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이재오, 이광재와 접촉 피해 北으로부터 그들을 지켰다” ● 主思 이론 공부하며 인천지역 공장 위장취업 ● 주사파 주도권 싸움, 윤리 부재에 회의감 ● 큰아버지 만나러 사할린 갔다 北 공작조직 접촉 ● 기차 타고 밀입북…‘실패한 혁명’에 울다 ● 북한 초대소 정보 꿰는 안기부 “그 처녀는 시집갔다” ● 안기부, 정씨 제보로 한민전과 해외 비밀 아지트 파악 ● 북측이 준 가명은 ‘박성태’, 안기부는 ‘천왕산’으로 불러 ● 남북정상회담 후 중단된 대북공작 ● “김정일이 노 대통령 거칠게 다룬 데는 이유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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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허두에서 ‘실없는 소리’를 해대는 것은 공작원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해서다. 키 크고 잘생긴 사람은 공작원으로 부적합하다. 너무 못생긴 사람도 좋은 공작원이 되기 어렵다. 한 번만 봐도 그 인상이 오래 남기 때문이다.
기자의 어깨쯤에 오는 작은 키의 정태환(鄭泰煥·45)씨는 아주 평범한 얼굴을 갖고 있다. 하지만 목과 손목이 굵은 것으로 봐선 강단 있는 성격임이 분명했다. 미간이 넓어 웬만한 일로는 고민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는 술 담배도 하지 않는다. 이성에 대한 관심도 매우 옅었다. 상황에 쉽게 끌려 다니지 않을 조건을 두루 갖춘 것인데, 공작원은 이러한 사람 가운데에서 선발해야 한다.
정태환씨는 러시아의 극동지역 수도인 하바로프스크에서 15년 이상을 살아왔다. 그곳에서 고려인 여성과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개인사업을 하다 지난해 가을 정리하고 한국 회사에 취직했다. 이 회사는 유명한 건축 설계 전문 회사다.
정씨는 이 회사에 러시아 전문가로 취업했다. 이 회사는 카자흐스탄의 알마티 등지에 호텔과 아파트를 짓는 데 컨설팅 해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그래서 러시아어와 러시아권 사정에 밝은 정씨를 영입한 것이다.
노 대통령을 아랫사람 대하듯
정씨는 가족이 있는 러시아 하바로프스크와 사업장이 있는 카자흐스탄 그리고 본사가 있는 한국을 오가며 활동한다. 정씨는 첫 만남에서 한마디 질문으로 기자의 관심을 확 잡아끌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에 갔을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아주 정중하게 김 대통령을 맞았습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에 갔을 때는 아랫사람 대하듯이 했습니다. 똑같은 대한민국 대통령인데, 왜 김정일은 노 대통령에 대해서는 다른 대우를 했는지 아십니까”
그는 바로 대답을 이어나갔다.
“김정일은 노 대통령과 그 세력들이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 무엇을 했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시시콜콜하게 다 알고 있었습니다. 김정일은 1990년대 내내 노무현 대통령과 그 세력들에 대한 동향보고를 받았습니다. 그 동향보고를 한 인물이 바로 접니다. 그러니 김정일은 ‘당신 생각이 무엇인지 다 알고 있어’ 하는 생각에, 노 대통령을 아랫사람 대하듯이 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