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호

MB, 아프간 美軍에 ‘보급 공항’ 비밀리 제공

정부 돈 1억1760만달러로 미국에 통 큰 선물

  • 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9-07-07 10: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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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앙아시아 보급공항 폐쇄…아프간 미군 위기”
    • MB, 5월 ‘우즈벡 나보이공항 현대화’ 발표
    • 수출입은행 통해 정부예산 대거 지원
    • “한국, 나보이 통해 아프간 미군에 물자 수송”
    • 美 리포트 “MB, 워싱턴이 가장 원하는 걸 줬다”
    MB, 아프간 美軍에        ‘보급 공항’ 비밀리 제공

    5월11일 이명박 대통령이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영빈관에서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며 뭔가를 메모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5월11일 우즈베키스탄을 국빈 방문했다. 이날 이 대통령과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은 인프라, 물류, 에너지 분야에서 양국의 협력을 약속하는 6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6건은 △수르길 가스전 개발사업 협력 △신규 광구 탐사 협력 △알마릭 광산개발 및 현대화 협력 △나보이특구 건설 지원(3건)이었다.

    이 대통령은 “중앙아시아 무역 루트 교두보인 우즈베키스탄의 물류 분야와 한국의 IT 분야를 기반으로 ‘21세기 신 실크로드’를 구축해야 한다”며 양국의 윈-윈 전략을 강조했다. 6건의 MOU 중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은 대상은 나보이특구 관련 건이었다.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은 지난해부터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인근에 위치한 나보이공항과 그 주변지역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한진그룹은 2018년까지 나보이 공항을 ‘중앙아시아의 물류 허브’로 만들 계획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1월부터 나보이공항의 모든 경영권을 위탁받아 실질적으로 공항을 운영하고 있다. 5월27일에는 인천-나보이-이탈리아 밀라노 노선 외에 인천-나보이-벨기에 브뤼셀 노선을 신설했다. 나보이특구와 관련해 이명박 정부가 우즈베키스탄 정부에 ‘정부 대 정부’ MOU를 잇따라 체결해 지원을 약속한 것은, 이러한 한국 기업 차원에서 진행된 나보이의 ‘중앙아시아 물류 허브화’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었다.

    한-우즈벡 문제로만 보도



    지식경제부의 ‘보도자료’에 적혀 있는 나보이특구 MOU의 구체적인 내용은 1억달러 전대(轉貸)라인과 1760만달러 차관 제공이다.

    △나보이특구 전대라인 신규 설정 협력 MOU 2건: 한국수출입은행과 우즈베키스탄 NBU, ASAKA은행이 각각 1억달러씩 전대라인 신규 설정 △나보이특구 상하수도시설 지원 MOU : 수출입은행의 1760만달러 차관을 상하수도시설에 지원.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의 최대 관심 사업은 나보이특구다. 아지모프 부총리는 나보이공항뿐만 아니라 나보이특구 내 산업단지에도 한국기업들이 적극 투자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와 기업의 지원을 요청했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나보이특구 신규 협력 등을 통해 좀 더 많은 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했다.

    국내 언론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맺은 나보이특구 관련 협정을 ‘한국-우즈벡 경제협력의 견인차’ ‘한국-우즈벡 동반 성장의 기반’으로 보도했다. 한국과 우즈벡 두 나라 정부 간 MOU인 만큼 언론이 이를 두 나라만의 문제로 보도하는 것은 외견적으로 당연한 일이다. 청와대와 지식경제부 등 정부 부처도 나보이 프로젝트에 대해선 다른 시각을 전혀 제공하지 않았으며 오직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간의 경제협력과 우호관계 증진에 초점을 맞춘 자료만 언론에 제공해 그러한 방향으로 보도되도록 유도했다.

