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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독자들을 위한 이달의 경제보고서 ④

일본 경제의 쇠퇴 현상, 한국 경제에 경고등

  • 이지평│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jplee@lgeri.com│

일본 경제의 쇠퇴 현상, 한국 경제에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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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아’가 각 전문기관의 연구결과물을 검토해 선정한 이달의 보고서는 LG경제연구원이 2월말 발표한 ‘일본 경제의 쇠퇴현상 한국 경제에 경고등’이다. 도요타자동차의 대량리콜 사태로 인한 고품질 신화의 붕괴, 만성적인 저성장, 인구 감소로 인한 시장 축소 등 일본 경제가 당면한 여러 어려움을 분석하고, 이러한 상황이 한국 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꼼꼼히 분석한 보고서다. 필자는 한국에서도 점차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저성장 압력이 본격화하기 전에 생활기반의 확충과 탈공업화 준비가 필요하다고 결론짓고 있다. 필자와 연구원의 양해를 얻어 전문을 게재한다. <편집자>
일본 제조업을 대표하던 도요타자동차가 품질 불량 문제로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일본 대표 항공사인 일본항공(JAL)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일본 경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오랫동안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 군림했던 일본의 지위도 이미 중국에 넘어갔거나 조만간에 넘어갈 전망이다.

이와 같은 일본 경제의 위상 하락은 중국 등 신흥국의 부상에 따라 선진국이 일반적으로 겪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과 비교해서도 일본 경제의 하락은 급격한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에 대두된 일본 몰락론은 미·일 패권 경쟁에서 탈락하는 일본의 상황이 대상이 되었던 데 반해 최근에는 일본 경제가 쇠락의 길로 빠질 것인지(NDC·New Declining Country, 신쇠퇴국)가 초점이 되고 있다.

물론 일본 경제는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에서도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등 다른 나라에 비해 금융부문의 건실함이 부각되었으며, 1990년대 장기불황과 같은 금융과 실물경제의 복합 불황을 어느 정도 극복한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5%를 넘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 일본 경제는 올해 1% 이상의 플러스 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상장기업의 영업이익도 제조업을 중심으로 큰 폭의 증가가 예상된다. 그린기술, 우주기술, 부품·소재 분야 등에서는 세계 어느 기업도 따라갈 수 없는 압도적인 기술력을 가진 일본 기업도 많다. 우리나라는 작년에도 276억달러를 넘는 대일(對日)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잠재력에도 일본 경제 및 일본 기업이 고전하는 것은 의아스러운 일이다. 버블 붕괴에 따른 장기불황을 극복한 일본 경제지만 만성적인 저성장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전반적으로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저성장의 장기화는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던 일본 기업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본 기업은 1인당 소득수준이 3만달러를 넘는 1억2700만명의 인구를 가지고 있는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발전해왔다. 높은 품질과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일본 기업의 전략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 내수시장이 계속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경제가 장기불황 이후 인구 감소 및 고령화 문제에 시달리면서 저성장을 면치 못하자 일본 기업도 신흥시장 개척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수밖에 없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비용 절감 요구가 강해지고 품질 저하 문제도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정체된 일본 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일본 기업은 과거와 달리 해외 부품 조달을 늘리면서 가격절감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다운그레이드(Down Grade) 전략은 기존의 과잉품질을 과소품질로 전락시켜버릴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약점의 지속, 강점의 약화

일본 기업은 브릭스(BRICs) 등 신흥시장의 기회를 선점하지 못했고 1990년대 이후 반도체, LCD 산업 등에서 대규모 설비투자를 신속하게 결정하지 못했다. 일본 기업은 현장기술력에 강했지만 리스크가 큰 투자 결정을 신속하게 내리지는 못했으며 한국, 대만 기업의 부상으로 산업의 주도권을 잃기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일본은 신자유주의적 개혁에 주력하면서 주주를 중시하는 경영을 강화하긴 했지만 구미 기업과 같은 창조형 리더를 육성하고 이들의 전략적 결정에 따라 신속하게 행동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다. 오히려 신자유주의적 개혁의 결과 단기수익에 대한 강박관념이 강해지면서 장기적인 안목의 과감한 투자를 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일본 경제의 쇠퇴 현상, 한국 경제에 경고등
현장의 기술적 강점으로 일본 기업들이 부품 및 소재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점유율을 보이고 있지만 이런 강점을 산업 전반의 고수익 확보로 연결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를 들면 일본은 세계 휴대전화용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50%를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는 한편 각종 부품에서도 선도적인 지위에 있으나 정작 휴대전화 점유율 자체는 낮은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수익도 글로벌 휴대전화업체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다. 수 처리용 분리막에서도 일본 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60%에 달하지만 수 처리 산업의 핵심인 수도사업이나 플랜트 분야는 구미 기업이 장악해 이들이 고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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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평│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jplee@lg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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