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호

위기의 한반도-우리는 준비돼 있는가

“미국 핵우산만으로 폭우 못 피한다”

  • 정리·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9-07-29 11: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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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핵우산의 실효성, 신뢰성에 주의 기울여야
    • 독자적 핵무장 주장은 철없는 행동
    • 우물쭈물하지 말고 ‘이명박 독트린’ 세워라
    위기의 한반도-우리는 준비돼 있는가

    사진 왼쪽부터 이상현, 백승주, 조명진, 박영준

    ■ 일 시 :2009년 7월9일

    ■ 장 소 :미래전략연구원 회의실

    ■ 사 회 :백승주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미래연 평화통일전략센터장

    ■ 패 널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미래연 외교안보전략센터 연구위원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 / 미래연 외교안보전략센터 연구위원



    조명진 EU(유럽연합) 집행이사회 안보전문역 /미래연 외교안보전략센터 연구위원

    두 번째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이 남북 접촉면에서 긴장을 높이고 있다. 한국에선 독자적 핵무장론이 제기된다. 미국은 국군의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바란다. 4명의 외교안보 전문가가 국방 문제 현안을 심층 진단했다.

    미국의 핵우산 과연 믿을 수 있나

    백승주 국민들은 북한이 두 번이나 핵실험을 했는데, 국군이 북한의 핵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으며, 군이 대칭적으로, 또한 비대칭적으로 북한 핵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궁금해 하는 것 같습니다. 이상현 박사가 먼저 말씀해주십시오.

    이상현 핵은 핵으로 대응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아요. 문제는 우리에게 핵이 없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죠. 국방개혁만으로 핵에 대처할 수는 없습니다. 성격이 다른 사안이죠. 재래식 전력으로는 핵에 맞설 수 없다는 게 근본적인 딜레마거든요.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것은 국방개혁 플러스알파로 해결해야 합니다. 그 플러스알파가 미국의 핵우산이고, 그 다음이 한미 군사협력입니다. 그렇게 갈 수밖에 없는 게 지금 상황입니다. 2010~2014년 국방중기계획을 보면 5년 동안 투입하는 총 178조원 가운데 3분의 1인 59조원을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비하는 첨단 무기 확보에 쓰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돈을 쓴다고 북한 핵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니죠. 한미동맹을 통해 확장억지력을 확실하게 추구하는 방법 외엔 다른 길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백승주 이상현 박사는 ‘국방개혁을 위해 만들어놓은 자원을 북한 핵을 대비하는 데 과다하게 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의 핵우산을 활용하는 게 좋다’는 의견을 가진 것 같습니다. 박영준 교수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습니까?

    박영준‘북한 핵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한미동맹 자산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뒷부분에서 따로 논의가 이뤄질 것 같아서 저는 북한 핵개발이 지금 어떤 의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그것을 우리가 어떻게 봐야 할지에 초점을 맞춰서 말하려고 합니다. 국내에선 북한의 핵개발이 대미협상용, 그러니까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지위를 선점하려는 전략이란 견해가 지배적인 것 같아요. 그런데 저 개인적으로는 단순히 그런 목적은 아니라고 봅니다. 핵무기는 절대무기에 속하는 것이고 무기체계를 개발하는 데 국가의 총력을 쏟아 부어야 합니다. 경제자원이랄지 과학기술자원이랄지 우라늄광산이랄지 뭐 이런 것들을 총력으로 동원해야 하기에 북한이 국가 자체의 생존, 즉 사활을 건 목표로서 추진한다고 봐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최근엔 미국에서도 이런 견해가 주류인 것 같아요. 최근에 북한에서 발표하는 성명은 핵무기는 방어용 수단일 뿐 아니라 공격용 수단이라는 식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한국 혹은 세계를 상대로 강압전략, 위협전략을 노골적으로 쓸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위협의 빈도도 점차 높아질 것으로 여겨지고요.

