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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당신의 미래가 걱정됩니까?

  • 손호철│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sonn@sogang.ac.kr│

당신의 미래가 걱정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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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가장 중요한 경제체제 문제에 대해 ‘지속가능 선진경제’라고 주장하며 여러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발전국가, 신자유주의와 다른 이 자본주의의 구체적인 작동과 규제 양식이 무엇인가 하는 핵심문제에 대해서는 애매하기만 하다. 지속가능 선진경제는 목표이지 발전국가, 신자유주의처럼 거기로 가는 경제체제의 명칭은 아니다. 사회적 합의에 따른 조정시장경제라는 애매한 표현뿐이다. 조정시장경제라면 유럽식 사회코포라티즘이라는 뜻인가?

이명박 정부는 중도보수?

개념의 문제도 있다. 이 책이 ‘중도진보적’ 노선이라고 주장하는 데에는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 신자유주의정책을 추구했다고 인정하는(251쪽)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자유주의적 개혁정권’내지 ‘중도개혁정권’이 아니라 ‘진보정권’ 내지 ‘중도진보정권’이라고 규정하면서 이의 실패를 ‘진보정권의 실패’라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나아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까지 ‘냉전적 보수’내지 ‘강경보수’가 아니라 ‘중도보수’라고 보는 것(61쪽)은 문제가 있는 이념적 분류다. 그렇다면 한국정치에서 어느 세력이 강경보수인가?

진짜 문제는 이 책이 겨냥하는 정치세력이다. 저자들이 그동안 걸어온 그간의 역사성,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실현시킬 수 있는 정치적 힘이라는 변수를 생각할 때 그 세력은 당연히 민주당이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민주당의 좌경화다. 즉 서구의 제3의 길이 사회민주주의와 신자유주의의 중도적 노선이었다면 이들이 제시하는 제3의 길은 발전국가와 신자유주의라는 제1의 길과 제2의 길보다 ‘좌경한 노선’이다! 다시 말해, 서구와 달리 발전국가와 신자유주의라는 우리의 두 길은 둘 다 진보와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한국판 제3의 길이라는 새로운 진보는 사실 ‘새로운’ 진보가 아니라 ‘첫’ 진보다(물론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같은 진보는 있었지만 이는 다른 이야기다). 그러나 민주당은 오히려 ‘뉴민주당 플랜’을 통해 그간의 노선을 분배주의로 비판하고 우경화하고 있다. 따라서 이 연구 프로젝트는 현실성이 낮다.

그것이 아니라 이 연구가 진보신당(친북반미 중심의 민주노동당은 이 프로젝트와 상당한 거리가 있고)과 같은 진보정당을 겨냥한 것인가? 춥고 배고프며 ‘별 영양가도, 영향력도 없는’ 진보정당을 위한 고언이라면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진보신당 등은 이를 읽고 고민하고 배워야 한다. 그러나 주도세력의 면면을 볼 때 그 같은 작은 성과에 만족할 것 같지 않고, 진보정당의 역사성을 고려할 때 진보정당의 우경화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사실 이 연구는 기존의 정당이나 정치세력을 넘어서 이 프로젝트를 실현시킬 수 있는 ‘새로운 헤게모니 블록’내지 ‘새로운 진보정치 블록의 형성’(251쪽)을 희망하고 있고 ‘수권능력이 있는 새로운 중도진보정당이 창출’(61쪽)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 문제는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민주당의 좌파가 떨어져 나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진보정당과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창조적 재구성’과 관련해 깊이 고민해볼 화두다.

개인적으로 정말 마음에 걸리는 것은 ‘그레이트 코리아’라는 우리의 미래상에 대한 일종의 ‘광고카피’다. 이 책은 이 두 단어로 자신들의 프로젝트를 대중에게 세일즈하고 있는데 무언가 잘못 골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마디로, 한나라당에나 적합한 카피다. 물론 그 앞에 “사람 중심”이라는 부제를 달았고 ‘그레이트’라는 개념을 일상적인 의미 이외에도 북한과 해외교포들을 포함한다는 의미까지를 포함해 중층적으로 사용하려한 노력이 보인다. 또 ‘당당한 나라’라는 ‘국민 평균적 애국주의’를 고려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레이트 코리아’는 누가 뭐라고 해도 낡은 부국강병책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느낌을 준다. 이와 관련해 아시아 지역에서의 ‘지역열강(regional power)’ 구상에서는 ‘아류 제국주의’의 냄새까지 나고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사회민주주의자들의 전쟁추구적 애국주의가 떠오르기까지 했다.

21세기 한국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진보의 상을 한마디로 이야기하라면, ‘그레이트 코리아’가 아니라 ‘뷰티풀 코리아’가 더 적합하지 않을까? 지금이라도 ‘뷰티풀 코리아’로 바꾸기를 권한다. 책을 덮으면서 머리에서 떠나지 않은 것은 새롭지도, 진보적인지도 않은 ‘낡은 보수주의자’ 김구의 ‘나의 소원’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 한다. (중략) 오직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요, 경제력도 아니다. (중략) 그래서 진정한 세계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로 말미암아 세계에 실현되기를 바란다.”

‘새로운 진보의 길 : 대한민국을 위한 대안’ 김형기 외 지음/ 한울/ 527쪽/ 2만3000원

신동아 2009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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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sonn@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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