상 발표된 개발지역은 5km 정도 떨어진 지역이었다. 지금도 해당 토지는 윤씨의 취득가격보다 한참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