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에 대해 K교수는 “경찰에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며 “성폭행, 성추행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자세한 것은 경찰에 물어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고소장이 접수된 이후 석 달 동안 사건을 수사해 온 경찰은 지난 2월13일 K교수의 성폭행 및 성추행 혐의가 인정된다며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K교수를 고소한 김씨 측에 따르면 K교수가 김씨를 상대로 성폭행을 일삼은 곳은 자신의 연구실과 랩실(대학원생들의 연구실) 등이었다. 김씨는 소장에서 K교수가 박사학위 지도교수라는 지위를 이용해 “말을 듣지 않으면 박사학위를 받을 수 없다”는 등의 취지로 협박,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연구실에서 버젓이…
김씨의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한 달여 동안 고소인과 피고소인, 참고인 조사를 마친 뒤 K교수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수사를 담당한 형사는 “통상적인 이유로 기각됐다”고 말했다. K교수가 신분이 확실한 데다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어 영장이 기각됐다는 것이다.
K교수는 지난 2월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경찰에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 (성폭행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며 “자세한 것은 경찰에 물어보라”고 했다. 14일 두 번째 전화통화에서 “과학적 근거라는 게 뭐냐”고 묻자 K교수는 “경찰이 기소했지만 기각됐다”며 “그것(과학적 근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주장했다. K교수는 경찰이 청구한 영장이 기각된 것을 기소 자체가 기각된 것으로 착각하는 듯했다.
K교수가 주장하는 ‘과학적 근거’는 뭘까. 경찰은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자세한 얘기를 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에서 조사를 받은 참고인 등의 증언을 통해 K교수가 주장하는 ‘과학적 근거’를 간접적으로 전해들을 수 있었다.
K교수 성폭행 사건과 관련, 참고인 조사를 받은 이 대학 출신 이성호(가명·37)씨는 “김정은씨가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성폭행당한 날짜와 시간을 확정적으로 기술했는데, 이 부분을 문제 삼는 것 같다”고 했다.
김씨가 ‘2006년 9월4일 21:30경…’이라고 성폭행 당시 시간을 특정했는데, K교수는 보안업체가 보관하고 있던 당시 랩실 출입 기록시간이 김씨가 주장하는 시각과 다르다는 점을 들어 성폭행 사실을 부인한 것이다. 이씨는 “짧게는 몇 달, 길게는 1년 이상 전에 벌어진 일에 대해 정확한 시간을 기억해내는 것은 한계가 있는데, 이를 빌미로 성폭행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김씨와 또 다른 고소인 이씨, 그리고 동료 대학원생 민수희(가명· 36)씨 등의 진술에 따르면 K교수는 김씨를 성폭행한 것 외에도 여제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