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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에코도시 ③

미국 시애틀

탁상토론은 그만 이제 행동하라!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

미국 시애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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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피전문점 ‘스타벅스(Starbucks)’의 본산인 미국 시애틀. 이 도시를‘별 가루’처럼 뒤덮고 있는 건 스타벅스 매장만이 아니다. ‘시애틀 기후행동계획(Seattle Climate Action NOW)’. 시애틀시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지구온난화 방지 환경 캠페인은 이 고급스러운 도시의 새로운 가치가 되고 있다.
미국 시애틀

미국 시애틀 도심.

미국 북서부 태평양 연안의 시애틀은 ‘에메랄드(Emerald) 시티’로 불린다. 투명하고 아름다운 녹색의 보석인 에메랄드처럼 도시가 엘리엇만, 워싱턴 호수, 올림픽 산맥, 캐스케이드 산맥 등 바다, 호수,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의미다. 1962년 세계박람회 때 세워진 원반 형상의 스페이스니들 타워와 도심 마천루, 그리고 만년설에 덮인 해발 4392m의 레이니어산은 한 폭의 그림으로 ‘문명과 자연의 조화’를 상징하는 이 도시의 랜드마크다.

시애틀의 인구는 56만여 명(2000년)이다. 벨뷰, 에버렛 등 주변 위성도시를 합쳐도 200여만명으로 인구밀집지역인 캘리포니아나 동부와는 멀리 떨어져 있다. 내수 시장이 작고 고립되어 있다는 건 성장의 단점요인이다. 엘리엇만을 따라 길쭉하게 형성된 도시 구조도 불리한 점이다. 출퇴근 시간 도심과 위성도시들을 잇는 고속도로에선 차량이 밀린다.

친환경이 도시 미래 결정

그럼에도 옛 인디언 추장의 이름을 딴 이 중급 규모의 도시는 세계적 도시의 명성을 얻고 있다. 고품격 문화 아이콘들로 ‘상징’을 선점했기 때문이다. 이 도시를 근거로 성장한 세계 최대 항공사인 ‘보잉’, 세계 최대 IT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 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닷컴’, 세계 최대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 그리고 인류가 인터넷 시대로 들어섰음을 알려준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과 특색 있는 다운타운 풍광은 시애틀이라는 도시 브랜드를 드높였다.

미국 시애틀

그렉 니컬스 시장(중앙 양복 입은 사람)과 시애틀 시민들이 ‘기후행동계획’에 적극 동참하기로 결의하고 있다.

스타벅스 1호점과 부근의 해산물 재래시장인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은 수많은 외국 관광객이 찾아 기념 촬영하는 명소가 됐다. “스타벅스는 커피가 아니라 커피의 취향을 팔고, 나아가 문화적 취향을 판다.”(‘한겨레21’ 2009년 1월2일 보도).



그런데 수년 전부터 전세계의 기후변화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다. 이로 인해 도시의 트렌드도 바뀌고 있다. 친환경이 도시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가 됐다. 맑음, 차가움, 녹색은 도시를 멋있고 쾌적한 곳으로 만드는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시애틀은 세계 주요 도시 중 가장 발빠른 결단을 내렸다. 강력한 친환경 정책을 펴며 ‘그린 시대(Geen Era)’의 주역이 되려 하고 있다.

시애틀 인근의 한인(韓人)밀집지역인 페더럴웨이(Federal Way)에서 만난 재미교포 성유영(50)씨는 “시애틀은 여름철에 선선한데 지난 여름에는 그렇지 않았다. 한동안 푹푹 찌는 날씨가 이어졌다”며 “환경문제는 이 도시가 당면한 최대 위기 중 하나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위기는 생존의 필수품인 ‘물’에서부터 찾아왔다. 시애틀의 발전은 물 문제와 직결돼 있었다. 지난 30년 동안 물 사용 효율을 높여 인구를 25% 늘렸다. 강에서 식수를 얻는 우리나라의 관점에서는 신기하게 보이는 일이지만 인근 카사드산의 스노 팩(snow pack·들판을 덮고 있는 눈 덩어리)이 시애틀의 식수원이다. 또한 이 산의 눈은 수력발전으로 이 도시에 막대한 양의 전기를 공급해왔다. 덕분에 시애틀 의회는 1970년대 원자력발전소 설치를 막았다.

