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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2010년 2월 ‘노동신문’에 실린 ‘1호 사진’ 정밀분석

‘1호 사진’에 나타난 ‘북한 경제’ 오해와 진실

‘노동신문’이 ‘웃는 김정일’을 ‘미친 듯’ 싣는 까닭은?

  • 변영욱| 동아일보 사진부 기자 cut@donga.com | 송홍근|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

‘1호 사진’에 나타난 ‘북한 경제’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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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호 사진을 보고 장마당을 떠나 기업소로 되돌아간 사람은 얼마나 될까?
  • 지도자가 인민 생활을 위해 헌신한다고 느낀 주민은 또 얼마나 될까?
  • 1호 사진을 통해 들여다본 북한 경제 속살.
지난해 12월12일자 ‘노동신문’ 2면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김일성종합대학 수영장을 둘러보는 사진이 실렸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같은 사진이 전송돼 전세계 사람이 김 위원장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김 위원장은 현지 지도 때 가지고 다니는 것으로 보이는 파란색 헝겊 커버를 씌운 철제 의자에 앉아 환하게 웃고 있다. 뭔가 좋은 일이 있는 걸까?

라코스테 신발

‘1호 사진’에 나타난 ‘북한 경제’ 오해와 진실

Lacoste Shua S WM SKU 스니커즈 신발

수영장에 놓인 의자에 앉아 파안대소하는 김 위원장의 바지 아래로 스니커즈 신발이 보인다. 발등에 신발 끈 대신 이른바 ‘찍찍이’가 달린 가죽 신발. 앞부분이 부드러운 곡선으로 마감돼 있다. 이 신발은 2008년 건강이상설이 나돈 뒤 김 위원장이 즐겨 싣는 신발이다.

이 신발은 프랑스 캐주얼 브랜드 ‘라코스테’가 생산한 것. 신발의 윗부분에는 흰색실로 상표가 새겨져 있으며 신발 목둘레엔 흰색 선이 둘러졌다. 이 모델은 현재 한국에선 판매되지 않는다. 인터넷을 통해 구입하면 110달러. 인터넷 ‘유튜브’에 올라온 홍보 동영상(Lacoste Shua S WM SKU #7595515)은 김 위원장이 신은 스니커즈가 남성용이 아닌 여성용이란 걸 알려준다. 김 위원장은 발이 작다.



2008년 가을 이후 김 위원장이 굽이 높고 앞이 뾰족한 구두를 벗고 단화 스타일의 낮은 신발을 즐겨 신는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예전 사진에 비해 키가 작아 보이는 단점이 있지만 불편한 몸에 무리가 덜 가게끔 하려는 조처일 것이다.

이 사진으로 북한 경제의 현실을 들여다본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김 위원장 신발이 110달러짜리 프랑스제 스니커즈라는 사실은,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이 그런 신발을 아직 생산해낼 능력이 없다는 걸 드러낸다. ‘라코스테 스니커즈’는 북한 경공업 수준을 가늠하는 하나의 척도가 될 수 있다. 경제 자립을 강조하면서도 최고지도자에게 국산 기능성 신발을 제공할 수 없을 만큼 낙후한 북한 경제의 한 단면인 것이다.

북한 언론은 지난해 10월부터 ‘1호 사진’을 ‘미친 듯’ 쏟아내고 있다. ‘사진 정치’다. 신문에 실린 김 위원장의 표정은 대부분 밝다. 경제 시설을 ‘현지지도’ 하면서 웃는다. 1호 사진은 북한에서 김일성-김정일 부자를 찍은 사진을 가리키는 말.

3월6일엔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초대형 사진이 함경북도 함흥시에서 열린 ‘2·8 비날론연합기업소 재가동 축하 군중대회장’에 등장했다. ‘수령’과 ‘지도자’의 1호 사진을 통해 선동전에 나선 것이다. 1호 사진은 프로파간다 도구다. 사진엔 북한의 정책 방향, 경제 현실도 담겨 있다.

1면 독점하는 1호 사진

1호 사진, 즉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얼굴은 북한 신문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린다.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만 대중에게 전하는 것은 모든 권력자의 꿈일 것이다. 북한에선 이러한 백일몽이 현실로 이뤄진다.

‘김일성 유일체제’가 확립한 1967년 이후 신문 1면에 등장하는 정치인은 김일성-김정일 부자뿐이다. 아주 예외적으로 2003년 2월23일자 ‘노동신문’ 1면 좌측하단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김영남 위원장의 전신사진이 가로 6㎝ 세로 10㎝ 크기로 실린 적이 있다.

1966년까지 ‘노동신문’ 1면에는 김일성 이외 정치인의 모습도 실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파워 블록(Power Block) 안에 제한적이나마 다원성이 존재한 덕분이다.

북한 신문에서 김 위원장 관련 기사와 사진이 차지하는 비중은 당연히 높다. 날마다 김 위원장 관련 기사 혹은 사진이 실린다. 사진은 한 달에 5~10일가량 지면에 등장하며 하루치 신문에 복수의 1호 사진을 게재하기도 한다. 500명 넘는 인원과 함께 찍은 김 위원장 사진이 1면에 실린 적도 있다(‘노동신문’ 1989년 6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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