    조명진 이스라엘이 지난해 시리아의 핵개발 의심 지역을 공격했습니다. F15, F16 편대가 기습타격으로 제압했죠. 그런데 시리아는 핵을 개발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이스라엘이 선제공격을 가해서 무력화한 것인데 북한은 핵을 이미 개발한 상황입니다. 정밀타격 능력을 높이는 것과 관련해선 거의 모든 사람이 F15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북한의 지하 벙커는 벙커버스터를 쓰더라도 사막지형이 아니기 때문에 파괴하기가 어렵습니다. F15로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죠. 그래서 F15에 의한, 즉 공중력에 의한 타격뿐 아니라 재래식, 예컨대 특수부대의 침투까지 염두에 두는 게 좀 더 현실적인 국방개혁 방안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쪽이 발사하기 전에 제압하는 게 최선 아닙니까. 북한이 핵을 사용하기 전에 차단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쪽으로 군사력을 건설해나가야 합니다. 북한이 발사하는 걸 막지 못하면 그 다음엔 미국이 핵우산 정책에 따라 북한에 핵을 떨어뜨리겠지요. 전시작전권이 2012년 우리한테 이양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그전에 북한이 핵무기를 쏠 조짐이 나타나면 우리가 선제공격을 할 수 있는지도 검토해봐야 합니다.

    백승주 이 문제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오늘 토론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세 분의 의견을 명확하게 듣고 싶습니다. 북한의 핵무기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우리 군이 핵우산만 믿고 있으면 되는지와 관련한 것입니다.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할 조짐을 보일 때 군이 그것을 선제적으로 거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필요가 있다, 없다는 군통수권자나 군사지도자가 결심해야 할 문제입니다. 어떻게 결심하느냐에 따라 군사력 건설의 방향이 송두리째 바뀝니다. 우리가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없게끔 만드는 군사적 수단을 가져야 하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서 세 분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이상현 우리가 그런 능력을 확보하면 좋기는 합니다. 그런데 재원과 효율에서 딜레마가 있습니다. 국방예산을 북한 핵 대비에만 쓸 수는 없습니다. 엄청난 병력을 유지해야 하는 동시에 재래식 첨단무기, 차세대 무기도 구입해야 합니다. 북한 핵을 사전에 응징하는 데 필요한 무기체계를 갖추려면 사진탐지와 정밀타격에 필요한 장비를 지금의 계획보다 훨씬 많이 갖춰야 합니다. 우리가 안심하려면 얼마만큼의 무기가 필요하다고 누구도 확실하게 답할 수 없다는 점도 딜레마고요. 복합적으로 들여다봐야 할 게 많은 사안입니다.

    백승주 한미 핵우산을 잘 활용하면서 부분적으로 보완하자는 거군요. 독자적으로 모든 걸 갖추는 건 지혜롭지 못하다는 의견으로 듣겠습니다. 박영준 교수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습니까?

    박영준 방어적인 독트린만으로 과연 충분한지를 물은 거죠? 한미의 전쟁 대비계획은 방어가 중점입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선제공격을 하기엔 여러 문제가 있어요. 그러나 저는 북한의 핵개발, 핵보유가 굉장히 중대한 문제여서 한미의 작전계획도 거기에 대비한 계획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기존의 작전계획은 북한이 재래식 전력으로 선제공격할 때에 대비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런데 핵전력이 추가됐단 말이에요. 유사시 북한이 사용할 전력의 패턴이 달라진 것이죠. 그렇다고 우리가 선제공격 독트린 쪽으로 가는 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그런 독트린을 채택하기보다는 북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자산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현재는 정보획득과 관련해 불충분한 부분이 많습니다. 한미 간 정보공유가 충분하게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요.

