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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계층 세습’ 서막이 되다

2000만원 무담보 대출과 2000원 로또 사이

  • 손민규 동아일보 대학생 인턴기자 lugali@naver.com

대학가, ‘계층 세습’ 서막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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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계층 세습’ 서막이 되다

밤 11시, 수업을 마친 학생들을 태우기 위해 기다리는 경기도 일산 학원가의 버스들.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의대가 가장 인기 있는 학과로 자리 잡은 것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고소득이 안정적으로 보장되는 의대의 경쟁률은 해마다 살인적인 수준. 2008년 대입 수시 2학기에서 고려대 의예과는 무려 16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근래 대부분의 의대가 의학대학원으로 바뀌면서 학부과정에 의대를 남겨놓은 대학이 줄었기 때문에 문은 더욱 좁아졌다. 당연히 의대에 입학한 학생들은 수재 중에서도 수재에 속한다.

그렇다면 이들 의대생은 사회적으로 어떤 계층에 속할까.

“까마득한 선배들은 주말에 막노동을 해서 등록금을 벌었다는 ‘전설’도 얘기하지만, 그건 정말 옛날 일이죠. 올해로 5년째 학교를 다니고 있어도 그런 경우는 못 봤는데요.”

올해 본과 3학년으로 올라가는 방종욱(24·인제대 의대)씨는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성적은 좋은데 등록금 마련할 형편이 안 되는 학생은 애초에 의대에 오질 않아요. 학비가 싼 국립대나 교대로 가죠. 의대 등록금이 다른 학과보다 비싸잖아요. 더구나 요즘엔 잘사는 애들이 공부도 더 잘 하는 것 같아요. 뉴스에도 나오잖아요. 강남 출신 학생들이 타 지역에 비해 서울대에 더 많이 들어간다고요. 실제로 주변 의대생들 보면 대부분 등록금 걱정할 필요가 없을 만큼 잘살아요.



특히 의대는 본과 3학년에 올라가기 석 달 전부터 은행에서 2000만원쯤 마이너스 통장을 발급받을 수 있어요. 그러니 돈 때문에 휴학하는 일은 거의 없죠.”

실제로 치의대 본과 3학년부터는 하나은행으로부터 2000만원 한도의 마이너스 통장을 발급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은 본과 4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비슷한 상품을 판다. 방씨는 “거의 모든 의대생이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한다”며 “만들어서 손해 볼 건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렇게 발급받은 마이너스 통장으로 등록금을 대출하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 그런 사례는 극소수라는 게 학생들의 말이다. 대부분은 술값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흥비로 사용된다는 것. 방씨는 “주변을 보면 생일처럼 특별한 날에는 술값으로 100만원, 200만원씩 쓰는 이들이 있다”며 “이럴 때 마이너스 통장을 쓴다”고 말했다.

무담보 대출이긴 하지만 결국 빚이 아니냐는 질문에 방씨는 이렇게 답했다.

“학생 시절에 빌린 돈을 못 갚는 경우는 없습니다. 인턴, 레지던트 끝나고 개인병원을 개설하는 과정에서 진 빚은 못 갚는 경우도 간혹 있다지만, 그건 차후의 문제죠. 의대생들이 대개 유복한 가정 출신이고 학교를 다닐 때도 경제적 고민 없이 살 수 있는 건 분명합니다. 마이너스 통장이 있으니 디지털 카메라나 DVD 같은 전자기기를 사거나 여행을 갈 때도 부담 없잖아요. 의대생들은 높은 점수로 대학에 진학했고 학업 과정도 타 전공에 비해 힘들기 때문에 보상도 많은 거라고 생각하고요.

요즘 의대 졸업생이 많아져서 벌이가 예전만 못하다고들 하는데요, 그렇지만 선배들 말 들어보면 전문의 따서 사회에 나가면 기본적으로 연봉 6000~7000만원은 보장된다고 하네요. 학부 때 마이너스 통장으로 빌린 돈이나 학자금 대출받은 것은 그때 다 갚을 수 있는 거죠. 다른 과 대학생들은 이자가 부담되서 학자금 대출도 선뜻 못 받는다고 하지만, 의대생은 그런 부담이 없습니다.”

입시와 돈의 상관관계

지난해 서울대에 입학한 양진환(20)씨는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사교육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고도 그 어렵다는 서울대 입시 관문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입학 후에는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동기들을 보며 기가 꺾일 수밖에 없었다.

“전에는 언론에서 수능 만점자들을 인터뷰하면 꼭 ‘교과서 위주로, 학원은 안 다녔다’고 말했잖아요. 제가 꼭 그런 경우였거든요. 근데 주위 친구들은 학원도 많이 다녔고 과외도 많이 받았어요. 특히 영어 실력은 사교육을 받았느냐 안 받았느냐에 따라 차이가 크더라고요. 저를 비롯해 학교 공부만 충실히 했던 학생들은 수능 문제를 풀 수 있을 정도의 영어 실력이죠. 하지만 동기 중에는 어릴 때 영어권 국가에서 1년쯤 살다 온 경우도 많아요. 물론 대부분 집이 잘살죠. 어쩌겠어요. 이제부터 따라잡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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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규 동아일보 대학생 인턴기자 lugal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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