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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삼성전자, 운영방식이나 일하는 패턴은 여전히 벤처회사”

  • 구자홍│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hkoo@donga.com│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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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보기에는 ‘어떻게든 쥐어짜서 회사에 한 푼이라도 더 들어와야 내가 좋은 평가를 받는다’ 이런 문화가 팽배한 것 같아요. 이런 구조는 오래가지 못 할 텐데요. 지금은 워낙 큰 회사여서 거래처나 협력업체들이 무서워서 입을 닫고 있지만, 작은 허점이라도 보이면 다들 들고 일어나지 않을까요.

“(웃음) 진짜 그런 점은 있어요. 그런데 최고경영자(CEO)가 자기 재량으로 그걸 바꿀 수가 없어요. 삼성뿐 아니라 어느 대기업도 마찬가지예요. 우선은 이익을 많이 내고, 그게 바로 실적에 연결되어서 자기 연봉에도 관계가 되고, 그게 다 주가에도 영향이 있고, 그게 주주들하고도 관계가 되고 다 연결돼 있어서 어느 누구도 ‘우리 이익 좀 덜 내고 나눠줘라’ 그렇게 할 수가 없어요.”

▼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사람이나 거래처가 많아지는 것은 결국 회사를 위태롭게 하는 일이 될 수 있지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균형 잡힌 계약조차 이뤄지지 못하는 게 현실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보통신부 장관 재직 때) 대통령하고 재벌 총수들이 모여서 상생 협약한다고 하는 그런 일이 있었어요. 그때 내가 입바른 소리를 좀 했지요. ‘대통령하고 회장님들께서 상생을 얘기하셨지만, 이것은 잘 안 되는 얘기입니다’고 했죠. ‘회장님께서 하자고 총론적으로 말씀하시지만, 그게 저 일선 구매담당이나 임원의 업무보고 때까지 가기는 어려울 겁니다’라고. 예를 들어 임원이 매년 15% 원가 절감, 구매가격 절감 이런 업무 목표를 세웠을 텐데, 이 목표를 바꾸지 않으면 (상생이) 안 되거든요. 그런데 그 목표를 누가 바꿔요? 못 바꿔요. 그건 회사 전체의 이익이니까. 삼성전자가 100조원 팔면 얼마쯤 구매하느냐 하면 50조원은 사거든요. 그런데 거기서 10%만 줄이면 얼마예요. 5조 이익이 더 나는 걸 누가 하지 말자 그래요?”

▼ 상생의 뜻은 원론적으로 다 이해하지만, 이것을 현실화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라는 말씀이군요.



“그래요. 상생하자는 소리는 10년 전에도 있었어요. ‘중소기업 다 죽는다. 대기업에서 봐줘야지’ 하면서 현금 결제하도록 했어요. 그렇지만 대기업은 돈에 관해서는 철저하게 깎거든요. 겨우 먹고살 정도로 놔두거든요. 그래도 삼성전자와 거래하는 사람들은 먹고는 살아요. 다른 회사 납품업체는 더 죽을 맛이에요. 대기업이 휘청하면 전부 갹출해서 적자 같이 메우고, 그렇게 또 살아가요. 일본도 그래요. 일본도 대기업에서 적자 나고 그러면 납품업체들 다 불러서 전부 갹출시키고 하거든요. 참 어려운 문제예요.”

미국 사람들, 시장 훨씬 잘 다뤄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2006년 청와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보고대회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가운데)과 재벌 총수들.

▼ 삼성이 반도체 양산체제 구축에는 성공적이었지만 원천기술 확보 부분은 등한시한 것이 아닌가요?

“그건 꼭 그렇게 얘기할 수 없어요. (반도체 분야가) 너무 다양하거든요. 그러니까 삼성전자 혼자서 전자산업 분야에서 사용하는 반도체를 다 만들어낼 방법이 없어요. 제조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응용이라든지 소프트웨어라든지 이런 것을 다 감당할 수 없거든요. 삼성에서도 얼마나 하고 싶겠어요. CDMA의 경우는 우리(삼성)도 자체적으로 CDMA칩을 만들었어요. 1998년에 만들어서 그 공로도 삼성경영 금상도 받았어요. 대상 다음가는 상을 받았는데…. 퀄컴이 먼저 만든 것을 여러 가지 특허 문제도 있었지만 유사하게 만들었는데, 결국에는 미국 사람들이 시장을 훨씬 잘 다룬 셈이죠. CDMA 서비스 시장이라든지, 이런 것을 판촉해서 우리가 만들었어도 팔지 못하게 됐죠. 결국 삼성 안에서도 쓰지 못할 정도가 됐고, 하나는 만들어냈지만, 그 다음에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지는 못하니까….”

▼ 메모리카드 분야에서 MMC카드와 SD카드도 그런 양상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겠네요.

“그런 셈이죠. 우리가 시도해볼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하기에는 힘에 부치죠. (소니가 만든) 메모리스틱 같은 것도 안 되잖아요.”

▼ 소니도 (메모리스틱 사업을) 올해 공식적으로 접었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메모리스틱에) 무지무지하게 돈을 많이 들였어요. MMC에 삼성은 돈도 별로 안 들였죠. 삼성에서 플래시메모리를 만드니까, 조금 시간을 끌다 그냥 안 되겠구나 판단했던 거지요. 메모리스틱에 소니가 돈을 엄청나게 퍼부었어요. 결국 돈만 까먹은 셈이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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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홍│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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