    조명진 미국의 핵우산으로 우리 안보가 지켜지는 건 아닙니다. 불충분합니다. 미국의 핵우산은 한국이 핵 경쟁에 참여하지 않도록 달래는 수단일 뿐입니다. 북한의 핵 공격은 체제가 붕괴하거나 지휘체계에 혼란이 일어났을 때, 체제 전복보다는 그냥 무너지는 게 낫다는 쪽을 택하는 세력이 감행할 사안이지요. 핵을 미사일에 탑재하는 능력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는데, 북한은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핵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소형잠수함을 이용해 핵을 운반할 수 있고, 다른 방법을 통해서도 인천항이나 부산항에 핵을 들여놓을 수 있습니다. 오키나와도 가능하겠지요. 그렇게 해놓고 터뜨리겠다고 벼랑 끝 위협에 나설 수도 있습니다. 우려되는 건 북한 내부의 권력투쟁 과정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이상현 조금 전에 제가 북한 핵에 대응하는 수단으로서 우리가 가용할 수 있는 건 미국의 핵우산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저도 핵우산이 우리 안보를 100% 보장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핵우산도 결국 약속일 뿐입니다. 북한이 핵을 쏘았다고 가정합시다. 과연 미국이 북한을 핵으로 공격할까요. 그 부분에 대해서도 불확실성이 있습니다. 불확실성이 굉장히 큽니다.

    백승주 이상현 박사도 충분하지 않다는 거군요.

    이상현 그렇습니다.

    백승주 일본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미국의 핵우산을 100% 믿는 것 같아요?

    박영준 일본도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핵 공격에 대한 억지력으로서 미국의 핵우산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은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의 실효성, 신뢰성에 대해 정책적인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독자적 핵무장 필요한가

    이상현 부연하면 핵우산은 정치적인 문제라고 봐야 합니다. 보복 위협 때문에 공격을 못하는 게 억지(deterance)입니다. 보복을 얼마나 신빙성 있게 해주는가는 정치적 게임이죠. 핵우산이 유사시에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한국과 미국의 정치적 관계에 달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백승주 핵우산이 작동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거군요. 일부 정치인과 국민은 독자적 핵무장론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을 가졌으니까 우리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감성적으로 공감도 얻고 있고요. 그러나 국익 차원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입니다. 패널들은 어떻게 봅니까?

    조명진 한국의 모 연구기관이 핵물질로 실험하다가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한국은 핵을 보유할 수 있는 제반 여건을 갖췄습니다. 인원과 재원이 모두 준비돼 있습니다. 여론에 따라 결정할 일은 아닙니다. 결국은 지도자가 결단할 문제죠. 북한이 핵을 가지고 벼랑 끝 전술을 쓸 때 실제로는 핵을 가지지 못했던 김일성이 1994년 미국에 대해 그랬듯 “우리도 있다”는 식으로 말할 수 있는 수준의 준비는 검토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박영준 핵무장은 정치적 옵션으로서는 위험부담이 너무 큽니다. 정치권에서 핵무장하자는 논의가 일고 있는데, 핵무장에 나서면 우리가 감수해야 할 피해가 상당합니다. 우리는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입니다. 우리가 NPT를 탈퇴하면 북한이 탈퇴하면서 받은 비난 이상의 비난을 받을 겁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핵 군축 및 비확산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맹국인 한국이 독자적으로 핵무장에 나서면 한미동맹의 신뢰에 균열이 생깁니다. 핵무장은 외교안보 전체의 기조를 생각하면 굉장히 위험한 도박입니다.

    백승주 비용(cost)과 편익(benefit)을 생각했을 때 비용이 편익보다 크다는 말이군요.

    박영준 핵무장과 구별되는 평화적 핵주권은 한미원자력협정의 개정 등을 통해서 추구해야 할 것으로 여겨지지만 핵무장은 감수할 피해가 너무 큽니다.

    이상현 박영준 교수 말씀이 가장 합리적이고 보편적인 것 같아요. 지금 우리가 핵주권론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데 사실 그것이 두 가지로 나뉩니다. 먼저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핵주권론이 있습니다.

    박영준 군사주권론이죠.

