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호

샴페인 VS 스파클링

축하할 일이 있을 때 꼭 터뜨려야 하는 와인

  • 조정용│와인평론가 고려대 강사 cliffcho@hanmail.net│

    입력2009-10-07 14: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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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하파티 등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벤트가 있다. 샴페인을 터뜨리는 것이다. 마개를 땄을 때 ‘뻥’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터지는 샴페인은 스파클링 와인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스파클링 와인 중에서도 샴페인으로 불리는 1등과 그 뒤를 맹렬히 추격 중인 경쟁자들이 있다.
    샴페인 VS 스파클링

    국내에서도 6만원대에 살 수 있는 샴페인 모에 샹동.

    스파클링 와인은 한결같이 샴페인을 라이벌로 여긴다. 가끔 와인을 쇼핑하는 정도의 애호가라면 어떻게 스파클링 와인과 샴페인이 라이벌이 될까 의심할지 모른다. 스파클링은 전세계에서 만들어지고, 샴페인은 생산지가 프랑스의 한 지역에 불과한데, 어떻게 라이벌이 될까 하는 의문이다. 생산량 기준으로 전체 스파클링에서 샴페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6% 수준이다.

    모든 스파클링은 샴페인을 따라잡으려 한다. 샴페인은 더욱 격차를 벌이며 전진하려 한다. 스파클링은 샴페인의 그윽한 부케와 특유의 신맛을 부러워하지만, 진정 부러운 것은 샴페인이 지닌 판타지다. 샴페인은 그저 판타지만으로도 열광적으로 팔린다고 보는 것이다. 단지 보여주기 위한 이미지로서의 샴페인은 여느 럭셔리 못지않다고 여기는 것이다. 일반 스파클링은 판타지는 없어도 샴페인과 동일한 외양과 동일한 거품을 지니며 합리적인 가격으로 샴페인의 아성을 공략하고 있다.

    샴페인 VS 스파클링

    샴페인의 대안으로 떠오른 스파클링 프로세코

    샴페인의 위력은 대단하다. 거품만 일면 모두들 샴페인이라고 할 정도라서 이 세상의 모든 스파클링 와인이 샴페인 차지였던 시절도 있다. 한 세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길래 ‘샴페인 샴페인’ 하는 것일까. 왜 스파클링은 샴페인이라는 이름을 붙이려 할까. 그 이름을 수호하려고 샴페인은 대단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반대쪽에서는 호시탐탐 그 이름을 차용하려고 한다.

    샴페인의 위력

    한때 영국의 한 회사는 자사 브랜드 화장품에 샴페인이란 명칭을 붙여 상당한 이득을 취했다. 소비자가 샴페인의 고급스러움을 그 화장품에 투영한 회사의 정책에 제대로 반응한 것이다. 하지만 곧 샴페인의 심부름을 받은 변호사의 공격으로 이 제품은 더는 이름을 유지하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졌다. 샴페인 권익단체들은 비단 스파클링 와인 분야에서뿐 아니라, 다른 산업에서도 샴페인 이름을 지키려고 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도대체 무엇을 그리도 수호하려는 것일까.



    유럽에서는 샴페인이라는 이름을 마음대로 쓸 수 없다. 타 지역에서 샴페인이란 이름을 쓸 수 없게 하는 조약이 체결될 정도다. 1891년 마드리드 조약은 샴페인 지역에서 나오는 스파클링 와인에만 샴페인이란 칭호를 붙일 수 있게 했으며, 1919년 베르사유 조약에서도 이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하지만 이 조약에 서명하지 않은 미국은 자국 내 일부 업자들이 샴페인이란 이름을 쓰도록 허용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제과점에 가면 샴페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물론 그건 진정한 샴페인이 아니라 그저 이름만 빌린 것이지만. 만약 유럽연합과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 샴페인 이름을 우리 상품에 붙이는 행위는 아마도 불허될 것이다.

    샴페인의 사전적인 의미는 샴페인 지방에서 ‘샴페인 방식’으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을 가리킨다. 샴페인 지방이란 지역적 기준과 샴페인 방식이란 제법적 기준 어느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샴페인이 될 수 없다. 샴페인의 공간적 의미는 1927년에 마련된 지역적 경계를 의미한다. 행정적으로 신사동과 압구정동이 확실히 나누어지듯이 샴페인은 주변 지역과 구분된다. 샴페인 방식은 이 지역의 개성이 담긴 양조법이다. 샴페인의 생명인 거품을 병 속에서 생성시킴을 의미한다. 샴페인 방식 외에 흔한 방법으로는 샤르마가 있다. 이는 대용량의 통 속에서 생성된 가스를 병에 담는 방식이다.

