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호

두 다리 힘이 양기의 근원

신돈과 연산군의 공통점

  • 입력2009-07-01 17: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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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다리 힘이 양기의 근원

    2008경주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한 노인 마라토너. 하반신 근육이 튼튼해지면 야간 빈뇨현상은 없어진다.

    남자가 시원하게 소변을 보려면 음(陰)적인 면과 양(陽)적인 면이 구비되어야 한다. 소변이 나오는 통로인 요도에 음액이 충분해야 오줌이 매끄럽게 나온다. 인체의 모든 구멍도 마찬가지다. 액이 흘러야 비로소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다. 눈, 코, 귀, 입 등 모든 구멍에서 점액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전립선의 선(腺)은 육(肉)+천(泉)으로, 말하자면 샘이다. 오줌이 나올 때 미리 액을 분비해야 요도의 상피세포가 손상되지 않는다. 강둑에 물이 흐르면 차츰 강둑 주변이 침식되듯 요도에도 오줌물만 흐르면 주변 상피조직이 손상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우리 몸은 오줌물이 나가기 전에 액을 샘처럼 분비해 소변이 매끄럽게 나가도록 도와준다. 기름기가 섞여 미끈거리는 액이 윤활유 구실을 하는 것이다.

    ‘오줌발’이 중요한 이유

    정액의 의미도 마찬가지다. 정액은 정과 액의 혼합이다. 정자가 나아가기 위해선 매끄러운 액이 분비되어야 한다. 성생활로 소모되면 전립선의 샘은 마르고 음기는 줄어든다. 음은 내부로 수축하고 탄력성을 유지하는 힘으로 음기가 줄면 전립선은 푹 퍼진 해삼이나 멍게처럼 커지면서 요도를 압박한다. 노년에 생기는 대부분의 전립선염은 감염이 아니라 바로 이런 이유로 발생한다.

    야간에 소변을 자주 보는 증상은 전립선과는 다른 양적인 면에서 생긴다. 방광에 고이는 소변은 혈관 밖의 물이다. 물은 온도가 4℃에 불과하다. 항온동물인 인체는 어떤 경우에도 36.5℃를 유지해야 세포가 병드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소변을 36.5℃로 부글부글 끓이면서 유지하지 못하면 세포는 병이 든다. 자가 방어 측면에서 소변을 자주 배출해야만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이것이 야간 빈뇨의 원인이다.



    두 다리 힘이 양기의 근원

    연산군 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왕과 비’의 한 장면. 연산군은 양기를 보충하기 위해 흰말을 잡아먹었다.

    소변은 흘러나오는 것이 아니라 압축된 힘으로 짜내는 것이다. 물총을 쏘면 물이 발사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짜내는 힘이 약하면 나가던 물이 다시 밀려들어와 잔뇨감이 생기면서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려야 한다. 소변을 데우는 힘과 짜내는 힘, 그리고 발기력을 합쳐서 통칭 ‘양기’라고 한다. 남성의 ‘오줌발’은 그래서 중요하다.

    양기의 통로는 척추 안쪽을 흐르는 독맥(督脈)이다. 힘 있는 사람이나 득의양양한 사람은 등을 뒤로 젖힌다. 반면 양기가 줄어든 사람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상체가 앞으로 푹 숙고 ‘물건’이 고개를 숙인다. 방광에서 소변을 부글부글 끓이면 양기는 풍선처럼 팽팽해진다. 남자들이 정력제에 목숨을 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역사상 가장 놀라운 엽색행각을 벌인 사람으로는 고려시대 신돈과 조선시대 연산군이 꼽힌다. 먼저 성현의 ‘용제총화’에는 신돈의 엽색행각이 이렇게 묘사되어 있다.

    “신돈의 권세가 커지자 사대부의 아내와 첩에 얼굴이 어여쁜 자가 있으면 매번 허물을 씌워 그 사대부를 감옥에 넣었다. 그러고는 만약 주부가 찾아와서 남편의 억울함을 호소하면 죄를 면한다고 말하였다. 신돈이 매번 찾아온 주부를 상대로 엽색행각을 벌였다. 양기가 쇠약해질까 두려워 백마의 음경을 잘라 먹고 지렁이를 회쳐 먹었다.”

    연산군도 만만치 않았다. 조선왕조실록(연산군 9년 2월8일)에는 이런 기록도 나와 있다.

    “백마 가운데 늙고 병들지 않은 것을 찾아서 내수사로 보내라 하였다. 흰 말고기는 양기에 이롭기 때문이다.”

    ‘자오선(子午線)’에서 오는 말(馬)을 뜻한다. 자는 북쪽 차가운 것을 의미하고 오는 남쪽 뜨거운 것을 상징한다. 말은 뜨거운 양기의 상징이다. 중약대사전은 백마의 음경을 얻는 방법까지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암말과 교미할 때, 살아 있는 상태로 얻어야 한다. 말을 구하기도 힘든데 거기다 살아 있는 거시기를 자르라니, 그야말로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손쉽게 양기를 얻을 방법은 없을까. 필자는 최근 뉴욕에서 찾아온 환자와의 대화에서 의미 있는 치료법을 발견했다. 야간 빈뇨 때문에 하룻밤에도 5~6회 화장실을 들락거린다는 환자였다. 그런데 그 환자는 진료 도중 “골프를 치고 온 날은 신기하게도 한 번 정도만 화장실에 간다”고 말했다. 필자도 이유가 궁금했다. 해답은 ‘근육’에 있었다.

    두 다리 힘이 양기의 근원
    이상곤

    1965년 경북 경주 출생

    現 갑산한의원 원장. 대한한의사협회 외관과 이사, 한의학 박사

    前 대구한의대 안이비인후피부과 교수

    저서 : ‘콧속에 건강이 보인다’ ‘코 박사의 코 이야기’


    인간의 체온은 40% 이상이 근육에서 만들어진다. 그 근육의 70% 이상은 허리와 허벅지 등 다리근육에 분포한다. 나이가 들어 하반신의 활동량이 줄고 근육이 부실해지면 체온을 만드는 힘이 줄어든다. 야간에 소변을 자주 보고 발기부전의 노화증상이 시작되는 것이다. 반대로 하반신 근육이 튼튼하고 제 구실을 해내면 이런 증상은 사라진다. 이러한 원리는 미사일을 쏠 때 발사대가 좋아야 하는 것과 같다.

    ‘양기’의 원천은 곧 하반신의 힘이다. 하체가 튼튼해야 오줌발이 세지고 야간 빈뇨도 개선된다. 양기는 찾기도 힘들고 구하기도 어려운 백마나 물개에만 있는 게 아니다. 가까운 곳, 바로 두 다리에 정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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