    “카리모프 대통령은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윈-윈이 가능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5월11일 청와대 브리핑) “카리모프 대통령은 ‘더 중요한 것은 양국이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을 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5월10일 청와대 브리핑) “한-우즈벡 동반 성장의 기반을 다지다. 이명박 대통령 방우 계기 경제 에너지 분야 협력.”(5월11일 지식경제부 보도자료)

    그러나 한 외교 소식통은 최근 ‘신동아’에 “한국 정부와 우즈벡 정부의 나보이공항 협정은 두 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며 미국의 세계전략과 관련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오바마 행정부의 미국외교에서 최우선 순위, 가장 중요한 지역은 중앙아시아와 아프가니스탄이다. 미국에는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는 미군부대의 원활한 작전수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나보이공항 협정은 아프간 주둔 미군의 이해관계와 일치한다”고 전했다. 이어지는 소식통의 설명이다.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부대에 물자를 공급해온 중앙아시아 소재 공항들이 최근 수년 사이 해당 국가와 미국 간의 관계악화 등으로 폐쇄됐거나 곧 폐쇄될 예정이다. 아프간 미군은 생명선인 보급로 확보에 차질을 빚고 있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나보이공항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약속함으로써 이 공항을 아프간 주둔 미군의 물자수송기지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에 큰 선물을 준 셈이다.”

    미국의 세계전략과 연관

    이 소식통에 따르면 2001년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자국 공항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여한 미군에 보급기지로 제공했다. 2005년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자국내 안디잔 지역의 유혈시위 진압사태와 관련해 미국 정부가 이를 비난하자 미국과 외교적 마찰을 빚었다. 화가 난 우즈벡 정부는 미국이 사용해온 공항을 폐쇄해버렸다. 우즈벡과 아프간은 인접해 있다. 비교적 안전한 우즈벡 보급로의 폐쇄는 아프간 주둔 미군에 상당한 부담을 주었다.

    MB, 아프간 美軍에        ‘보급 공항’ 비밀리 제공

    2008년 8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오른쪽)이 발레리 티안 우즈베키스탄 항공청장의 설명을 들으며 나보이공항 건설사업 모형도를 보고 있다.

    “아프간 주둔 미군 2만5000명을 위한 보급물자 중 에너지 부문 40%를 포함해 총 75%의 물자가 파키스탄을 통해 전달된다. 파키스탄의 정국 혼란으로 미국은 우즈벡 보급로에 이어 파키스탄 보급로마저 차단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아프간 주둔 미군은 생명줄이 끊기게 된다. 미 국방부는 새 보급로를 물색 중이다.”(2007년 11월16일자 ‘경향신문’ 보도)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에서 미국이 사용하고 있는 또 다른 공항은 올해 안에 문을 닫을 예정. 미군으로서는 어려운 처지에 몰렸다.

    소식통은 “미국은 아프간 미군을 위해 새로운 공항을 확보해야 하는데, 우즈베키스탄 정부와 미국 정부는 여전히 서먹한 관계여서 양국이 직접 협상할 상황이 못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가 매개자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대미 외교라인도 참여”

    소식통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 측은 대한항공이나 한진그룹과 같은 기업 차원이 아닌, 한국‘정부’ 차원에서 나보이공항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보증해달라고 했다. 한국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을 통한 1억1760만달러의 전대와 차관 제공 등 경제적 지원을 보증해준 것이다. 대신 우즈베키스탄 측은 나보이공항이 아프가니스탄 미군의 보급로로 이용되는 데 암묵적으로 동의했다고 한다.