    샴페인의 독주

    샴페인의 베스트셀러는 모에 샹동이다. 매일 밤 전세계에서 개봉되는 샴페인 열 병 중에서 두 병이 이것이다. 루이비통 모엣 헤네시그룹(이하 LVMH)이 소유한 브랜드다. 주류전문업체 모엣 헤네시를 루이비통이 사들여 만들어진 세계 최대의 럭셔리 기업 LVMH는 샴페인, 와인, 코냑, 루이비통을 펼쳐놓고 소비자를 자극하는 지극히 프랑스적인 글로벌 기업이다. 한국에도 자회사인 모엣 헤네시와 루이비통이 각각 진출해 있다.

    LVMH의 매출 규모는 얼마나 될까. 이 회사 2008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매출액은 약 172억유로다. 그중에서 모엣 헤네시는 18%인 31억유로이며 샴페인을 포함한 스파클링 비중이 20%를 차지한다. 즉 6억유로의 매출을 올린다. 이는 계속되는 합병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는 독일의 헨켈보다 20% 정도 앞서는 실적이다. 그러나 헨켈의 매출에는 일부 와인도 포함되어 있어 그 격차는 좀 더 있다고 봐야 한다.

    모엣 헤네시의 샴페인 브랜드로는 모에 샹동, 뵈브 클리코, 동 루이나, 동 페리뇽, 크뤽, 메르시에(저가 샴페인으로 샴페인 경쟁이 심한 유럽에서만 유통된다)가 있고, 스파클링은 미국과 호주, 아르헨티나에서도 만든다. 코냑으로는 헤네시이며, 와인으로는 그 유명한 샤토 디켐, 샤토 슈발 블랑, 클라우디 베이, 케이프 멘텔레 등이 있다.

    모엣 헤네시는 최근 잇달아 프랑스 최대 와인박람회인 비넥스포에 참가하지 않았다. 보르도에서 열리지만, 세계 도처의 유명 양조장이 참가하는 박람회인데 왜 모엣 헤네시가 참가하지 않았을까. 이는 이제 그들 스스로 고객과 접촉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모엣 헤네시는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가기 위해 유통망을 자체 구축했다. 해당 지역에 수입상을 선정하는 게 아니라 아예 현지법인이나 지사를 설립하고 있다. 해외직접투자를 적극 실행하는 것이다. 장차 와인 소비가 늘 것을 예상해 마케팅 강화 차원에서 남의 잔치에 들러리로 참가하는 것보다는 스스로 잔치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2006년 홍콩에서 열린 비넥스포에 갔을 때 모엣 헤네시 부스를 볼 수 있었다. 다른 부스와는 달리 이 회사는 거대한 구조물을 지어 내방객을 맞이했다. 와인을 사방에 펼쳐놓고 어지럽게 광고하는 게 아니라 미니멀하게 와인을 진열하고 있었다. 그냥 희멀겋고 덩그러니 홀로 있는 독립 부스이지만, 그 부스는 고급 와인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고가의 와인으로 채워져 있었다. 반면 독일이나 스페인, 이탈리아의 양조장 부스들은 저마다 시음 품목으로 스파클링을 갖추고 있어도 그 스파클링으로 입장객을 끌 수 없었다. 스파클링 자체가 해당 양조장의 간판이 아니라 부록에 불과하기 때문이었다.

    언제부터 모엣 헤네시가 고급와인의 구색을 갖추게 됐을까. 그들의 포트폴리오는 오래전에 구축된 게 아니다. 세계 주류시장의 흐름을 꿰뚫어본 결과 루이비통의 우산 아래 하나씩 차곡차곡 브랜드를 쌓은 것이다.

    프랑스 500대 부자 중 와인 종사자 50여 명

    LVMH 주식은 유럽에서 런던시장 다음가는 규모로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3개국 통합시장인 유로넥스트 시장에 상장되어 있다. 얼마 전 ‘디캔터’지에는 프랑스 최고 부자들을 분석한 잡지 ‘챌린저’의 기사가 보도되었다. 이 기사에 따르면 프랑스 500대 부자 중 와인 관련 종사자가 50여 명 있다. 미술품 경매회사 크리스티와 샤토 라투르를 소유한 프랑수아 피노는 6위에 올랐고, 그의 라이벌인 LVMH의 오너 베르나르 아르노는 2위에 랭크되었다. 경기침체기인데도, 그의 재산은 무려 145억유로로 집계됐다.

