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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노무현 그 후

노무현 신드롬의 겉과 속

“여당은 바닥민심 존중하고, 야당은 감성정치 편승 말라”

  • 강원택│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kangwt@ssu.ac.kr│

노무현 신드롬의 겉과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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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명박 후보가 대선에서 압도적 차이로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유권자가 힘들고 괴로운 현실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절박함에 그에게 표를 주었기 때문이다. 경제 하나만큼은 확실히 살려놓겠다는 이명박 후보의 공약에 큰 기대감을 갖게 된 것도 그만큼 삶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선거운동 기간 중 허름한 시장터에서 국밥집 주인 할머니에게 경제 살리라는 욕을 먹으면서 묵묵히 국밥을 먹고 있는 이명박 후보의 TV 광고가 유권자에게 어필했던 것은 그 주인 할머니가 바로 자신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즉 경제 회생에 대한 요구는 어렵고 힘든 소시민들이 앞날의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작 취임 이후 이명박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매우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첫 조각 과정부터 이른바 ‘고·소·영’‘강부자’ 논란에 휩싸였고 이후의 정책기조 역시 친(親)기업, 부자 정권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과거 정부의 정책이 모두 부정되면서 사회적 안전망과 관련된 정책도 위축됐다. 국정 운영 역시 듣고 설득하려고 하기보다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힘으로만 끌고 가려고 하면서 정치적 소통의 문은 단단히 닫혀버렸다.

대통령과 정부는 경제 회생을 위해 애쓴다고들 하는데 도대체 그 정책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무엇을 위한 발전인지 서민이 공감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일방향의 독주만이 계속됐다. 이명박 정부하에서 위로를 찾을 수 없는 건 바로 이 때문이었다.

노무현 조문정국 이후에 나타난 한나라당 내분 역시 또 다른 소외감의 표출이었다. 국민의 의견과 정서를 정치적으로 전달하고 정책 결정에 이를 반영하는 것은 집권세력 내에서 여당의 핵심적 기능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돼왔다. 한나라당이 제 구실을 하지 못했고 당내의 목소리가 제도적인 창구를 통해 정책 결정이나 집행 과정에 반영되지 못했다. 당은 왜소해지고 청와대의 ‘심부름센터’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없었다. 경선 과정의 경쟁자였던 소위 ‘친박 그룹’을 철저히 배제했을 뿐만 아니라, 친박계가 아니더라도 이명박 측근세력을 제외한 당내 구성원들은 모두 국정운영에서 소외됐다.

‘만사형통(萬事兄通)’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만큼 개인적이고 비제도적인 창구에 의존하면서 정치는 실종됐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정국에서 집권세력이 수세에 몰린 것은 바로 이 같은 소통 부재와 소외의 정치로 그들이 국민들로부터 고립을 자초한 때문이다.



‘감성 정치’에 편승한 민주당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정국의 전개는 민주당의 정치적 입지를 크게 바꿔놓았다. 지난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총선에서 참패했고 그 뒤에도 계속 정치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통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 여론 속에 민주당은 그의 자살이 정치적 타살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명박 정부를 압박하고 있고, 이번 사건을 당 지지율 회복과 지지층 결속의 기회로 삼으려고 하고 있다. 실제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적지 않게 상승했고 일부 조사결과에서는 몇 해 만에 처음으로 한나라당을 앞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때문에 국회를 외면한다는 일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장외투쟁에 나서면서 정부 여당에 강공을 퍼붓고 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드러난 민심의 본질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은 민주당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바라보는 노 전 대통령 서거의 핵심은 ‘정치적 타살’이라는 데 집중돼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현 정부의 전임 정부에 대한 정치보복 때문이며 반대세력을 억압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것이다. 사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는 미네르바 사건이나 서울광장 봉쇄 등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시민적 자유에 대한 힘을 앞세운 억압적 정책의 결과로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즉, 민주당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 일정하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없지 않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노 전 대통령 서거 정국을 바라보는 민주당의 시각은 현실적으로 명백한 한계를 갖는다. 추모 열기에는 노 전 대통령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선택하게 만든 검찰 수사에 대한 분노가 표출되기도 했지만 이것이 시민들의 바닥 정서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즉, 민주당의 상황 인식은 ‘정치적인’ 측면에 집중돼 있지만 사실 분향소나 영결식장을 찾은, 혹은 TV를 시청하면서 눈시울을 붉힌 다수 국민의 마음속에는 정치적 요인보다 자신들의 고된 삶에 대한 답답함과 서러움이 담겨 있었다. 즉 현실의 문제가 담겨 있다.

그런데 현재 민주당은 국민장 기간과 영결식 과정에서 극적으로 표출됐던 감성의 정치에 편승해 있다고 할 수 있다. 국가 최고지도자의 비극적 죽음을 바라보면서 강렬한 정서적인 반응이 터져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러한 감성적 요인은 오래 지속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근원적 문제 해결에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 민주당 역시 노무현 신드롬 속에 내재하는 국민적 요구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일시적으로 상승한 민주당 지지율 역시 이런 전략을 유지한다면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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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택│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kangwt@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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