    이러한 결정 과정에 한국 정부 내 고위급 대미 외교라인이 참여했고 미국 정부도 인지했다는 뚜렷한 정황을 갖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중개로 우즈베키스탄과 미국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도 각각 자국이 원하는 바(투자유치와 물자 보급로 확보)를 얻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우즈베키스탄 내 나보이특구와 에너지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중앙아시아 진출의 발판을 갖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대한항공이 나보이공항을 직접 경영하는데 이어 한진그룹은 육상 수송사업으로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의 이러한 주장은, 한국-우즈벡 간 경제협력 MOU의 이면에 중앙아시아를 무대로 하는 한국, 우즈벡, 미국 3국의 중요 국가전략이 숨어 있다는 흥미로운 스토리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나보이공항 차관 제공은 이 은행 차원이 아닌 정부 차원의 결정이었으며 우즈베키스탄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은행 관계자는 “나보이공항 상하수도 설비 개선에 지원되는 차관은 기획재정부의 대외경제협력기금을 우리 은행이 수탁해 집행하는 것이다. 올해 3월 우즈베키스탄 측이 차관 지원을 먼저 요청해왔고 정부가 이를 수락함으로써 결정됐다”고 말했다. 지식경제부 측은 1760만달러 차관의 조건에 대해 “이자율 0.05%에 상환기간은 10년 거치 40년”이라고 했다. 우즈벡 측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인 셈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나보이공항에서 아프가니스탄까지 한진의 육상 운송망이 구축될 것으로 본다. 미군기지까지 포함되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나보이공항 문제를 미국 측과 상의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대한항공의 나보이공항 프로젝트 담당 간부는 “대한항공은 지난해 말부터 10년 동안 나보이공항 전체를 위탁받아 경영하고 있다. 공항 시설장비 확충, 인력교육, 프로세스의 개선도 함께 수행한다. 이 공항 화물터미널은 인천공항 내 대한항공 화물터미널을 모델로 해 조성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 한국 정부 측이 거액을 나보이공항 상하수도 설비에 지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공항의 전기와 상하수도 설비가 상당히 낡았다. 상수도의 경우 자주 녹물이 나오거나 수압이 낮아 물이 잘 안 나오기도 한다.”

    ▼ 육상수송과의 연계는 어떻게 추진하나.

    “(주)한진이 우즈베키스탄의 국영물류회사인 센트럴아시아트랜스와 함께 조인트벤처회사인 유라시아로지스틱서비스를 설립해 나보이공항과 주변 지역을 육로로 연결해 물자를 수송한다.”

    ▼ 나보이공항과 한진의 육상 수송망이 아프가니스탄 내 미군부대 보급로로 이용될 가능성은?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승인할 경우 그렇게 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

    ▼ 미국의 한 연구소 리포트에 따르면 대한항공 측은 지난해 나보이공항 프로젝트 검토 단계에서부터 아프간 미군과의 연계 부분을 검토했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 우즈베키스탄 측과의 계약 및 사업추진 과정에서 미국 측과 상의한 부분이 있나.

    “말하기 힘들다. 잘 모르겠다.”

    MB, 아프간 美軍에        ‘보급 공항’ 비밀리 제공

    5월8일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아프가니스탄 미군부대를 방문했다. 미국은 5월11일 아프간 주둔 미군-나토군 사령관을 전격 경질하고 아프간전쟁 승리를 위한 대공세를 시사했다.

    “두 대통령의 신중한 침묵”

    이 대통령이 5월11일 나보이공항 지원을 약속하는 협정을 체결한 다음날 유라시아넷(EurasiaNet)은 ‘미국이 우즈벡에서 공군기지를 얻다(US Gets Uzbek Air Base)’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내놓았다. 유라시아넷은 OSI(The Open Society Institute)의 중앙아시아 연구 프로젝트를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OSI는 1993년 조지 소로스에 의해 설립된 기구로 동부유럽과 옛 소비에트 국가의 변천을 연구해온 곳이다.