눈 녹아 식수원 고갈 위기

그런데 수년 전 “카사드산의 스노 팩이 줄어들고 있다”는 충격적인 보고서가 공개됐다. “50년 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고 2050년에는 사라진다”고 했다. 물과 전기 공급에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는 문제였다. 카사드산의 설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같은 재앙은 지구 온난화에 의해 초래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크리스토퍼 B. 필드 연구진의 보고서 내용이다.

“1955년부터 2005년까지 북아메리카의 연간 평균 대기온도는 전체적으로 상승했다. 이러한 온난화 징후는 온실가스, 황산염 및 자연적 외력이 결합해 발생한 것이다. 1994년부터 2004년까지 미국 서부 산맥에 위치한 기상관측소의 74%에서 눈보다는 비 형태로 강하하는 강수량의 비율이 증가했다. 온난화로 인해 1990년부터 2003년까지 캐나다 서부와 대초원 지역의 총 강설량이 감소했다. 미국 서부지역도 봄·여름철 눈 덮개(snow cover)가 줄었다.”

또한 ‘에메랄드 시티’라는 별칭이 무색하게 시애틀은 급속하게 숲을 잃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애틀시 자료에 따르면 1972년 이 도시 전체 면적의 40%를 나무가 덮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 녹지 점유율은 18%까지 급전직하로 추락했다. 도시 팽창 및 생태계 이상현상이 원인이었다. 시는 “기존 나무들은 나이를 먹어 죽어가는데 해로운 생물이 번성하여 다음 세대 나무들의 숨통을 끊어놓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 자료에서는 이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이러한 상실은 단순한 경관미의 상실 이상이다. 나무는 시애틀의 도시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폭풍이 불거나 호우가 왔을 때 물을 흡수해 홍수를 막는다. 대기를 정화시키고 물을 맑게 한다. 나무는 우리의 자산 가치를 높였다. 나무는 삶의 질을 구성하는 직물과 같았다.”

세계에서 가장 열정적인 시장

시애틀에서 지구온난화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절박한 현실의 문제로 다가왔다. 그렉 니컬스 시애틀 시장은 취임 초에는 기후변화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물의 고갈을 의미하는 스노 팩 감소 보고서를 접하고는 생각이 달라졌다고 한다. 그는 세계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열정적인 시장이 됐다.

2005년 2월16일 교토의정서가 발효됐다. 38개 국가는 2008~2012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1990년 수준보다 평균 5.2% 감축해야 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이산화탄소 배출국(전세계의 28%)이지만 자국 산업보호를 위해 2001년 교토의정서를 탈퇴했다. 니컬스 시장은 연방정부와는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그는 교토의정서의 의무를 자발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미국 시장들의 연대를 주도했다. 미국 132개 도시의 시장이 참여했다.

시장들의 연대는 미국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았다. 니컬스 시장은 2006년 4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위(연방정부)에서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밑에서 하겠다”며 자력해결의 의지를 피력했다.

시애틀은 연방정부와는 별도로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에 비해 7% 감축한다는 목표를 설정해 자체적으로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연간 68만6600t을 줄여야 한다. 시는 이를 위해 2006년부터 공공기관, 기업, 시민 전체가 참여하는 전방위적 온실가스 감축 캠페인인 ‘시애틀 기후행동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논쟁은 끝났다. 이제는 행동에 나서자’는 취지였다.

이 캠페인을 비롯한 지구온난화 방지 정책은 시애틀시의 지속가능 환경부(OSE·Office of Sustainability & Environment)에서 주로 맡고 있다. 최고 책임자 마이클 만 본부장을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카사드산에서 진행되고 있는 변화가 시장을 움직였다. 시애틀시는 가장 소중한 자산인 자연을 복원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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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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