    글로벌 샴페인 시장은 모엣 헤네시, 니콜라 이얏트, 멈, 로랑 페리에가 과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각의 회사가 여러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어 다 모으면 브랜드 숫자가 열 개를 훌쩍 넘는다. 그렇다면 한국의 상황은 어떤가. 이 땅에 샴페인은 모엣 헤네시가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한국 샴페인 시장은 어찌 보면 와인 시장의 태동기 상황 그대로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와인 수입 자유화 조치를 개시했을 때의 상황과 여전히 비슷하다. 당시 프랑스 와인은 우리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거의 대부분 프랑스산이었다. 20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우리 샴페인 시장은 모엣 헤네시가 90% 이상을 차지한다. 그중 모에 샹동이 베스트셀러인데, 전체 샴페인의 70%를 차지한다.

    2002년부터 모에 샹동과 동 페리뇽의 브랜드 매니저를 맡고 있는 모엣헤네시코리아의 박수진 차장은 “15만원 이하의 일반 샴페인급 시장에서 모에 샹동 단일 브랜드가 70%를 차지하며, 우리 회사의 모든 샴페인을 다 합치면 시장의 9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장악력과 관련해 “본사의 오랜 마케팅 경험을 통해 샴페인은 품질보다는 이미지로 선택된다고 믿기에 우리는 럭셔리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89년 한국에 지사를 설립한 모엣 헤네시는 1996년 모엣헤네시코리아로 사명을 바꾼 뒤 활력을 얻었다. 때마침 일기 시작한 와인 바람을 타고 이 회사는 마케팅에 착수했으며 2000년대 초반부터는 럭셔리 마케팅을 본격화했다. 모엣 헤네시의 회장 크로스토프 나바르가 한 인터뷰에서 말한 대로 “브랜드를 통제하려면 유통을 통제해야 한다”는 점을 철저히 실천한 셈이다.

    스파클링 양조장들은 샴페인의 판타지를 부러워해도 정작 품질은 따라가지 못한다. 샴페인의 관능적인 특성 중 하나인 그윽한 이스트 맛을 다른 어떤 스파클링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샴페인에 도전장 낸 이탈리아

    하지만 와인 산업에서 프랑스의 영원한 맞수 이탈리아에는 샴페인의 품질 수준에 근접한 스파클링이 있다. 프란차코르타. 이 스파클링은 특유의 익은 맛이 있으며 숙성력도 뛰어나서 스파클링의 으뜸으로 꼽아도 전혀 손색이 없다. 프란차코르타는 더 이상 자신을 스푸만테(스파클링의 이탈리아어)라고 부르지 말고, 프란차코르타라고 불러달라고 외칠 정도로 자신이 넘친다.

    프란차코르타는 샴페인의 특색을 두루 갖추고 있다. 이미 자국 내 고급 레스토랑에서 대접을 받고 있다. 또한 샴페인의 이름에서 비쳐 나오는 판타지, 샴페인 병에서 드러나는 화려한 외양, 그리고 소프트하고 럭셔리하고 휘황찬란하게 소구하는 광고, 이 세 가지를 프란차코르타는 모두 실현하고 있다. 전원적이고 목가적인 프란차코르타가 이탈리아에서 가장 산업화된 도시 밀라노에서 1시간 내 당도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는 사실은 프란차코르타에는 여간 행운이 아니다.

    생산 측면에서 과학기술적 뒷받침이 이뤄지기 쉽고, 소비 측면에서 대량 생산된 제품이 고임금자들의 왕성한 수요로 유통에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1958년 귀도 베를룻키에 의해 탄생된 프란차코르타는 1995년 롬바르디아 지방 최초의 DOCG가 되어 그 지방 대표 와인으로 군림함과 동시에 평생소원이던 스푸만테를 떼고 오직 지역명인 프란차코르타로 호칭하게 되었다. 샴페인이 샴페인으로 불리는 것처럼.

    미셀 도바츠가 지은 ‘파인 와인’에 수록된 유일한 스파클링이자 와인 전문지 ‘디캔터’가 선정한 ‘죽기 전에 마셔볼 100가지 와인’에 포함된 유일한 스파클링인 카델 보스코는 대표적인 프란차코르타다. 1968년 창설된 카델 보스코는 역사만 보더라도 샴페인과 큰 차이를 보인다. 1743년 개업한 모에 샹동보다 무려 220년 이상이나 늦은 것이다.