    이 리포트의 내용은 “이명박 정부의 나보이공항 투자는 미국의 아프간-중앙아시아 전략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소식통의 주장과 일치한다. 한국 정부와 우즈벡 정부의 나보이특구 MOU 체결에 대해 리포트는 “미국은 한국이 내민 도움의 손길을 통해 우즈베키스탄에서 전략적 시설물을 새로 구축했다. 한국의 나보이공항 프로젝트 개입은 미국과 우즈벡이 서로 체면을 세워주는 방법(face-saving way)으로 전략적 협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고 규정했다. 이어지는 리포트의 주장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카리모프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 동안 나보이공항이 어떻게 아프가니스탄 미군기지로의 물류공급에 관여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두 대통령은 공항과 관련해 발표를 하면서 신중하게도 이 문제를 전략적인 차원이 아닌 경제적인 차원으로 몰아갔다. 한국 기업은 공항 인프라의 개선과 관련된 활동을 핸들링하고 있다. 실제적인 병참 수송 비행과 관련된 전체적인 핸들링은 그 전모가 알려져 있지 않다. 대한항공이 이 공항의 시설설비를 담당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의 연합군이 어떤 식으로든 개입되어 있다고 가정하는 게 합리적이다.”

    상업적 병참 수송?

    리포트는 “우즈벡 순방의 중심 테마는 한국과 우즈벡 간 교역 증대에 있다. 나보이공항의 업그레이드는 동아시아와 서유럽을 잇는 ‘신 실크로드 창조’의 열쇠가 된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했다. 리포트는 이어 “그럼에도 이 공항은 아프가니스탄의 안정화를 위한 미국의 노력에 협력하는 기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포트는 나보이공항의 물류 거래는 철저하게 상업적인 방식이 될 것이라는 우즈베키스탄 주재 미국대사관 관계자 인터뷰를 소개했다. 따라서 이 공항이 상업적인 방식으로 아프간 미군의 병참기능을 수행하게 될 경우 물류운송을 맡는 우즈벡의 기업과 한진 측에 큰 이익을 제공할 수도 있다고 내다본다. 이어 미국 정부도 한국 측 계약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추정했다. “비록 나보이공항 계약이 대외적으로는 한국과 우즈벡 정부 관리들과 민간회사의 중역들에 의해 체결되었지만, 미국 군대가 계약 체결에 관련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리포트가 대한항공의 문서를 다음과 같이 인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한항공 문서에 따르면 나보이 허브는 미군의 아프가니스탄으로의 수송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집적된 상업기지를 열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문서는 ‘나보이를 통해 항공수송과 육상수송은 결합된다. 나보이에 도착하는 모든 항공-해상 수송은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트럭과 철도 수송으로 전환된다’고 말한다. 대한항공 문서는 ‘우리는 그러한 전 지구적 수송을 감당할 능력이 있다’면서 아웃라인을 그리고 있다. 즉, 미국에서 태평양을 가로질러 오는 물자들은 대한항공 보잉 747-400에 의해 운송된다. 북부유럽에서 오는 물자는 우즈베키스탄 에어웨이 항공사의 에어버스 300-600이 맡는다. 나보이에서 아프가니스탄까지 일류신-76이 수송한다는 것이다. 4월말 우즈베키스탄 에어웨이 항공사는 대한항공으로부터 에어버스 300-600을 임차했다고 한다. 유럽에서 남부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까지는 12시간이 걸리고, 미국 동부해안에서 아프가니스탄 바그램의 공군기지까지는 25.5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아프가니스탄을 포함하는 앞으로의 물류수송에는 배타적인 트럭 서비스도 제공된다. 그 서비스는 대한항공의 모기업인 한진과 그 우즈벡 파트너의 조인트벤처회사가 맡는다.”

    미-러 ‘중앙아 패권’에 영향

    대한한공 측은 이러한 문서의 존재 여부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답한 바 있다. 리포트는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의 미국 보급 공항은 올여름 폐쇄될 예정인데, 나보이공항은 키르기스 공항이 감당해온 물동량을 떠맡을 수 있다”고 했다.

    리포트는 나보이공항 프로젝트는 미국과 러시아의 중앙아시아 패권 경쟁에도 영향을 준다고 본다.

