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로 49회를 맞은 이 워크숍은 하버드대와 칼리지보드가 공동 주관하는 행사로 미국에서 입학사정관으로 오랜 경력을 지닌 강사들의 대학입학 관련 강의, 토론, 사례발표 및 하버드대 입학처 방문 등의 프로그램이 일주일간 진행됐다. 올해는 특히 참가자 150여 명 중 한국에서 온 입학사정관이 16명이나 돼 다른 나라 참가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5박6일간 진행되는 교육프로그램에는 미국의 대학입학 결정방법, 고교 차원의 대학진학 상담, 추천서 작성법, 한국의 수능시험과 유사한 SAT 또는 ACT 시험이 대입전형에서 차지하는 비중, 미국식 입학사정관 전형이 가지는 윤리적 성격, 입학결정 외에 등록, 장학지원, 그리고 입학사정관실 운영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주제에 대한 강의와 토론이 포함돼 있었다.
여기에 하버드대에서 실제 지원자 입학자료를 모든 참가자에게 나누어주고 그 지원자를 합격시킬지 말지에 대해 토론한 뒤 투표를 통해 합격자를 결정한 다음, 프로그램 마지막 날 하버드대 입학처장이 실제 그 학생들이 합격했는지 여부를 밝히는 시간도 있었다. 이를 통해 미국에서 진행되는 입학사정관식 전형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다.
하버드대 워크숍에서 제시된 지원자 사례를 소개한다.
첫 번째 지원자 막스 브라이트(가명)의 지원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지원자의 출신고교, 그 지역의 특성, 인종, 부모의 직업과 학력, 가족사항 등에 대한 정보가 간단히 나온 다음 지원학과와 희망직업, 그리고 특별활동에 대해 열정을 갖고 준비한 정도를 1~5점 척도로 표시해 놓고 있었다. 학력수준은 고교 전체 석차, SAT 성적을 통해 판단한다.
그 다음 구체적 특별활동 내역, 수상경력과 아울러 고교에서 이수한 과목 가운데 대학수준에 해당하는 과목(AP, IB 과목 등)을 몇 과목 수강했고, 그 과목 성적은 어땠는지를 보고 지원자 수준을 가늠한다.
다음으로 지원자가 직접 작성한 자기소개서, 그리고 지원자가 다닌 고교의 대학진학상담교사가 작성한 추천 내용과 지원자의 성적표, 지원자가 다닌 고교의 특성, 2명의 교사 추천서, 하버드대 졸업생이 지원자를 직접 면접한 뒤 제출한 결과보고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합격과 불합격을 가린다.
미국 입학사정관제, 출발은 유대인 차별
이 같은 미국 대학의 학생 선발 과정에 대해 한국 대입상황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질문은 △성적은 몇 % 반영하는가 △주관적 판단이 많이 작용하는데 전형 절차가 공정한가 △학생들이 제출한 자료를 신뢰할 수 있는가 등이다. 그렇다면 왜 미국은 숫자로 나타나는 객관적인 학업성적 이외의 자료들을 저렇게 복잡하게 대입전형에서 고려하게 됐을까.
미국 입학사정관제의 출발은 뜻밖에도 ‘인종차별적 요소’가 강하다. 사회학자인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의 제롬 카라벨 교수는 20세기 초 미국 대학에서 학업성적이 뛰어난 유대계 학생들의 입학이 급증하자 이를 억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입전형에 주관적 요소를 고려하기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주장은 아이비리그 대학 전형과정을 집중 추적한 대니얼 골든의 연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에 따르면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교통의 발전, 공교육 개선, 유럽으로부터 이민 증가 등으로 미국의 상위권 대학에 유대인 학생의 입학 비율이 높아졌다. 하버드대의 경우 유대인 비율이 1900년 7%이던 것이 1922년에는 21.5%로 높아졌다. 컬럼비아대도 1918년에 40%에 육박했다. 이에 따라 인종차별적 성격이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유대인 학생의 입학률을 낮출 수 있는 새로운 입학사정이 필요하게 되었다.
1922년 다트머스대는 학업성적뿐만 아니라 인성, 운동실력, 지역배분 등의 기준을 대입 전형요소에 포함시켰다. 대입 결정에 주관적 요소인 개인적 성향이나 리더십, 그리고 지원자의 개인적, 사회경제적 배경을 고려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됨에 따라 대학은 원하는 신입생을 선발할 수 있게 됐다. 예일대는 동문 자녀가 1931년 21.4% 정도이던 것이 1936년에는 29.6%로 증가한 반면, 입학생 중 유대인 비율은 1927년 13.3%에서 1934년 8.2%로 줄어들었다.
1950년대와 1960년대 사회적, 정치적 격변기를 거치면서 미국의 대학입학제도는 ‘업적’ 개념 중시에서 ‘다양성’ ‘통합’ 개념 중시로 이어졌다. 이와 관련된 정책적 표현이 바로 대학입학에서 소수인종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이다. 1978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할당제를 도입해 특정 인종의 학생을 입학시키는 것은 법에 어긋나지만 대학 구성원의 다양성 증대를 위해 신입생 선발이나 장학생 선발, 그리고 교원 충원시에 인종을 심사 요건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소수인종이나 여학생에 대한 우대정책이 고등교육에 퍼지는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매년 얼마나 다양한 인종의 대학신입생이 선발됐는지가 중요한 관심거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