    카델 보스코의 오너이자 프란차코르타 조합장이기도 한 마우리치오 차넬라는 “우리는 샴페인의 라이벌이 아닌 대안이고자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프란차코르타는 독특한 개성으로 샴페인의 그늘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프란차코르타는 프랑스 포도로 만들지만 샴페인과 품종이 꼭 같진 않다. 피노 뮈니에 대신에 피노 블랑을 혼합한다. 물론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는 샴페인과 같지만. 제법상으로도 약간의 변화가 있다.

    샴페인 VS 스파클링

    축하할 일이 있을 때 등장하는 샴페인.

    생산량으로 보면 프란차코르타는 샴페인의 3%에 해당하는 소량이다. 매년 1000만병 정도 병입한다. 그러니 경쟁이라기보다는 틈새시장 공략이 전략일 것이다. 프란차코르타의 매력은 숙성과정에서 비롯된다. 일반 스파클링 와인의 숙성기간이 겨우 몇 달에 불과하지만, 프란차코르타는 최소 2년 이상의 병 숙성을 거쳐 출시된다. 그래서 특유의 묵은 이스트 향취가 다른 스파클링에서는 느낄 수 없는 기품과 깊이를 제공한다.

    샴페인의 세 가지 역설

    그렇다면 샴페인의 매력은 무엇일까. 뭐니뭐니 해도 숙성력이다. 샴페인만큼 오랫동안 만들어지는 스파클링은 없으며, 또 그만큼 오래 저장할 수 있는 것도 없다. 연도를 표시하는 샴페인은 3년 이상 이스트 찌꺼기와 함께 묵힌 후 출시된다. 샴페인에 가장 근접한 프란차코르타는 2년의 기준을 지니고 있을 뿐이다. 일부 샴페인 생산자는 기준을 한참 초과하는, 어찌 보면 과할 정도로 샴페인을 장기간 묵힌다. 그래서 6,7년 숙성은 그저 평범한 수준으로 비치며, 한 20년 이상은 되어야 애호가의 구미를 당길 수 있다. 이런 매력은 샴페인에만 있다.

    그럼 어떤 조건들이 샴페인을 이다지도 길게 묵히게 만들까. 우선 샴페인은 오랜 양조 전통을 지니고 있어 많은 시행착오로부터 지혜를 축적하고 있다. 그래서 빈티지의 특성이 얼마나 유지되는지에 대한 남다른 경험이 있다. 그리고 샴페인 회사는 아주 많은 병을 만든다. 한 해 동안 다 팔 수 없는 어마어마한 양을 생산한다. 그러니 상당량을 셀러에 비축해가며 출하 시기를 조절할 수 있고, 그러는 가운데 맛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동 페리뇽은 보통 7년 정도 지나면 출시되지만, 빈티지가 특별한 경우는 많은 양을 더 오래 두어 나중에 별칭을 붙여 동일 빈티지를 다시 출시한다. 이럴 때 ‘외노테크’라고 구분 표시하여 15년 혹은 그 이상의 묵힌 맛을 선보인다. 사실 이런 경우는 특정한 브랜드에 한정된 것이고, 대부분은 수백만병에서 수천만병에 이르는 동일한 맛의 샴페인을 생산한다. 그러다보니 획일적인 맛의 유지가 긴요해 화학공장 같은 대규모 설비가 불가피하다. 멀리서 샴페인 양조장을 볼 때 와인회사의 이미지를 느낄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13권의 와인책을 지은 앤드루 제퍼드는 한 기고문에서 샴페인은 프랑스에서 가장 이상한 와인이라고 주장했다. 우선 프랑스는 테루아를 숭상해 좁은 면적도 여러 개의 원산지로 분화하는 데 반해 샴페인은 어마어마한 면적이 달랑 하나의 원산지를 이루는 점. 둘째 와인의 표현은 빈티지로 이루어지는 데 반해 샴페인은 빈티지가 없는 점. 셋째 훌륭한 와인은 밭에서 저수확한 포도로 만든다고 믿고 있지만, 샴페인은 가능하다면 남김없이 최고의 수확을 올리는 점, 제퍼드는 바로 이 세 가지를 샴페인의 역설이라고 지적했다.

