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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노무현 그후

뉴레프트가 진단한 노무현 추모 현상

집단 이지메 속죄와 신권위주의에 대한 반작용

  • 임혁백│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hyugim@paran.com│

뉴레프트가 진단한 노무현 추모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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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에서 후퇴한 것은 정치적 자유뿐 아니다. 경제위기에 대한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처방으로 민생이 심각한 위기에 빠졌으며, 대북문제에 관한 ABC(Anything But Chamyuchungbu) 정책으로 한반도 평화가 급격하게 위협받게 되었다. 추모 열기는 노무현 대통령의 업적을 부정하고 노무현 정부와의 전면적 단절을 시도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민심의 표현이다.

둘째, 주류 보수세력으로부터 끊임없이 이지메를 당해온 ‘바보 노무현’이 실패하고 좌절하고 끝내는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을 목격한 국민은 자신들도 집단 이지메에 알게 모르게 동참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바보 노무현을 죽음에 이르게 한 데 대해 속죄하는 마음으로 분향소와 추모장으로 달려갔다. 역사적으로도 좌절하고 실패해 억울하게 죽은 영웅은 민중의 추앙을 받았다. 관우가 그랬고, 악비가 그랬고, 최영 장군이 그랬으며, 남이 장군이 그랬다.

대통령 시절 노무현의 지지율이 한때 10%대까지 떨어질 정도로 곤두박질쳤다. 날씨가 나빠진 것까지 ‘놈현 때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졸 대통령’ ‘비주류 대통령’ 노무현을 비웃고 조롱하는 집단 이지메 신드롬이 있었다. 그러나 국민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서라도 자신의 진정성과 원칙과 소신을 지켰다는 것을 알리려 했던 인간 노무현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를 비판했던 국민까지 조문 대열에 섰다. 그가 그렇게 원했던 ‘그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과의 소통’이 그가 죽고 나서야 이루어진 것이다.

셋째, 그의 신자유주의적 정책과는 별개로 정서적으로 노 전 대통령은 한국 최초의 서민 대통령이었다. 그는 당선되자마자 인수위에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라는 구호를 걸었다. 서민은 노무현과 자신을 동일시했다. 그는 ‘포퓰리스트 정권’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을 때 더 많은 포퓰리즘이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국민에 영합해 국민을 위하는 정치를 하는 것을 포퓰리즘이라고 한다면 포퓰리즘이야말로 민주주의이고, 그런 포퓰리즘이 많을수록 좋은 세상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부활한 ‘노무현의 가치’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개설한 인터넷 사이트인 ‘사람 사는 세상’에는 ‘노무현과 함께 꾸는 꿈’이라는 게시판이 있다. 그는 그가 꿈꾸는 세상이 서민이 꿈꾸는 세상이 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이 땅의 서민은 후보시절 노무현의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져 위기에 빠졌을 때, 국회 다수파로부터 탄핵을 당해 대통령직 수행이 정지되었을 때 분연히 나서서 그들의 영웅 ‘바보 노무현’을 구출해주었다.

그런데 서민은 그를 끝까지 지켜주지 못하고 부엉이바위 벼랑에서 투신하도록 방관했다. ‘바보 노무현’을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지못미’) 마음이 애도의 물결을 이루게 한 것이다. 더구나 ‘벼랑 투신’이라는 자살 방법의 상징성이 국민에게 준 충격도 만만치 않았다. 검찰 수사로 ‘벼랑 끝’에 몰려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절박감이 국민의 동정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또한 역대 대통령과 그 가족이 예외없이 집권시 노무현보다 더한 부패, 비리, 부정에 연루되었으나 모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시퍼렇게 살아있는데 벼랑에서 몸을 던져 명예와 가치를 지키고 그가 사랑하던 가족과 측근들을 지킨 ‘원칙의 사나이’ 노무현에 대한 연민, 애정, 사모, 유대의식이 500만의 국민으로 구성된 ‘애도 공동체’를 형성하게 한 것이다.

‘바보 노무현’은 그야말로 바보스럽게 ‘사람 사는 세상’과 이별했다. 그러나 반칙이 통하지 않고 원칙이 준수되는 신뢰사회, 상식이 통하는 나라, 포용과 통합, 참여와 책임, 공정성과 소수자 보호와 같은 ‘노무현의 가치’는 다시 살아났다. 고인이 유서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삶과 죽음은 자연의 한 조각일 뿐이다.’ 우리는 노무현의 육신은 보냈으나 노무현의 가치는 보내지 않았다.

신동아 2009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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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혁백│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hyugim@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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