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949년 경북 상주 출생<br>● 1972년 서울대 화학과<br>● 1983년 미국 일리노이대 무기화학 박사<br>● 1983년 미국 듀폰 중앙연구소 연구원<br>● 1984년 국방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br>● 1986년 KAIST 교수(~현재·BK21 분자과학사업단장, 탄소-금속 혼성 나노소재 국가지정연구실 단장, 학생처장, 교수협의회 회장)<br>● 2002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현재)<br>● 2008년 제8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당연한 말이지만 정부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아 국책사업을 수행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의 연구원들에게는 예삿말로 들리지 않는 게 현실이다. 몇 만 원 씀씀이도 보고해야 하는 상황에서 연구는 때로 뒷전으로 밀리고 성과부족 질책이 그들의 몫이 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박준택(59)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은 이런 현실을 과학자다운 면모와 경영자이자 행정가적 발상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다. ‘국내 과학 분야 인재 양성의 메카’인 KAIST에서 25년 동안 일해온 그는 2008년 5월 제8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으로 임명된 뒤 최근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국내 과학기술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그가 단행한 조직개편은 정부 눈치 보기나 입맛에 맞추기 위한 조직의 슬림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이런 박 원장을 3월8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집무실에서 만났다.
▼ 오랫동안 KAIST 교수 생활을 하다 출연연 기관장으로 1년 반을 보낸 뒤 최근 대규모 조직개편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교수로 연구하고 학생을 가르치면서 대학 조직이나 교수 역할에 대해 이런 점을 고쳤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출연연 기관장에 부임한 뒤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연구자에게 주어지는 행정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었습니다. 외부에서 보면 출연연 연구자들은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이런저런 행정부담이 만만치 않아요. 심각한 문제는 능력이 뛰어난 연구원들이 행정업무에 매달려 연구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또 연구부는 몇 개의 팀으로 구성돼 있는데 팀 간 벽이 높아 현대의 연구추세인 공동연구와 융합연구도 이뤄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행정업무에 관심과 재능이 있는 사람은 부서장으로 임명하고 다른 과학자는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조직을 개편했습니다. 대학의 꽃이 보직교수가 아닌 정교수이듯, 출연연의 꽃도 부장이 아닌 책임연구원이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박 원장은 연구부서의 팀제를 폐지했다. 본원의 경우 종전 7부 12팀에서 12팀을 폐지하고 7개 부서로 슬림화했다. 또 9개 지역센터의 6부8팀을 7부3팀으로 개편했다. 대전에 있는 본원 및 오창캠퍼스를 포함한 지역센터 팀장 17명을 없앤 것. 박 원장은 2개월 동안 연구부서 부장, 팀장, 연구원들과 일일이 개별면담과 설문조사를 거쳐 ‘행정으로부터의 해방’을 선언했다. 연구원 내 업무규정도 확 뜯어고쳐 결재단계를 크게 축소했다.
“나도 과학자입니다. 과학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행정부담 완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연구에 전념해야 할 부장과 팀장들이 회의 참석이니, 서류작성이니, 행정업무에 매달리는 폐단을 없애고 실험실로 돌아가게 하려는 겁니다.”
기초연의 조직개편이 단행되자 타 출연연에서도 새로운 조직모델이라고 평가하며 벤치마킹에 나서고 있다.
부장에서 연구원 ‘전락’ 너무 기쁘다
▼ 팀장 보직을 없앤 데 대한 불만은 없었나요.
“변화와 개혁을 두려워하고 기득권이라는 허상을 누렸던 연구원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자들에게 행정부담은 연구를 방해하는 짐일 뿐입니다. 유감스럽게도 현재 대부분의 출연연이 이런 식으로 하고 있는데 그것은 능력이 뛰어난 연구자를 연구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입니다.”