    양으로 승부를 한다는 측면에서 샴페인은 보르도와 비슷하지 않으냐고 생각할 수 있다. 보르도 역시 샴페인처럼 여러 품종을 혼합해 와인을 만들지 않는가. 샴페인 루이 뢰더러의 오너 프레데릭 후조는 한 인터뷰에서 보르도와 샴페인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주요 차이점은 샴페인이 좀 덜 거만하지요”라고 답했다. 보르도에서 샤토는 와인을 만들기만 하고 유통이나 마케팅은 모조리 네고시앙이 맡는 것과는 달리, 샴페인은 생산과 마케팅을 병행하는 점을 두고 한 말이다.

    샴페인의 대안

    로미오와 줄리엣의 고향 근처에서는 프로세코라는 스파클링이 생산된다. 프로세코는 프란차코르타의 약 여섯 배 규모를 자랑하며, 같은 이름의 포도에서 잉태된다. 이를 샴페인의 진정한 대안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왜냐하면 샴페인과 같은 산뜻함을 주지만 값이 아주 저렴하기 때문이다. 청포도 프로세코의 청량감과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이 담보하는 DOC등급이므로 믿을 수 있다. 2008년의 생산량은 약 5700만병이고, 매출액은 3억7000만유로였다. 수량은 모엣 헤네시 단일 회사의 생산량과 비슷하듯이 수량과 금액 면에서 모두 샴페인과 큰 격차가 있지만, 세계 여러 스파클링 중에서 유일하게 샴페인의 라이벌로 꼽힌다.

    샴페인과의 차이점은 지명인 샴페인과는 달리 프로세코는 포도명이란 사실이다. 사람들이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밑바닥에는 프로세코의 상쾌함이 깔려 있다. 샴페인처럼 15개월 혹은 3년 이상 숙성하지 않고, 수개월 내에 출시하는 일반 프로세코는 샴페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객을 끌어당긴다.

    프로세코가 등장하기 휠씬 이전부터 샴페인을 공략하며 스파클링의 장점을 세간에 알린 게 있으니 바로 스페인의 카바다. 와인지 ‘마이닝거스’의 2008년 8월호에 따르면 카바는 2007년 기준 총생산량은 2억2000만병이고, 그중에서 베스트셀러인 코르돈 네그로는 매년 3100만병 생산된다. 최대시장 미국에서 9달러에 팔리는 저렴한 상품이다. 더운 여름날 길거리를 걷다가 핸드백 속에서 꺼내 마시는 소형 사이즈가 인기 높다.

    독일의 스파클링인 젝트는 카바와 같은 기준으로 3억6000만병을 생산한다. 스파클링의 전문가가 많고, 유럽에서 소비자가 가장 많은 독일은 자국 생산량을 훨씬 뛰어넘는 소비량을 보인다. 2007년 독일인들은 약 4억1000만병을 마셨다. 독일 1위 헨켈 트로켄 역시 서울에 들어와 있다.

    국내시장에 유통되는 샴페인 현황은 다음과 같다. 모에 샹동(6만원대), 뵈브 클리코(7만원대), 크룩(35만원대), 동 페리뇽(30만원대), 멈(6만원대), 페리에 주에(30만원대), 니콜라 이얏트(7만원대), 로랑 페리에(15만원대). 프로세코 빌라 산디, 산테로, 자르데토(각 3만원대). 샴페인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곳은 할인점이다. 예를 들어 미국계 대형 할인매장인 코스트코의 경우 와인 매출이 높고, 정육코너 옆 와인코너에서 특급 와인이 손쉽게 팔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와인을 가장 많이 파는 이마트에서도 특히 와인전문점이 숍인숍의 형태로 설치된 지점에는 동 페리뇽이 진열된다. 할인점에 가면 샴페인의 판타지 값을 덜 내도된다.

    신년 파티, 생일, 결혼기념일에 아주 가끔 마시는 샴페인보다 주말마다 혹은 더 자주 마실 수 있는 스파클링을 추천한다. 그저 개봉하기만 하면 된다. ‘뻥’하고 터지는 환상적인 샴페인과 ‘펑’하고 터지는 실속형 스파클링의 소리는 같다. 기다란 잔에서 중력을 거스르며 솟구치는 명태알 같은 잔거품도 역시 다름없다. 스파클링 중에서도 프란차코르타나 프로세코 혹은 카바나 젝트는 많은 경우 샴페인의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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