    “나보이공항과 관련된 한국과 우즈벡의 협정은 카리모프 우즈벡 대통령에게 모스크바에 대항할 능력을 주었다. 동시에 워싱턴에는 원하던 물류기지 공항을 얻도록 해주었다. 모스크바 CIS의 중앙아시아 부문 관계자는 ‘현재의 나보이공항은 마나스(키르기스의 미국 보급 공항)는 아니다. 그러나 시간과 돈이 투자된다면 그렇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수년 동안 모스크바의 지리 정치적 목표 중 하나는 중앙아시아에서 미국 군대의 존재를 끝장내는 것이었다. 나보이 합의의 구조와 그것이 틀 지워진 방식은 크렘린(러시아)에는 외교적 결박으로 비친다. 반대로 포토맥강변의 저지대(미국)는 외교적 솜씨를 훌륭하게 발휘했다. 그럼에도 모스크바는 불평할 여지조차 없다. 나보이공항 사업에 미국은 명목적으로는 전혀 개입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미국은 가까운 거리에서 이것저것 명령을 하고 있음(calling the shots)에도 말이다.”

    리포트는 “나보이 발표로 크렘린이 키르기스에 제공한 21억5000만달러의 원조 패키지는 돈 낭비가 될지도 모른다. 러시아가 그 패키지를 제안한 주된 동기는 미국인들을 마나스에서 축출하는 것이었다. 마나스는 중앙아시아에서 미국 군대에 거처를 주는 유일한 보급 공항이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키르기스 수력발전에 대한 원조는 카리모프 우즈벡 대통령의 반발을 불렀고 한국을 매개로 한 미국과의 재연결을 초래하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에너지의 보고(寶庫)’인 중앙아시아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이슬람 세력이 자원 확보에 사활을 걸고 각축하는 패권경쟁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 2001년 중국은 중앙아시아 여러 국가가 참여한 상하이협력기구(SCO)를 띄우면서 지정학적 구도를 뒤흔들었다. 다른 한편으로 중앙아시아는 옛 소비에트연방의 일부로 러시아는 실지(失地) 회복을 노리고 있다.

    중앙아시아 중심부의 동서로 넓은 영토(44만7400㎢·한반도의 두 배)를 갖고 있는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미국과 러시아 사이 등거리 외교로 자국의 정치적 위상을 강화하는 한편 서방과 파트너십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인다. 20만명의 고려인이 거주하고 있고 1992년 한국과의 외교관계 수립 후 최근에는 한류문화가 인기를 끄는 등 한국에 우호적인 정서가 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겨울연가’(시청률 60%)에 이어 ‘대장금’‘주몽’은 시청자들의 요청에 몇 번씩 재방영됐다.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유럽 미국의 드라마에 비해 동양적 정서를 공유하는 한국 작품이 제대로 먹혀들었다.”(2009년 6월11일자 조선일보 보도)

    노무현 정부 시절 한국은 중앙아시아와의 외교에서 여러 경제협약을 맺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선언하기도 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는 않아 전시성 외교라는 비판을 받았다.

    2007년 9월 윤건영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6년 3월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정상은 수출신용 MOU를 체결했으나 이후 현지 대출실적이 없었다. 2004년 9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방문시 산업자원부는 에너지·광물자원협력 MOU를 체결했으나 금·구리 광구 입찰에서 떨어졌다. 한국석유공사는 석유 광구 지분매입 MOU를 맺었지만 조사결과 타당성이 없어 중단했다. 외교 소식통은 “우즈베키스탄 측은 노무현 정부에도 나보이공항 프로젝트 참여를 타진했으나 노 정부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미관계 훈풍 분 이유는?

    이명박 정부의 외교에 대해선 아직은 평가가 엇갈린다. 북한발(發) 악재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미관계에 훈풍이 부는 조짐이 보이고 한반도 밖에서는 ‘조용한 외교’로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른 외교 전문가는 “한국 주도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ASEAN-Republic of KOREA Commemorative Summit)가 열려 외교적 목표가 달성됐다고 본다. 중앙아시아와 내실 있는 협력이 진행되고 있고 한미동맹도 공고화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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