    이상현 그렇죠. 그리고 평화적 목적이라면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것과 관련한 부분이 있습니다. 사실 핵무기를 갖자는 주장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입니다. 북한처럼 국제제재를 당하면서도 핵개발을 강행할 자신이 있으면 해도 되겠죠. 그런데 국제제재를 당하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수출을 못하게 됩니다. 국회의원 일부가 핵을 가져야 한다고 외치는 건 한마디로 철없는 주장입니다. 국회에서 그런 얘기가 나오면 정부가 나서서 핵무기를 갖는 건 한국의 의견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밝혀야 하는데, 그걸 못하고 있습니다.

    백승주 유럽에서 공부한 조명진 박사는 핵주권에 대해 지도자가 한번쯤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말씀이고, 다른 두 분은 비용은 크고 편익은 작다고 보는군요. 저도 기본적으로 베너피트보다는 코스트가 크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상현 핵무기에 한해서 그렇고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은 해야 합니다.

    전시작전권 전환 미뤄야 하나

    백승주 주제를 바꾸겠습니다. 한미연합사령부 해체와 전시작전권 전환에 관한 한미합의를 반대하는 운동에 850만명이 서명했다고 합니다. 전시작전권 전환 일정을2012년 4월17일에서 뒤로 미루자는 겁니다. 미국에선 어떻게 850만명이 그렇게 신속하게 서명할 수가 있는 건지 신기해하기도 합니다. 전시작전권 전환 같은 중요한 문제가 여론의 영향을 받아서 결정될 사안은 아니라고 봅니다. 먼저 조명진 박사가 말씀해주십시오.

    조명진 전시작전권 전환 시기가 이르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국군이 지금 67만명입니다. 미군은 100만명이 조금 넘고요. 그런데 한국 육군은 미군 육군보다 병력 수가 많습니다.

    백승주 미 육군보다 약 7만명 많지요.

    조명진 6·25전쟁 때는 우리에게 자체 방어능력이 없었습니다. 코흘리개 어린애가 고통을 당할 때 엉클 샘이 도와줬는데 환갑이 돼서도 삼촌한테 손을 내밀겠다는 겁니다. 2012년, 2015년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정보능력과 그것을 토대로 한 작전 구사능력을 갖추면 내년이라도 전시작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한 능력을 키우는 게 중요합니다. 2012년이 너무 빠르다고만 말하는 것은 틀린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박영준 전쟁시 작전통제권이 주한미군사령관한테 있다는 것이 한국의 주권을 심대하게 침해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동맹으로서 연합작전을 펼치는 상황에서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심각한 주권 침해라고 보는 인식은 잘못된 것입니다. 2012년 전시작전권을 전환하기로 합의했지만 몇 가지 이유 때문에 연기하는 것을 우리 정부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전시작전권 전환이 결정되던 때와는 안보 상황이 달라졌다는 겁니다. 북한 핵실험이 대표적이겠죠. 국민이 느끼는 불안을 정부가 어떠한 형태로든 해소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는 전시작전권 전환과 관련해서 2012년까지 중요 전력을 보강하려던 계획이 늦춰지고 있습니다. 셋째는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이 미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백승주 대체 전력 확보가 지연된 상황에서 목표연도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는 거군요.

    이상현 저도 생각이 비슷합니다. 전시작전권 전환은 시기의 문제가 아니라 조건이 갖춰지면 그때 해야 하는 겁니다. 2012년 이전이라도 조건이 갖춰지면 할 수 있는 것이죠. 여건이 되느냐, 안 되느냐가 우선적 고려사항이라고 봅니다. 한미정상회담에서도 안보상황을 점검해서 결정한다고 단서를 달았습니다. 2012년이 굉장히 골치 아픈 해라는 건 다들 알고 있을 겁니다. 북한이 2012년까지 강성대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했고 한국과 미국에선 대통령선거가 있습니다. 중국도 지도부가 바뀌고요. 한반도 주변의 안보상황이 굉장히 유동적인 때입니다. 따라서 한국이 미국한테 연기하자고 요구하지 않더라도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국군의 아프가니스탄 파병 필요한가

    백승주 저도 목표연도 방식보다는 타깃프로그램 방식, 즉 조건충족 방식으로 진행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언제 전시작전권이 바뀌었는지 북한이 모르면 어떻습니까? 국민이 모르면 또 어떻습니까? 군사적으로 비밀로 해놓고 조건을 맞춰가는 게 더 안전하지 않을까요? 다음 주제는 국방부 장관보다 더 높은 사람이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가정을 해봅시다. 우방국과 국제사회가 아프가니스탄에 국군의 파병을 요구한다면 국군통수권자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요?

