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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막강 실세 ‘국부(國富)펀드’의 실체

중동 산유국 외환 운용책에서 선진국도 떨게 하는 큰손으로

  • 고승철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cheer@donga.com

세계경제 막강 실세 ‘국부(國富)펀드’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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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30개국 40개 국부펀드 총 규모 3조달러
  • 2022년엔 세계 금융자산 9.2% 차지
  • 최대 국부펀드는 자산 8750억달러 아부다비 투자청
  • 씨티그룹, 메릴린치 “제발 투자해주오…”
  • “너무 크면 우리가 먹힌다”…선진국 비상경계
세계경제 막강 실세 ‘국부(國富)펀드’의 실체
요즘 소리 없이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큰손이 있다. 바로 ‘국부(國富)펀드’다. 귀에 썩 익은 용어는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단어가 국제적으로 통용된 지가 몇 년밖에 되지 않았고, 한국에서는 여전히 생소하기 때문이다. 영어로는 ‘SWF(Sovereign Wealth Fund)’라고 한다. 영한사전에 따르면 ‘sovereign’은 ‘최고 권력을 가진, 통치권이 있는, 자주의, 최고의…’ 등의 의미다. 단어 뜻만으로도 이 펀드가 범상치 않은 존재임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 1월23~27일 ‘다보스 포럼’이 열린 스위스의 휴양도시 다보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등은 연단에 올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게이츠 회장은 “선진국이 저개발국 국민의 건강을 챙겨야 한다”고 감동적인 연설을 해 우레 같은 박수를 받았다. 블레어 전 총리는 “테러리즘, 기후변화, 물 부족 등 지구촌이 당면한 과제들을 극복하려면 정부, 기업, 시민단체 지도자들이 협력적, 혁신적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해 주목을 받았다.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언론을 통해 즉시 보도됐다.

이들이 연설하는 동안 다보스 시내의 다른 곳에서는 몇몇 유력 인사가 조용한 회합을 가졌다. 핵심 사안을 논의하려면 언론의 눈길을 피하는 게 좋다는 판단에서였다. 참가자 가운데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얼굴이 알려진 인물이다. 흰색 다슈다샤(원피스형 아랍 전통 복장)를 입고 검은색 이칼(머리띠)을 맨 풍채 좋은 아랍 신사도 여럿 동참했다. 그들은 중동 산유국의 실력자였다. 서머스 전 장관은 침통한 얼굴로 미국의 경제상황을 설명했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미국 금융회사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어 금융계 전체에 난리가 났다”는 게 요지였다. 씨티그룹, 메릴린치,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미국 유수의 금융회사가 서브프라임모기지 때문에 입은 손실은 줄잡아 600억달러나 된다는 것이다.

유럽 금융 전문가들은 서머스 전 장관의 설명에 맞장구를 치면서 “유럽의 투자은행도 막대한 손실을 입기는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들은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탓에 전세계 금융회사들이 당한 손실이 2000억~3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과 유럽의 금융 전문가들은 산유국 실력자들에게 하소연했다.

“2007년 11월, 아랍에미리트연방(UAE)의 아부다비 투자청(ADIA)이 미국 씨티그룹에 75억달러의 긴급 자금을 공급한 점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ADIA도 씨티그룹의 최대 주주로서 새로운 역할을 맡을 것이다. ADIA 같은 산유국 국부펀드가 미국 및 유럽 금융회사에 더욱 활발히 투자할 필요가 있다. 이는 양측에 모두 이익이 된다.”



국부펀드 안건이 다보스 포럼에서 본격 논의된 것은 2008년이 처음이다. 국부펀드는 현재의 세계경제 난국을 돌파하는 열쇠로 요긴하게 쓰인다. 하지만 선진국 일각에서는 “국부펀드가 앞으로 미국 금융회사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성장하면 곤란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부펀드가 미국 및 유럽의 핵심 기업이나 부동산 등을 본격적으로 사들이는 상황을 걱정한다. 미국의 일부 극우세력은 “사막의 유목민들이 오일달러로 서방을 공략하면 중세와 같은 암흑기가 올지 모른다”고 경각심을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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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철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che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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