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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훈의 남자 옷 이야기 ⑧

남성복식의 화룡점정, 액세서리

  • 남훈│‘란스미어’ 브랜드매니저 alann@naver.com│

남성복식의 화룡점정, 액세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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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복식의 화룡점정, 액세서리

커프링크스는 남성의 손을 돋보이게 하는 정교하고 매력적인 소품이다.

근대적 복식은 귀족 주도하에 발달했다. 그러니 대중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코냑 색상의 악어가죽 벨트, 아일랜드산(産) 리넨 포켓스퀘어, 산뜻하고 포근한 스코틀랜드산 순모로 만든 수제 모자, 은으로 만든 무광택 커프링크스(cufflinks), 영국산 실크 서스펜더를 모두 갖추긴 어렵다. 그러나 역사란 소수의 사람이 즐기던 문화가 시간이라는 가치를 흡수하면서 대중화하는 잔잔한 흐름이 아니던가. 문명의 발전과 사회 수준의 진전은 점점 많은 사람이 이런 아이템을 각자 고유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와 더불어 남성복은 굳이 튀지 않으면서 조용하고 은은하게 품위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더욱 발전한다. 액세서리는 싸고 재미있는 것부터 고상하고 세련된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기 때문에, 슈트나 재킷 같은 정장에 어울리는 제품들과 가볍고 편안한 캐주얼에 적합한 스타일이 각기 나름의 방식으로 발달한다. 이 글에서는 남성의 전체적인 옷차림에 당당함과 유머, 그리고 감각을 더해주는 클래식한 액세서리들의 역사와 핵심 가치를 소개하고자 한다.

영국 역사상 가장 번영한 빅토리아 시대(1837~1901년·빅토리아 여왕 통치 시기)에 영국 남자들은 시대적 풍요로움에 힘입어 자신들의 품위와 취향을 차별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액세서리를 활용하는 데 능숙했다. 비교적 표식이 분명한 액세서리는 착용한 사람의 직업과 사회적 지위를 가늠하게 하는 일종의 잣대였으므로, 당시 액세서리 전문점은 커프링크스와 서스펜더, 수집가용 한정판 시계, 만년필 같은 소품들로 오밀조밀 풍요롭게 채워졌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발달하고, 몇 차례 전쟁을 치르고, 실용주의 영향이 강했던 근대에는 액세서리가 지나친 화려함으로 간주되면서 금기시되기도 했다. 전쟁을 통해 강한 마초성이 세계적으로 각광받던 20세기 초반에는 남자를 위한 포켓 위스키 병과 철제 담배 케이스가 필수 액세서리였다. 그러나 담배가 해로운 것으로 인식되면서 이마저 남성성의 극단으로 비판받고 점차 자취를 감추고 만다.

커프링크스의 매력

역사는 긴 호흡으로 서서히 반복된다. 보수적인 정서로 시대를 넘을 수밖에 없었던 근대를 지나 다시 장식이 많은 바로크스타일이 유행한 1980년대엔, 금반지와 보석으로 장식한 목걸이, 주름을 잔뜩 잡은 레이스, 깃털 장식 모자, 벨벳 재킷 같은 화려한 패션이 등장한다. 1980년대 대중문화의 아이콘이었던 세기의 아티스트 마이클 잭슨이 이 트렌드 확산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2000년대를 사는 남자들은 다시 비즈니스를 위한 수수한 색상, 간결한 디자인의 남성복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반지나 목걸이, 팔찌 같은 보석 액세서리를 착용하는 것에 소극적이지만, 앤티크 느낌의 시계나 독특한 커프링크스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어떤 자동차를 타는지, 어떤 직업에 종사하는지 같은 경제적 정보도 무시할 순 없지만, 고풍스러운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각각의 아이템에 관한 일화나, 동일한 액세서리를 소장했던 첫 번째 인물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즐긴다. 여러 종류의 액세서리 중에서도 금속제 액세서리는 특히 남자가 슈트에만 신경 쓰는 단조로운 취향을 가진 사람이 아님을 증명하는 유력한 아이템이라 하겠다.

남성이 커프링크스를 신중하게 푸는 모습은 여성이 드레스 뒤쪽 지퍼를 내리는 소리만큼이나 섹시하다는 말이 있다. 비즈니스에 임하는 남성들이 거의 유일하게 착용 하는 보석류가 커프링크스이기 때문이다. 커프링크스가 채워져 손목에 꼭 맞는 프렌치 커프스야말로 남성의 손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정교하고 매력적인 소품이다. 19세기 이후 많은 남성이 착용하기 시작한 커프링크스는 정장이나 예복처럼 격식을 갖춘 의상에 주로 사용됐다. 하지만 남자의 옷 입기에 대한 강박이 사라지면서 커프링크스를 캐주얼 의류에 적용하는 사람들도 생겨났고, 굳이 금속이 아니라 실크로 만든 매듭 커프링크스로 가벼운 느낌을 즐기는 사람도 늘고 있다.



가장 엄격하게 착용하는 예복용 커프링크스는 네 면 모두 세심한 정성과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것이 좋다. 턱시도를 입을 때는 반드시 드레스셔츠에 맞춰 커프링크스를 착용해야 한다. 블랙오닉스가 예복용으로 가장 많이 선택되는 보석이다. 커프링크스는 프렌치 커프스에 끼우는 것이 정석이라 원래는 양면에 모두 보석 장식이 들어 있었지만, 현대적인 슈트에 착용하는 경우 셔츠 바깥쪽 면만 보석으로 장식된 커프링크스가 일반적이다. 커프링크스의 소재로는 작은 사슬로 연결된 금, 은, 에나멜, 진주가 많이 쓰였다. 루비, 에메랄드, 사파이어 같은 천연보석으로 장식한 커프링크스는 너무 번쩍거려서 정장엔 다소 부담스럽지만, 밤의 연회를 위한 멋진 예복과 검정 보타이, 검정 넥타이에는 아주 잘 어울린다. 비즈니스맨을 위한 커프링크스라면 광택이 나지 않는 은 소재가 적절하며, 좋은 커프링크스라면 아들이나 아끼는 조카에게 가보로 물려줘도 좋을 것이다.

가죽 스트랩의 오토매틱 손목시계

특별한 목적을 위한 최초의 손목시계는 루이 까르띠에(파리에 보석 판매회사이자 시계 브랜드인 까르띠에를 세웠다)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브라질 출신의 친구이자 비행조종사인 산토스-듀몽을 위해 디자인한 시계가 바로 그것이다(산토스는 매번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조종장치에서 손을 떼는 걸 무척 불편해했다). 1917년 제작된 까르띠에 탱크 시계는 오리지널 디자인 그대로 클래식이 되었으며, 이 모델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모방된 디자인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슈트와 함께 신사의 상징이었던 시계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아이템을 독립적인 보석으로 생각하지 말고, 슈트와 함께 남성의 복식을 완성하는 제품으로 간주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시계 역시 다이아몬드 반지와 마찬가지로 화려함을 극단적으로 드러내거나, 단지 결혼식을 위한 예물에 그칠지도 모른다. 슈트를 입은 남자에게 가장 어울리는 손목시계는 클래식한 슈트의 진지한 품격과 부합하는 전통적인 소재, 즉 브라운 혹은 블랙 가죽 스트랩으로 마무리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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