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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삼성전자, 운영방식이나 일하는 패턴은 여전히 벤처회사”

  • 구자홍│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hkoo@donga.com│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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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정상을 지켜내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한다. 2009년 매출액 136조2900억원, 영업이익 10조9200억원을 기록한 삼성은 이제 남이 간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갈 길을 개척해야 하는 자신과의 싸움이 남아 있다. 정상에 오른 삼성은 과연 그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까.
  • 삼성전자 디지털총괄 사장을 지내고 최장수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재직한 바 있는 진대제 전 장관으로부터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전자회사, 반도체 최강자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들어봤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진대제 전 장관과의 인터뷰는 2월8일 서울 도곡동에 위치한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그는 현재 정보기술(IT)회사에 주로 투자하는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당초 인터뷰의 목적은‘메모리카드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던 삼성전자’(신동아 3월호 참조)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인터뷰는 자연스레 정상에 선 삼성이 앞으로 극복해야 할 도전, 친정인 삼성에 대한 충고로 이어졌다.

기업과 정부에서 승승장구하던 그는 2006년 경기지사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하기도 했다. 이후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를 설립해 벤처투자가로 변신했다.

▼ 삼성전자가 현재 정상에 있습니다. 정상에 있을 때 자칫 잘못 판단하면, 혹은 오만하거나 안주하면 갑자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삼성이 냉정하게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삼성전자의 다른 부문도 마찬가지지만 삼성전자 반도체가 1983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거의 30년이 다 돼가요. 그런데 지금까지 회사의 운영방식이나 일하는 사람의 행동패턴이 거의 벤처회사예요. 진짜로 힘들게 일해요. 말씀하신 것처럼 거대기업이 되어서 오만한 생각을 하기보다는 거기 있는 사람들이 진짜 죽을 정도로 열심히 일하는 겁니다. 삼성전자는 회사의 컬러가 아직도 진짜로 벤처예요. 언젠가 1994, 1995년쯤 우리가 돈 잘 벌고 할 때도 삼성에서 일하다 나간 사람이 바깥에서 저를 만나면 ‘너는 아직도 벤처같이 일하냐’ 이런 소리를 했어요. 그런데 내가 밖에 나와서 보니 삼성은 아직도 옛날의 벤처 같아요.”

▼ 한 달에 이틀 쉰다던가요?



“그러니까요. 요즘 그런 회사가 어디 있어요. 세계 1등을 한 지가 1993년이니까, 지금 17년째 세계 1등인데, 아직도 그런 소리를 들어요. (삼성의) 내부에서는 보통의 긴장상태가 아니에요. 생산하다가 조금만 방심하면 그냥 수율이 떨어지잖아요.”

▼ 극도로 긴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여건에서 일하는군요.

“극도의 긴장상태예요. 이제는 그렇지 않겠지만, 전에는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형광등이 깜빡깜빡하면 다들 놀라서 뛰어나갔어요. 전기 한번 깜빡하면 100억이 날아가니까요. 항상 긴장하고 있으니, 스트레스가 많지요. 생산라인이 강물처럼 흘러가는데, 무슨 암초에 걸려서 파도가 일지 모르거든요. 지금은 사고 한번 나면 돈이 1000억원대가 왔다갔다 할 거예요. 순간적으로. 보통 노이로제가 아니죠.”

▼ 삼성이 돈을 쉽게 많이 벌고 있는 것만은 아니군요.

“그런데 그걸 당연한 것으로 여겨요. 삼성이 모든 걸 다 잘할 수는 없어요. 그래서 국제협력이 필요합니다. 삼성이 오히려 경계해야 할 대목은 혼자서 모든 것을 다하려는 것이에요. 이것이 문제가 될 수 있어요. 오히려 다른 데의 좋은 아이디어들을 빨리 습득하고 거기와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등 개방성이 더 필요하지요. 아이팟이나 아이폰 이런 것들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협업이거든요. 협업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오는데, 독야청청하려 해서는 안 되지요. 삼성이 오히려 다른 회사들하고 파트너십을 잘 맺어야 지금의 위치가 더 공고해질 수 있지요.”

삼성도 얻어맞을 수 있다

▼ 잘나갈 때 인심을 잃으면 조금이라도 어려워졌을 때 다 등을 돌리게 되지 않습니까. 삼성이 스스로 돌아봐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혼자 너무 잘나가면, 위기가 찾아왔을 때 모든 사람이 돌아서죠. 지금 여기저기서 도요타 때리기를 하는 것도 그렇고. 앞으로 삼성도 얻어맞을 수 있어요.”

▼ 삼성이 중소기업이나 해외 업체와 체결하는 계약관계도 유심히 들여다봐야 할 필요가 있겠더군요. 삼성의 이익을 지나치게 극대화하는 데 계약 내용이 치중돼 있지 않나 하는….

“그런 점이 있을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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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홍│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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