    이상현 파병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미 전략동맹의 평화구축 활동인데다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로 봐야 합니다. 미국 전쟁에 왜 우리가 말려들어야 하느냐는 반발이 분명히 나올 겁니다. 하지만 한미동맹은 더 이상 한반도에 국한하지 않습니다. 미국은 한국이 초국가적 문제에 통참하기를 바랍니다. 이명박 정부가 지구촌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고요. 우리는 미국의 핵우산을 얻어 써야 합니다.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도 해야 하고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미국의 희망을 저버릴 수 있을까요. 중요한 점은 정부가 신속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라크에 파병할 때도 1년 이상을 질질 끄는 바람에 파병하고도 생색을 내지 못했습니다. 미국은 2009년을 아프가니스탄 안정화의 결정적 시기로 보고 있어요. 국군을 파병한다면 빨리 결정해서 미국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줘야 합니다.

    조명진 저는 반대입니다. 아프가니스탄엔 어떤 형태로든 파병을 안 하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됩니다. 금융위기를 겪는 미국이 겉으로는 멀쩡한 것 같지만 재정문제로 군사적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F22랩터의 배치 계획도 축소했고요. 영국이 5월28일 이라크에서 발을 뺀 이유가 뭔지 압니까? 전쟁을 수행할 돈이 없어서 그런 겁니다. 미국은 영국이 아프가니스탄에 추가로 파병해주기를 원하는데 영국은 2000명 이상은 곤란하다는 의견입니다. 미국이 수행하는 전쟁에 앞장서 참여하던 영국도 재원이 부족해서 적극적으로 동참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아프가니스탄은 국제연합(UN)의 치안유지군(ISAF) 이름으로 파병하기 때문이 국민을 설득하기는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미군이 아니라 다국적군의 전쟁을 돕는 것이라고 설명하면 되거든요. 실제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핵심이고요. 그런데 문제는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겁니다.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요. 탈레반은 제거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또한 지정학적으로 아프가니스탄은 매우 특별한 곳입니다.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댄 나라 중 중국을 포함한 4개 국가가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입니다. 아프가니스탄은 NATO와 SCO의 최전방 마찰점이죠. 국제연합 작전능력을 키우는 건 필요하지만 아프가니스탄은 지정학적 요건과 전략적 요건이 좋지 않습니다. 중국, 러시아와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습니다. 생색이라도 내야 한다면 병참, 공병을 보내는 선에서 검토해야 합니다. 전투병을 보내는 건 마이너스 요소가 더 많습니다.

    백승주 조명진 박사는 득보다 실이 많다고 보는군요.

    박영준 저는 한국이 글로벌 수준에서의 역할을 늘려야 한다는 데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아프가니스탄에 다산부대, 동의부대를 파병했다가 철수했습니다. 공개된 형태는 아니었지만 당시에 우리가 어떤 시그널을 국제사회에 줬습니다. ‘인질을 석방할 때 조건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인상을 국제사회에 줬는데 또다시 파병하면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어떤 이미지를 갖게 될지 걱정입니다. ‘저 나라는 미국이 요청하면 뭐든지 다 하는가’란 말이 나올 수 있겠지요. 국제사회에 대한 신의 문제가 걸려 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미국이 추진하는 안보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현장이 사실은 한반도라는 겁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 상황에서 한반도는 미국의 안보전략에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그런 한반도를 떠나서 다른 지역에 가는 건 다른 나라가 보았을 때 위험한 상황에서 전투병력을 빼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습니다. 한반도의 안정화에 최선을 다하는 게 미국의 안보이익에도 기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맹국으로서 뭔가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면 민간재건팀(PRT)을 강화하는 형태가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백승주 이 문제와 관련해서 저는 이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미국이 파병을 요구하고 안 하고는 한국의 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안 미친다”고 밝혔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뒤 ‘이명박 독트린’을 내놓는 겁니다. 독트린을 내놓고 나중에 잘못되면 정치적 책임을 지면 됩니다. 미국의 요구를 받고 쉬쉬하다가 우물쭈물 보내는 형식은 잘못이라고 봅니다. 탈레반 눈치 봐서 철수했다가 미국 눈치 봐서 파병하는 듯한 이미지를 주는 건 말이 안 돼요. 성숙한 세계국가로 나아가겠다는 우리 정부의 외교지평에 걸맞으므로 파병하겠다고 선언하거나, 반대로 전략적 여건이 나빠서 못 가겠다고 확실하게 밝혀야 합니다. 정부가 좀 대범했으면 좋겠어요.

