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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미래전략연구원 연중 공동기획 미래전략 토론 ⑧

위기의 한반도-우리는 준비돼 있는가

“미국 핵우산만으로 폭우 못 피한다”

  • 정리·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위기의 한반도-우리는 준비돼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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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주 한미 핵우산을 잘 활용하면서 부분적으로 보완하자는 거군요. 독자적으로 모든 걸 갖추는 건 지혜롭지 못하다는 의견으로 듣겠습니다. 박영준 교수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습니까?

박영준 방어적인 독트린만으로 과연 충분한지를 물은 거죠? 한미의 전쟁 대비계획은 방어가 중점입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선제공격을 하기엔 여러 문제가 있어요. 그러나 저는 북한의 핵개발, 핵보유가 굉장히 중대한 문제여서 한미의 작전계획도 거기에 대비한 계획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기존의 작전계획은 북한이 재래식 전력으로 선제공격할 때에 대비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런데 핵전력이 추가됐단 말이에요. 유사시 북한이 사용할 전력의 패턴이 달라진 것이죠. 그렇다고 우리가 선제공격 독트린 쪽으로 가는 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그런 독트린을 채택하기보다는 북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자산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현재는 정보획득과 관련해 불충분한 부분이 많습니다. 한미 간 정보공유가 충분하게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요.

조명진 미국의 핵우산으로 우리 안보가 지켜지는 건 아닙니다. 불충분합니다. 미국의 핵우산은 한국이 핵 경쟁에 참여하지 않도록 달래는 수단일 뿐입니다. 북한의 핵 공격은 체제가 붕괴하거나 지휘체계에 혼란이 일어났을 때, 체제 전복보다는 그냥 무너지는 게 낫다는 쪽을 택하는 세력이 감행할 사안이지요. 핵을 미사일에 탑재하는 능력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는데, 북한은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핵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소형잠수함을 이용해 핵을 운반할 수 있고, 다른 방법을 통해서도 인천항이나 부산항에 핵을 들여놓을 수 있습니다. 오키나와도 가능하겠지요. 그렇게 해놓고 터뜨리겠다고 벼랑 끝 위협에 나설 수도 있습니다. 우려되는 건 북한 내부의 권력투쟁 과정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이상현 조금 전에 제가 북한 핵에 대응하는 수단으로서 우리가 가용할 수 있는 건 미국의 핵우산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저도 핵우산이 우리 안보를 100% 보장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핵우산도 결국 약속일 뿐입니다. 북한이 핵을 쏘았다고 가정합시다. 과연 미국이 북한을 핵으로 공격할까요. 그 부분에 대해서도 불확실성이 있습니다. 불확실성이 굉장히 큽니다.

백승주 이상현 박사도 충분하지 않다는 거군요.



이상현 그렇습니다.

백승주 일본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미국의 핵우산을 100% 믿는 것 같아요?

박영준 일본도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핵 공격에 대한 억지력으로서 미국의 핵우산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은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의 실효성, 신뢰성에 대해 정책적인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독자적 핵무장 필요한가

이상현 부연하면 핵우산은 정치적인 문제라고 봐야 합니다. 보복 위협 때문에 공격을 못하는 게 억지(deterance)입니다. 보복을 얼마나 신빙성 있게 해주는가는 정치적 게임이죠. 핵우산이 유사시에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한국과 미국의 정치적 관계에 달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백승주 핵우산이 작동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거군요. 일부 정치인과 국민은 독자적 핵무장론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을 가졌으니까 우리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감성적으로 공감도 얻고 있고요. 그러나 국익 차원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입니다. 패널들은 어떻게 봅니까?

조명진 한국의 모 연구기관이 핵물질로 실험하다가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한국은 핵을 보유할 수 있는 제반 여건을 갖췄습니다. 인원과 재원이 모두 준비돼 있습니다. 여론에 따라 결정할 일은 아닙니다. 결국은 지도자가 결단할 문제죠. 북한이 핵을 가지고 벼랑 끝 전술을 쓸 때 실제로는 핵을 가지지 못했던 김일성이 1994년 미국에 대해 그랬듯 “우리도 있다”는 식으로 말할 수 있는 수준의 준비는 검토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박영준 핵무장은 정치적 옵션으로서는 위험부담이 너무 큽니다. 정치권에서 핵무장하자는 논의가 일고 있는데, 핵무장에 나서면 우리가 감수해야 할 피해가 상당합니다. 우리는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입니다. 우리가 NPT를 탈퇴하면 북한이 탈퇴하면서 받은 비난 이상의 비난을 받을 겁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핵 군축 및 비확산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맹국인 한국이 독자적으로 핵무장에 나서면 한미동맹의 신뢰에 균열이 생깁니다. 핵무장은 외교안보 전체의 기조를 생각하면 굉장히 위험한 도박입니다.

백승주 비용(cost)과 편익(benefit)을 생각했을 때 비용이 편익보다 크다는 말이군요.

박영준 핵무장과 구별되는 평화적 핵주권은 한미원자력협정의 개정 등을 통해서 추구해야 할 것으로 여겨지지만 핵무장은 감수할 피해가 너무 큽니다.

이상현 박영준 교수 말씀이 가장 합리적이고 보편적인 것 같아요. 지금 우리가 핵주권론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데 사실 그것이 두 가지로 나뉩니다. 먼저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핵주권론이 있습니다.

박영준 군사주권론이죠.

이상현 그렇죠. 그리고 평화적 목적이라면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것과 관련한 부분이 있습니다. 사실 핵무기를 갖자는 주장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입니다. 북한처럼 국제제재를 당하면서도 핵개발을 강행할 자신이 있으면 해도 되겠죠. 그런데 국제제재를 당하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수출을 못하게 됩니다. 국회의원 일부가 핵을 가져야 한다고 외치는 건 한마디로 철없는 주장입니다. 국회에서 그런 얘기가 나오면 정부가 나서서 핵무기를 갖는 건 한국의 의견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밝혀야 하는데, 그걸 못하고 있습니다.

백승주 유럽에서 공부한 조명진 박사는 핵주권에 대해 지도자가 한번쯤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말씀이고, 다른 두 분은 비용은 크고 편익은 작다고 보는군요. 저도 기본적으로 베너피트보다는 코스트가 크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상현 핵무기에 한해서 그렇고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은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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