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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코드’를 찾아서 ⑨

프로게이머 랭킹 1위 이영호

게임하면서 연 3억 번 고교생, “1만 시간 이상 연습했다”

  • 공종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kong@donga.com│

프로게이머 랭킹 1위 이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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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게이머 랭킹 1위 이영호

KT 소속 프로게이머들. 현재 KT는 팀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영호 선수가 숙소생활 1개월 만에 준프로자격을 따고 그 뒤에 프로게임단에 입단하는 것을 보고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닌 것이라고 오해할지 모른다. 그런데 e스포츠업계 인사들에 따르면 아마추어 게이머가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에 가깝다고 한다. 프로게이머가 되려는 사람은 많은 반면 그 구멍을 뚫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추어와 프로게이머의 실력차이는 ‘동네축구’와 프로축구선수의 격차만큼이나 크다는 설명이다. 아마추어에서 가장 잘하는 사람도 프로랭킹 최하위 선수와 대결했을 때 이기기가 어렵다고 한다. 프로게이머가 게임하는 모습을 뒤에서 보면 멀미가 날 정도로 화면 전환이 빠르다.

지금도 프로게이머의 꿈을 가지고 학원에서 게임을 연습하는 청소년이 부지기수다. KT만 해도 연습생이 되기 위해 테스트를 보는 사람이 하루 평균 5~10명이다. 다른 팀도 마찬가지다.

▼ 프로게이머의 경우 평소에도 연습을 많이 한다고 들었습니다. 보통 훈련 양은 얼마나 되나요.

“소속 선수들이 근처 아파트에서 함께 지내고 있는데 오전 10시 반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오전 11시까지 연습실에 내려옵니다. 이 때문에 오후 3시까지 연습을 하고 점심을 먹습니다.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또 연습을 합니다. 그리고 이후 저녁식사를 하는데 1군 선수들은 그때부터 자유시간으로 연습을 해도 되고 안 해도 됩니다. 그런데 대부분이 남아서 새벽 1시까지 연습을 합니다.”

얼른 계산을 해보니 하루에 최소 10시간 이상을 연습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 1년이면 3600시간, 이영호 선수는 프로게임단에 입단한 지 3년이 됐고, 이전에도 몇 년 동안 하루에 5~8시간씩 연습한 만큼 벌써 1만 시간 이상을 집중적으로 게임을 했다는 계산이 나왔다.



1만 시간의 법칙

갑자기 ‘1만 시간의 법칙’이 떠올랐다. 말콤 글래드웰이 ‘아웃라이어’에서 말한 ‘1만 시간의 법칙’은 안더스 에릭슨의 연구결과를 인용하면서 화제가 된 내용으로 어느 분야에서건 최고가 되려면 최소 1만 시간은 그 분야에서 훈련해야 한다는 법칙이다. 예를 들어 전설적인 그룹 비틀스는 초기에는 미약했는데 1960년부터 64년까지 독일 함부르크의 한 클럽에서 매일 8시간씩 연습을 해 1964년 영국에 귀국했을 때에는 거의 완벽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빌 게이츠도 13세이던 1968년 고교시절 컴퓨터를 배울 기회가 있었는데 이후 1만 시간 프로그래밍 연습을 하면서 일정 수준을 넘어섰다. 결론적으로 어떤 분야건 일주일에 20시간씩 10년을 꾸준히 해야 최고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 하루에 10시간 이상 연습하는 것이 힘들지 않나요.

“자기관리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저는 현재 건강유지와 체력관리를 위해 약만 6가지를 복용합니다. 홍삼, 오메가, 비타민처럼 몸에 좋은 약을 먹고 있습니다. 또 제가 원래 몸이 건강한 편이 아니어서 자주 아파요. 병을 달고 살아요.”

▼ 체력적으로 힘든 것보다도 계속 게임하는 게 더 피곤하지 않나요? 공부하는 것보다 힘들 것 같은데요.

“사실 힘들 때도 있지요. 그렇지만 재미있어요.”

▼ 토요일, 일요일도 없나요.

“없습니다. 다만 대회 이튿날은 쉽니다. 다른 사람들과 휴일이 다른 거지요.”

▼ 전에 인터뷰한 내용을 보니까 프로게이머로 일하는 동안에는 여자친구를 만날 시간도 없다고 했는데요. 그렇게 훈련을 해야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나요.

“많은 것을 버려야 합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다 버려야 게임에서 1,2등을 할 수 있어요. 저도 다 버리고 들어왔어요. 여자친구를 사귀는 것은 생각도 못 해봤어요. 친구들도 좀처럼 만나지 않아요. 쉬는 날에만 가끔 만나요. 매일 연습만 합니다.”

거의 수도하는 구도자의 삶이다.

▼ 영 재미가 없네요.

“그래도 제가 하는 일이 즐거워요. 게임에서 이겼을 때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특히 팬들이 환호해줄 때에는 기분이 좋아요.”

1만 시간 이상 게임을 열심히 해도, 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게임을 한다고 해도 누구나 최고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영호 선수는 다른 사람과 뭐가 다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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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종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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