    이상현 지금도 정부가 관련 사안을 뭉개고 있지요.

    백승주 뭉갠다고 해결되는 게 아닙니다. 정부가 우물쭈물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으로 국방부가 발표한 국방개혁2020(국방계획기본계획 조정안)에 대해 이상현 박사가 짚어주십시오.

    군사력 건설에 북핵을 어떻게 반영해야 하는가

    이상현 지난해 3월부터 준비해서 발표한 것으로 압니다. 국방개혁이 굴러가고는 있다는 느낌인데, 국방개혁 2020이 처음 나왔을 때와 지금의 상황을 비교하면 돌발변수가 늘어난 것 같아요. 북한이 개발한 핵, 미사일이 대표적입니다. 안보상황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내용이 들어가야 국방개혁의 원래 의미를 살리는 것이 되겠지요. 병력을 50만명으로 줄이려다가 51만7000명으로 감축 수준을 낮췄습니다. 또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정밀 타격능력을 확보하는 쪽으로 보완도 했습니다. 군 구조개편은 처음에 나왔던 것과 비슷합니다. 특기할 만한 것은 평화유지활동(PKO)을 위해 3000명의 해외파병 상비부대를 둔다는 점입니다. 이렇듯 달라진 안보환경을 반영하려는 노력이 엿보입니다만, 더욱 확실하게 추진할 수 있는 로드맵이랄까 그런 것에 대한 고민은 조금 부족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백승주 장기적 로드맵이 필요하겠지요.

    박영준 2005년 국방개혁2020안이 처음 나왔습니다. 당시에도 북한의 핵개발 추진에 대비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그런데 2006년 10월 제1차 핵실험, 올해 5월 2차 핵실험이 이뤄졌습니다. 북한의 핵능력에 대비한 계획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죠. 6월 발표한 국방개혁2020 조정안과 그 다음에 발표한 국방중기계획엔 북한의 핵 능력에 대비하는 전력이 잘 포함됐다고 생각합니다. 정찰능력이랄지 또는 유사시 북한에 대한 정밀타격 능력이랄지, 또 탄도미사일에 대한 요격능력이랄지 그런 전력이 포함돼 있습니다. 2005년의 계획과 비교할 때 뒤늦은 감은 굉장히 크지만 바람직한 방향으로 조정했다고 생각합니다. 해외파병을 할 수 있는 상시부대를 편성했다는 부분도 굉장히 의미가 크고요. 정보보호사령부를 창설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이건 사이버전에 대응하려는 것입니다. 최근 주요 사이트가 공격당해서 큰일날 뻔했습니다.

    조명진 한미 관계나 북한의 위협을 염두에 뒀을 때 PKO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PKO 상비군을 마련하기로 했다는 건 박수칠 일입니다.

    백승주 긴 시간 좋은 말씀 해준 패널들께 감사드립니다. 정부가 대범하면서도 단호하게 국방개혁을 추진했으면 좋겠습니다.

    미래전략연구원은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 전문가·학자 90여 명이 포진해 ▲학제적 연구 ▲실천적 연구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중도적 연구를 표방하는 네트워크형 민간 싱크탱크다. www.kif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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