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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함을 꿈꾸는 특별한 여자 추자현

“대충하는 연기 싫어. 나를 만든 영화‘사생결단’, 정말 미친년처럼 연기했죠”

  • 글·최영일│문화평론가 vicnet2013@gmail.com│한상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평범함을 꿈꾸는 특별한 여자 추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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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함을 꿈꾸는 특별한 여자 추자현
▼ 흥행이 잘 되었던 아니던 그간 맡은 배역마다 지금 얘기하신 생명력이 느껴집니다. 추자현만의 연기론을 풀어준다면?

“없어요! 그러고보니 굉장히 놀랐던 일이 있어요. 어느 대학의 연기과 학생들이 ‘추자현 연기론’을 주제로 세미나를 한다는 거예요. 후배들이 저만의 연기론을 물어왔을 때 뭐라고 대답했는지 아세요? ‘난 먹고살기 위해 연기한다’라고 말해줬어요. 사실이 그렇고. 배우는 안정적이고 고정적인 수입이 있는 직업이 아니잖아요. 작품마다 선택받아야 하는 일이고요. 열심히 안 하면 누가 저를 다시 찾아주고 어떻게 제가 생계를 이을 수 있겠어요? 이 비슷한 얘기를 무릎팍도사에 나온 윤여정 선배님의 고백에서 들은 적이 있어요. ‘바람난 가족’이라는 영화에서 어떻게 베드신을 할 결심을 했느냐는 아주 심각한 질문에 윤 선배님이 뭐라 했는지 아세요? ‘그때 마침 돈이 필요했다. 절박해서 한거다’라고 하시는 거예요. 절박하면 어떤 기회든 열심히 잡게 되죠. 전 100% 공감해요.”

▼ 노력만으로 빛나기는 사실 쉽지 않은데요. 천성과 재능이 결합되지 않는다면 말이죠.

“드라마에서 보이시한 터프걸이나 코믹한 역을 주로 하다가 영화 ‘사생결단’에 캐스팅될 때가 생각나네요. 황정민 선배와 류승범씨가 나온다는 얘기만 듣고 무조건 해야겠다 생각했죠. 최호 감독님을 만나러 갈 때 저는 이미 캐스팅된 걸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가보니 오디션 자리였어요. 전 그때까지 어떤 작품도 오디션을 본 경험이 없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대본을 주면서 읽어보라는 거예요. 속으로는 ‘어? 뭐지?’하면서도 직감적으로 사태파악을 했죠. 그래서 바퀴벌레가 나오는 대목을 즉석에서 골라서 즉흥적으로 저만의 무대를 만들었어요. 아주 더러운 카펫이었는데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털썩 주저앉아 대본도 안 보고 몰입하니까 감독님이 좀 놀라시더군요. 실제 영화 찍을 때도 정말 미친년처럼 연기했어요.(웃음) 감독님이 물으시더군요. 대본 속의 이 여자는 어떤 인물인 것 같으냐고. 전 ‘이년은 정말 의리 있는 년이다’라고 대답했지요. 다음날 함께 하자는 연락이 왔어요. 그렇게 된 거예요.”

▼ 연기생활을 꽤 했는데 영화 ‘사생결단’으로 상복이 터졌죠? 대종상 신인여우상을 비롯해서 대한민국 영화대상 신인여우상, 여우조연상과 평론가상, 디렉터스 컷상을 휩쓸었잖아요? 마약중독자 역이었는데….



“사실 나를 만들어준 영화죠. 찍는 동안 너무 힘들었어요. 전체 4개월 촬영 중 절반인 두 달 동안 제 역이 있었죠. 정말 마약만 안 했다뿐이지 실제 마약중독에 걸린 듯 몽롱한 채로요.”

▼ 마치 캐릭터에 빙의된 듯….

“맞아요. 정말 그랬어요. 그리고 촬영을 마친 날이 1월20일이었는데 마지막 신 찍고 나자마자 짐 싸들고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쳤어요. 바로 공항으로 가서 중국으로 날았죠.(웃음)”

이 대목에서 떠오른 것이 있었다. ‘사생결단’의 촬영을 마쳤다는 1월20일은 추자현의 생일이 아니던가? “생일이었네요?”라고 묻자 “아! 어떻게 아세요? 정말 감사해요” 하고 추자현은 기뻐했다. 기념일을 축하해주는 것이 여인의 마음을 훔치는 지름길임이 또 한번 증명됐다. 나름 뿌듯해하며 “정말 팬이라니까요”라는 강조말도 내뱉었다. 이런 모습이 아주 조금은, 저질 인터뷰어처럼 보였겠지만 기분은 좋았다.

이중생활

당시 추자현은 중국으로 날아가 한 달여를 중국 친구들과 어울려 먹고 놀고, 노래방과 가라오케를 다니며 생활인으로 회포를 풀었단다. 귀국하는 비행기에 올라서야 “편집은 잘 됐을까, 홍보일정은 어떻게 짰나, 흥행이 어떨까” 하는 고민을 했다고.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다시 프로 직업인의 마인드로 돌아온 것”이다.

▼ 스트레스가 많은 일이니 일견 이해는 가네요.

“전 일과 생활의 구분이 뚜렷한 편이에요. 일이 없는 날은 일주일에 사흘씩 집에만 있으면서 그날그날 자신의 느낌에 충실하게 살아요. 오늘처럼 비 오는 날은 멜랑콜리? 음악도 안 틀고 빗소리 듣는 것을 좋아하죠. 이런 느낌이구나 하면서요. 그 기억을 나중에 연기할 때 써먹을지 모르니 잘 저장해두려고 노력해요. 좀 몽상가적인 성격이랄까, 감성적인 부분이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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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최영일│문화평론가 vicnet2013@gmail.com│한상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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