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사법연수원생과 다르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웠던 탓일까. 말을 아꼈지만 얼굴에 번지는 미소는 숨길 수 없었다. 국내 최초의 시각장애인 사법시험 합격자 최영(30)씨가 3월2일 사법연수생이 됐다.
최씨는 고3이던 1998년, 점차 시야가 좁아져 실명에 이르는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았다. 서울대 법학과 재학 중이던 2005년엔 ‘시각장애 3급’이 됐다. 책을 보면 희미한 빛만 비치고 글자는 보이지 않았다. 강의테이프와 복지재단에서 만들어준 기본서 음성파일로 공부해 2008년 12월 제50회 사법시험에 최종 합격했고, 1년간 준비한 끝에 마침내 사법연수원에 입성했다.
사법연수원 측은 최씨에게 출입구에서 가장 가까워 이동이 편리한 기숙사 방을 배정했다. 기숙사 식당에서 무선 리모컨 버튼만 누르면 직원이 직접 밥을 떠다주고 안내한다. 학습교재는 모두 음성파일로 변환해줬고, 그림자료를 이용할 수 있게 점자(點字) 프린트도 마련했다. 교육자료를 내려받는 사법연수원 홈페이지도 시각장애인 접근성 규칙에 맞게 수정했다.
정윤형 사법연수원 기획교수는 “최씨가 충실히 학업을 마치도록 사법연수원은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토록 기다려왔던 사법연수원 입소 첫날, 최씨는 연신 “감사하다”고 말했다. “도와주신 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공부해 능력 있는 법조인으로 성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